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우리 동네 미술’ 프로젝트 현장 – 양구, 인제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09 09:38:14

 
▲이재언 미술평론가
/지역마다 특색 살린 풍부한 성과 낸 공공미술사업
/문화 취약지역에 지역민 삶의 질 고양, 관광에도 활력
/지역 예술가들에 일자리 제공해 지역정착에 효과 만점
/양구, ‘내 이웃의 의자’로 지역의 백자문화 연계에 성공
/인제, 박인환 시인 선양사업으로 문화관광 효과를 얻어
  
평창동계올림픽 직후 우리나라로 출장 온 한 일본인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2020도쿄올림픽 붐업을 위한 예술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대도시마다 공공미술 작품들이 많아 부럽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난 4반세기 동안 시행해 온 공공미술 정책의 성과로서, 한국의 도시들은 거대한 갤러리로 변모해온 것이 서서히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그때야 느꼈다. 물론 제도 유지에 고비도 많았고, 또한 질적인 문제로 부정적인 지적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사이 우리 도시의 중요한 문화자원으로 축적, 자리매김해 있음을 우리는 잘 몰랐던 것이다. 우리 입으로 자랑하기는 조심스럽고 또한 확신이 부족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도시갤러리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들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사업. 기초자치단체별로 매칭하여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시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6월 말로 거의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선정 과정의 수많은 잡음과 지역 작가들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되는 문제 사업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성과도 적지 않다. 아직 전국적인 성과 통계나 자료들이 집계되지 않은 상태지만 몇 군데 현장을 살펴보았을 때, 이번 사업이 수도권 밖 지방 도시들, 특히 지역 주민들이나 작가들에게 많은 긍정적 효과들을 낳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녀본 현장들 가운데 강원도 양구군·인제군의 사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양구-최대성 [사진=필자제공]
  
두 고장은 DMZ에 연한 지방 소도읍으로 인구도 적고 재정도 열악하다. 그런 가운데 양구는 박수근의 선양사업이 잘 이루어져 박수근미술관이 문화적 구심점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백자토 산지로서 ‘방산백자미술관’도 뒤지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백토마을 등의 스튜디오를 조성하여 많은 도자작가들의 정착을 도모하고 있지만, 전업작가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사실 양구의 경우 청정자연에 문화관광 요인을 접목한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어 조금만 더 문화적 유인 콘텐츠들이 더해지면 상당히 각광 받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우리 동네 미술’ 프로젝트는 현장의 활력을 더해주는 당근 역할을 하고 있다.
 
▲ 양구-전혜진
  
이번 프로젝트 당선팀으로 선정된 ‘존하세’(대표 이지은)는 인근 파로호 꽃섬 공원에 ‘꽃섬 우리 의자’라는 기획을 선보였다. 아름다운 경관에 비해 마땅한 휴게시설이 없는 공원에 벤치나 의자를 주제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16인의 도자작가, 조각가, 화가, 목공예가 등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주민이 가상현실(VR)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디자인된 작품들을 3D로 제작한 ‘내 이웃의 의자’ 프로그램, 독특하게 편집된 컬러북을 제작하여 원화와 책자들을 복지에 활용하는 기획이 돋보인다. 
 
▲ 양구-강고운
 
참여 작가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업들을 제작, 공원을 갤러리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예술 컨텐츠가 충만한 도시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선정이 지연되어 실제 수행기간이 짧았지만 기획진·작가 등의 유기적인 협력에다 군청 실무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극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산되고 설치된 작품들도 의미가 있지만 이번 정책으로 말미암아 지역 정착을 망설인 작가들에게 어떤 확신을 심어주는 활력소가 되었을 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 인제-김태수, 봄은 왔노라
 
한편, 인제군은 프로젝트 수행을 인제 출신 시인 박인환을 선양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였다. 인제 읍내에 박인환문학관이 있지만, 도시 내에서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그의 시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연관 요소들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인제문화재단에서 주관한 공모를 거쳐 ‘아트프리즘’(대표 장회준)이 선정됐다. 박인환문학관과 이웃한 산촌민속박물관에서 출발하여 목공예갤러리를 경유, 읍내 광장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으로 연결되는 동선 약 800m 거리에 박인환 작품 7편을 선정하여 연상·해석하는 조형물과 모자이크 벤치, 수퍼그래픽 회화(도로그림) 7개소에 제작 설치하는 것이었다.
 
‘어린 딸에게’(장회준), ‘봄은 왔노라’(김태수),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윤재일 등), ‘목마와 소녀’(이원태 등), ‘낭만에 대하여’(전재완 등) 등의 시를 시각작품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그야말로 “인제에 가면 시와 미술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인제-10인의 목굥예작가들이 협업 제작한 목마 조형물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박인환의 대표작 ‘목마와 소녀’를 떠올릴 목마를 높이 5m에 달하는 대형 목조조형물을 목공예갤러리 앞에 설치, 44번 국도를 통해 동해로 진출하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이다. 랜드마크가 없던 인제에 의미 있는 볼거리가 탄생된 것이다. 트로이의 목마와 아이들 장난감 이미지를 절충 표현한 수작으로서 지역의 목공예작가 10명이 협업하여 만든 성과물이다. 
 
이는 목공예로 대표되는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상징성을 접목시킴으로써 선양사업과 지역특산품 홍보 및 활성화, 인제의 상징적 랜드마크라는 일석삼조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자연스럽게 읍내를 거닐면서 보물찾기 하듯, 시각적으로 시를 음미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는 문학여행이 되며, 주민들에게는 정체성과 자긍심의 근간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국적으로 투입된 예산이 기껏 900억원 정도인데, 이렇게 가성비 높은 정책이 있었던가 싶다. 그야말로 전국 약 200건의 사업이 전개되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지역 전업예술가들에게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지역에는 양질의 예술 콘텐츠를 생산 소장할 수 있게 했다는 것, 이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정책의 중요한 방향을 모색한 첫 단추로 보인다. 
 
전에도 공공미술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인색한 예산으로 밀도 높고 스케일 있는 작품들을 생산해내기 어려웠다. 이번에 지역별로 4억원 정도가 풀리면서 이렇게 큰 성과들을 창출해낸 것이다. 사실 일자리 창출 목적이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으로 이 사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문화선진 강국으로 가는 길에 마땅히 있어야 할 사업이다. 
 
온 국토가 갤러리가 되는 이상, 그것은 균형발전의 요체이자,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이다. 이번 휴가 때 찾아가는 지역의 이 성과물들을 답사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는 세계인들이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볼 문화국가의 현장을 미리, 그리고 몸소 경험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 좋아요
    0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회분으로 포장된 약 파우치를 만드는 기업 '제이브이엠'을 이끄는 '이용희' 대표이사가 사는 동네의 명사들
고시연
오앤케이테크
신낙균
여성평화외교포럼
이용희
제이브이엠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고인의 마지막 흔적 정리하며 생명도 살리는 일이죠”
특수청소, 죽음에 대한 경각심과 생명을 지키는 ...

미세먼지 (2021-08-02 23:35 기준)

  • 서울
  •  
(최고 : )
  • 부산
  •  
(최고 : )
  • 대구
  •  
(최고 : )
  • 인천
  •  
(최고 : )
  • 광주
  •  
(최고 : )
  • 대전
  •  
(최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