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선단체들은 고아들을 동정의 대상자로만 바라봐요. 불쌍하니까 선심을 베풀고 도와주는 식이죠. 고아권익연대는 달라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피해자로 바라보죠. 바로 천부인권이에요. 고아들이 무엇을 빼앗겼는지 집중해요. 법·사회·사회복지·문화·인륜적 관점 등 모든 면에서 아동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피해 입은 것들에 대해 같이 아파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보호 기간 종료로 보육원 등 시설을 떠나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은 매년 약 25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면 정착금 500만원을 들고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어린 나이에 세상에 던져지다보니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리고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또 불법 행위에 쉽게 노출돼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달 13일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고아권익연대는 이러한 요보호아동(고아)과 보육원 퇴소자의 권익을 찾아주는 시민단체다. 고아 관련 단체로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다. 2018년 설립돼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족이 돼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식이 부모를 찾는 행위를 천부인권으로 접근하며 고아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아권익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선을 하는 게 아니라서 어떤 결과도 바라지 않아”
고아는 두 부류로 나뉜다. 뿌리에 대해 아무 기록이 없는 생고아, 부모에 대한 흔적이 있는 일반고아 등이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42)는 이른바 생고아 출신이다. 그는 7세 때 부모와 헤어진 뒤 시설에서 생고아로 자랐다. 보호기간이 종료된 뒤 대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에서 번듯하게 자립했다. 그러던 중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장애인 콜택시 기사 일을 접어두고 부모를 찾으러 나섰다. 단체 설립의 발단이었다.
“마지막 소원은 그리운 부모, 가족을 만나는 것이었어요. 고아가 부모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국가가 헤아릴 줄 알았죠. 그런데 헤아려주진 않고 오히려 꿈을 좌절시키더라고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막는 국가의 행태가 싫어서 도움을 받고자 관련 단체를 찾았는데 없었어요. 부모를 찾기 위해 삼만리, 백만리도 갈 준비가 돼 있던 저로서는 많이 힘들었죠.”
“우리나라에 인권단체가 엄청 많지만 대부분 고아 문제엔 관심이 없었어요. 국가도 외면하고 시민사회에선 관심을 두지 않으니 우리 사회에 고아를 위한 단체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자식이 부모를 찾는 행위는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라고 봐요. 그런 목소리와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고아권익연대를 2018년 4월 설립하게 됐어요.”
고아권익연대는 요보호아동과 보육원 퇴소자를 위한 인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이라기보다는 그들의 가족이 돼 관심과 사랑을 주는 일에 가깝다. 크게 △실질적 정책 및 대안 △인권상담 및 구제활동 △면회위로 및 복지서비스연계활동 △가족적 면회 및 인권보호 △장례서비스 △명절프로그램 진행 △인식개선 캠페인 △문제 아동복지시설 감시 △잃어버린 이름과 주민번호 찾아주기 위원회 △인권센터 및 회관건립 △사회정착 자립을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어떤 걸 해주나요? 밥을 주고 잠을 재워주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주거지원사업도 해요. 또 매월 봉사하시는 분들을 모아 온기가 느껴지는 반찬들을 만들어서 보내주고 있어요. 자립하며 살다가 억울하거나 힘든 일을 당할 때 언제든지 찾아와서 상담도 받을 수 있고요.”
“설날이나 추석 때 가족들이 대거 모이잖아요. 하지만 고아들은 모일 곳이 없어요. 명절 때마다 외롭고 서러움을 느끼죠.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시간을 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줘요. 또 실직을 당했거나 생활비가 없을 경우에도 부모가 용돈을 주는 것처럼 긴급 지원비라는 이름의 용돈을 지급하고 있어요.”
일례로 조 대표는 최근 새벽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요보호아동 한 명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그는 곧장 경찰서로 달려가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며 변호했다. 심리·정서적 장애로 합리적인 대화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일단 이해해주고 받아주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여기에 수긍했고 그 아이는 바로 풀려날 수 있었다.
“요보호아동들로부터 전화가 자주 와요. 폭력, 사기, 성폭행, 학대를 당했거나 먹을 것, 잘 곳이 없다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죠. 저희는 자선을 하는 게 아니라서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죠. 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자선단체와는 달라요. 또, 정부가 놓친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저희는 고아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사라지는 단체예요”
아동학대, 성적학대 등 보육원에서의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고아권익연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시스템 자체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집단으로 수용하는 보육원에선 모든 것을 조직에 맞추기 때문에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간혹 반인륜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단체의 사정을 중요시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보육원은 아이들보다 조직 시설 운영을 우선시한다는 것이에요. 아이들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시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따져요. 예를 들어 시설 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면 이를 세상에 알리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아니라 시설에 부정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도록 은폐하기에 급급하죠.”
고아권익연대는 개선점으로 공공후견인제도를 강조했다. 현재 보육원 아이들의 법적 후견인은 보육원의 원장이다. 일종의 부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장은 아이들의 면접권, 상담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인권단체나 후원자들이 아이들을 만나려 해도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사건·범죄를 은폐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동할 여지는 충분하다.
“공공후견인제도가 시행되면 후견인은 아이를 만나러 언제든지 보육원에 들어갈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시설 내 문제가 발생하면 재빨리 시정 조치를 해 개선할 수 있죠. 회계 문제도 해결돼요. 현재 일부 고아원에선 아이들에게 들어오는 후원금을 아이가 모르는 통장으로 받아 빼돌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후견인이 아이의 통장을 관리할 수 있죠. 보육원 원장은 어린이집 원장처럼 입소한 아이들을 관리하는 데 머물도록 규제받아야 해요.”
보육원 퇴소 이후 고아들의 삶은 참혹한 경우가 많다. 명목상 요보호아동에서 보호종료아동로 바뀌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노숙자로 변한다. 18세 이전에 시설을 나올 경우에는 유흥업소를 전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이유로 조 대표는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단어를 반인권적 단어로 규정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자격이 있어서다.
“작년에 17세에 시설을 나온 아이가 있었어요. 아직 보호종료가 끝나지 않은 나이잖아요? 근데 이 아이는 시설에서 문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20대를 맞고 짐을 싸들고 나왔어요. 학대를 당했으니까 국가가 이 아이를 보호해야 되겠죠? 근데 국가는 시설 편을 들어줬어요.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는 이유에서죠.”
“매를 맞은 것과 상관없이 보호종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립정착금뿐만 아니라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다는 얘기예요. 다시 말해 아이들은 시설에서 폭력을 당하더라도 18세까지는 참아야 한다는 거죠. 16, 17세 아이들이 시설에서 나오면 뭘 하겠어요? 나쁜 길로 빠지기 쉬워요. 그런 애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일반회사도 못 받아요.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양을 기다리는 늑대밖에 없는 것이죠.”
조 대표는 가장 힘든 순간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리하고 있음에도 어느 날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라고 했다. 범죄를 당했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죽음을 가까이서 막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들의 죽음은 한 사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다. 힘들지만 이를 통해 고아권익연대의 사명감은 더 불타올랐다.
“사회가 처음에는 공감해주고 그 다음부터 같이 아파해줬죠. 그것에서 희망을 봤어요. 저희는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단체를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권리를 찾아주고 사라지는 단체예요. 아이들에게 ‘이게 자립이다’는 모델링을 보여주는 것이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어쨌든 사회가 함께 해주는 것에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고아권익연대는 향후 고아인권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저조한 자립률을 50% 높이기 위해서다. 아동복지 관련 제도, 법, 행정, 인식 등도 꾸준히 개선할 계획이다. 끝으로 조 대표는 자립률이 높아져 아이들이 국가에 효도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고아권익연대의 열정적인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차별 받지 않고 포용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윤승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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