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자 여론 안팎에선 정신질환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강조한 정책 기조의 대대적인 수정과 동시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이 실리고 있다.
환자인권 내세운 법… 정신병 치료 막는 장애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치료권을 동시에 존중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현행 동의입원제도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의 전면 재검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 결과 2017년 8월 ‘정신건강복지법’이 실행됐다. 이 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간혹 문제가 됐던 정신질환자의 비자의(非自意) 입원을 줄이고 동의 입원을 늘리자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입원을 거부하는 자 중 ‘자·타해 위험’을 보이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다만 보호의무자(직계) 2인의 신청이 있어야 2주간의 진단입원이 가능하다. 3개월 이상의 치료입원은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일치소견이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자 입원의 장벽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법 실행 이후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율은 크게 하락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자의 입원율은 2014년 70.2%에서 2018년 31.5%으로 5년 만에 40%나 감소했다. 그렇다고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이 크게 증가한 것도 아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2014년 29.7%였던 자의입원은 2018년 47.0%로 약 17%밖에 늘지 않았다. 동의입원도 2017년 16.0%, 2018년 20.0%로 단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경찰의 동의가 필요하다. 24시간 대기하는 정신응급팀과 정신응급 병상을 항상 확보해두는 정신응급의료센터도 부족하다. 정부는 올해 권역별 정신응급센터 4곳을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환자 치료와 사회 안전 공짜로 얻을 수 없어… 국가가 적극 나서야”
다수의 전문가는 소수의 인권을 강조한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업고 탄생한 ‘정신건강증진법’ 등이 정신질환자 치료의 장애물이 됐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신질환의 경우 조속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지만 해당 법으로 인해 오히려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까지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입원 절차가 어려워지고 응급입원도 여의치 않아 가족 나아가 불특정 선량한 국민의 인권 역시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련 협회 등은 정신건강증진법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정신건강증진법의 개정 이후 비자발적 입원 치료는 잠재적인 범죄로 치부돼 그 요건이 까다로워졌다”며 “환자의 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환자로부터 자·타해 위험성에 노출되는 가족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경우 빠른 치료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환자들도 ‘정신건강증진법’ 등으로 인해 오히려 치료는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국민도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비동의 환자 입원의 경우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담을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이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정신건강심판원이라는 준사법기관을 통해 비자의입원과 외래치료지원을 대면, 화상회의 등을 실시해 본인의 의견을 청문한 후 입원을 결정하고 있다.
봉직의협회는 “환자 치료와 사회 안전은 공짜로 얻을 수 없으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와 안전할 권리는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며 “더 이상 준비 부족을 이유로 개인의 희생을 감내할 수 없다.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지원에 대해 국가가 온전히 책임져야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병범 위원장은 “일부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입원을 거부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며 “정신질환자 입원의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사례처럼 준사법기관 혹은 독립된 기관이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결정해준다면 당사자, 가족 등도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이것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인권도 지키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정신질환자를 위한 병상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종합병원 등에 정신질환자를 위한 베드가 일정수준 확보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정신질환의 낮은 수가 등의 이유로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사립병원을 가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발생한다”며 “오히려 종합병원 등에서 정신질환자를 위한 베드 확충에 나서준다면 조금 더 빨리 치료를 받고 사회에 나올 수 있다. 가족들 역시 안심하고 환자를 맡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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