최근 국내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전사)들의 경영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며 저금리 시대가 도래됐지만 여전사들은 오히려 리볼빙·개인신용대출 등 고금리 상품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여전사 중에서도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 대해서는 유독 따가운 시선이 모아진다. 서민들을 상대로 한 고금리 장사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덕분에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올 상반기 코로나 사태로 휘청거린 수많은 기업들과 달리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 코로나 위기 빠진 서민 상대 연 20% 넘는 리볼빙 수수료 장사 논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 7곳들은 리볼빙에 연 14.8~22.5%대의 금리를 받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면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2.13~2.90%)과 개인신용대출(2.24~6.42%) 평균 금리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심각하게 높은 수준이다.
카드사의 리볼빙은 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정확한 명칭은 ‘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이다. 카드 사용액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하는 방식이다. 신용등급 하락 없이 일시적인 결제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이월된 금액에는 현금서비스·카드론 이자 수준의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카드 대금이 100만원일 때 약정결제비율이 10%이면 이번 달에 10만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90만원은 다음 달로 넘어간다. 연 이자율이 20%라고 한다면 원금 90만원에 연이율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눈 1만5000원이 리볼빙 이자가 된다. 사실상 카드값을 한 달 만기로 밀려주고 고금리 이자를 챙기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올해 2분기 전체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20.9%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의 리볼빙 수수료율이 22.5%(단기 카드대출)로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이에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리볼빙 수익은 96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899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상반기 순이익(1745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결제성 및 대출성 리볼빙 수입 비중도 높아져 지난해 2분기 19.70%, 22.12%에서 올해 2분기에는 20.12%, 22.47%로 늘어났다.
현대카드 호실적의 배경에는 리볼빙 이용 회원에게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카드 리볼빙 이용회원의 66.29%가 22~24% 이자율에 몰려 있다. 11.09%는 20~22%의 연이자로 리볼빙을 사용한다. 현대카드 리볼빙 이용 고객 10명 중 8명이 20% 이상의 고금리로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리볼빙 이용 회원을 늘리기 위해 현대카드는 시중은행에서 미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고객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신규 회원이 카드를 발급하고 리볼빙을 신청하면 초년도 연회비를 돌려주는 이벤트다.
현대캐피탈, 법정 최고이자 초과한 고금리 장사로 금융당국 철퇴
정 부회장이 경영을 이끄는 기업 중 고금리 논란에 휩싸인 건 현대카드 뿐만이 아니었다. 할부금융사인 현대캐피탈도 과거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해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도 상환된 56억2700만원에 대해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해 중도상환수수료 총 2629만원을 과다 수취했다. 대부업법은 여신금융기관이 대출을 할 때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출과 관련해 받는 수익은 모두 이자로 보고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최고금리 초과 대출 계좌수도 현대캐피탈이 4991개로 월등히 높았다.
현대캐피탈은 대출중개수수료 상한제 준수 의무를 위반하기도 했다. 2013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271개 대출 모집인이 중개한 중고차대출에 대해 대출 건별로 1차 중개수수료를 지급했음에도 모집인별 대출 실적에 따라 프로모션비 명목으로 2차 중개수수료를 추가 지급해 법정 상한보다 187억원을 초과 지급했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여신금융기관이 대부중개업자에게 지급하는 중개수수료는 대부금액의 100분의 5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중개수수료는 수수료, 사례금, 착수금 등 대부중개 등과 관련된 대가를 포함한다.
올해 초에도 현대캐피탈은 중도상환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한 것이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대출금의 약정기간이 1년 이상인지 여부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 산정해야 하는데 일부 대출을 1년 이상 대출로 잘못 분류해 중도상환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서민을 상대로 한 고금리 이자로 지탄을 받는 가운데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 부회장은 거액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17억7700만원이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에서도 9억1700만원의 보수를 받아 두 회사로부터 모두 26억9400만원을 수령했다.
현대카드로부터 받은 보수에는 급여(기본급) 11억75000만원에 상여금 5억94000만원이 포함돼 있었다.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현대카드는 “대내외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2062억원, 당기순이익 1537억원의 경영 성과를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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