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4·7재보궐선거(재보선)가 막을 내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보궐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불렸던 만큼 결과와 별개로 성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견고한 지지층을 유지해오던 정부·여당 지지층이 부동산 정책 및 내로남불 논란 등을 이유로 등을 돌린 상황이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 희망 사다리 끊겼는데 여권은 투기 논란…불공정에 분노한 MZ세대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잡기 위해 고강도 규제 및 공급 계획을 골자로 한 대책을 25번이나 내놨다. 강남 등 주요 지역을 주심으로 11·6 대책을 내놓으며 상한제 적용지역을 지정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자 12·16 대책을 내놨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9억원 초과 주택 LTV 20% 하향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올해 초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2·4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포함해 전국에 83만호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고 기존 재개발‧재건축 추진 및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개발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는 역대 최고의 집값 상승을 초래한 정부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 시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기준 3.3㎡당 2326만원에서 지난달 4194만 원으로 1868만원이나 올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08%의 역대급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25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서민들의 불만은 커질데로 커진 상황이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2%로 취임 후 최저치로 미끄러졌다. 부정 평가 이유 중 부동산 정책 40%의 응답을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4·7재보선을 넘어 차기 대선도 ‘부동산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공시가가 높아지자 갑자기 시세가 10억원을 넘게 됐다”며 “서민들이 집을 사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기에 재산세는 공시가에 맞춰 더 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갑자기 종부세 대상자로 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이 책임연구원은 “치솟은 집값에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재보선도 부동산 선거라고 평가받았는데 내년 대선도 부동산 문제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3기 신도시 투기 논란이 불거져 나와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은 물론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투기 의혹에 휩싸이며 국민적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던 정부·여당은 국민들의 한탄에도 불구하고 실속을 챙긴 사실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는 국회의원 등 고위직으로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는데 서영석·양향자 민주당 의원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난 국민들의 민심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 교수는 “오죽하면 보수를 미워하던 20·30세대까지 3기 신도시 투기 사태 이후 보수를 지지하는 형국에 왔겠느냐”며 “전·월세난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의 성난 민심은 앞으로 더욱 심해져 내년 대선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권력층의 불공정 논란 역시 차기 대선에 영양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공언했지만 여권 인사가 연루된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휴가 논란, 윤미향 민주당 의원 사태 등으로 인해 청년 지지층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작구에서 만난 김시은(32·여) 씨는 “정치엔 전혀 관심 없이 취업준비를 했던 2017년 문 대통령이 촛불을 들고 축제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이에 감동을 받아 믿고 지지했던 적이 있다”며 “하지만 조국 자녀 입시비리 사태를 보면서 더러운 현실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울화가 치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화가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조국 부부의 아빠찬스, 엄마찬스 사태가 연이어 터질 때 부모님께서 ‘아빠, 엄마가 부족해 너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다’고 자식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부모님이 나에게 사과하도록 만든 이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권 출범 초반에 청년을 위한다면서 공정, 정의, 평등이라는 온갖 현란한 수사를 갖다 붙였다”며 “그러나 불공정 논란이 연거푸 터졌고 결국 청년들은 정부·여당의 위선적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공적 책임인데 이 책임을 등한시하니 청년들이 더욱 분개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권 재창출 vs 정권심판론…승패의 키는 ‘통합’
부동산 사태, 불공정 논란 등이 차기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정권재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실정을 지적하며 정권심판론을 외치고 있다. 현 상황은 정권심판론에 기우는 형국이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내년 차기 대선(3월9일)에서 여당과 야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는 게 좋은지를 묻는 질문에서 ‘야당 후보당선’을 선택한 응답자가 52%나 됐다. 반면 ‘여당 후보당선 35%’에 머물렀다.
다만 아직 대선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남아 있어 아직까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에 여·야 모두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만반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향후 여·야 모두에게 남은 과제는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나타난 핵심 쟁점에 대한 대책 마련과 더불어 ‘통합’이 지목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민주주의4.0연구원을 출범시킨 친문재인(친문)계가 제3의 후보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계파 간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범야권 대선주자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 내야만 정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야권 후보군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서는 대선주자 5명이 경쟁을 펼칠 경우 큰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으로 전망돼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 등을 모두 받아들이고 국민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단일후보를 뽑아 다음 대선에 임하는 게 큰 전략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분열은 패배, 통합은 승리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는 적립된 것 같다”며 “여당은 큰 선거를 앞두고 내부 계파갈등을 얼마나 잘 극복해 내느냐가, 야권은 많은 후보들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오주한·한대의·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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