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발전소 301의 301은 연극의 3요소(3)로 무(0)에서 유(1)를 창조하자는 뜻을 담아 만들었어요. 창작극을 중심으로 극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모토예요. 이제까지 창작극만 52개 창작해서 공연했죠. 휴머니즘, 액션, 야외극, 아동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하고 있어요.”
창작극을 하고 싶어 모인 지 어느새 13년… 52개 창작극 제작·공연
성북동에 위치한 극발전소 301 연습실은 활기가 넘쳤다. 진지하게 대사 연습을 하면서도 순간순간의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예술인들의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대표(46)와 만나 극발전소 301과 연극인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극발전소 301은 창작극을 제작하자는 취지로 2008년에 창단된 극단이다. 처음에는 작가와 연출들이 작품을 쓰고 연출을 해서 공연을 하자는 생각으로 모여서 대학로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배우들을 데려오거나 소개를 받는 식으로 배우를 구해 창단 공연을 했다.
같이 작업하던 배우들 위주로 단원이 늘어났고 창단 6년 차부터는 단원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모집 공고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사람들, 현장에서 연극을 하고 싶은 열정 있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극단이 알려지기 전에는 재정적으로 지원을 못 받았기 때문에 공연을 제작할 예산이 없었어요. 단원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서 공연을 했죠. 그것보다 힘든 건 비어있는 객석이었어요. 극단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관객들도 오지 않았거든요. 그때 잘 버텼기 때문에 지금 극단이 있는 것 같아요.”
연극제에서 상을 받기 시작하면서 극발전소 301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4년 창작극 ‘만리향’이 ‘서울 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희곡상, 연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분홍나비 프로젝트’가 ‘도담도담 페스티발’에서 작품상, 연기상, 신인연기상을 받았고 ‘서울 연극인대상’에서 극작상을 받았다. 정 대표는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지만 극단을 알리게 해준 작품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실 이제까지 올린 52개의 작품이 다 소중해요. 그래도 몇 개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고양이라도 괜찮아’라는 작품이 더 기억에 남네요. 대중적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철학적인 작품이에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고양이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고양이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행동과 습성을 분석했죠.”
“액션 연극도 하는데 액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액션 경험이 없는 단원들은 액션의 기초부터 2~3달 정도 배워서 공연해요. 다치거나 팔이 빠진 단원도 있고 다양한 사건 사고가 많았죠. 액션은 무술 감독이면서 배우인 단원이 있어서 그 배우가 지도하고 다 같이 배워요. 뮤지컬 같은 걸 하면 외부에서 뮤지컬 배우를 초청해 특강을 하기도 하고 그때 그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요.”
극발전소 301이 지금 연습 중인 연극은 ‘신화 2000’이라는 작품으로 윤대성 작가의 ‘신화 1900’이라는 작품을 현대에 맞게 각색했다. ‘신화 2000’은 이달 30일 밀양 공연예술축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극발전소 301은 ‘신화 2000’뿐만아니라 또 다른 창작극 ‘퇴근 후 서커스’ 공연을 준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퇴근 후 서커스’는 7월 15~25일 서울 종로구 스튜디오 76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극단이 커져도 생계 유지 위해 다른 일 병행… 작업 환경 개선 필요
극단이 어느 정도 알려졌고 두 가지 공연을 동시에 준비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연극인들의 생활은 아직도 어렵다. 연극만으로는 큰 수입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우, 스태프, 작가, 연출 등 연극인들은 아르바이트나 부업으로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
“연극인이 잘 알려지면 작품을 할 기회가 늘어나는 거지 수입이 늘어나는 건 아니에요. 지원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원금은 연극인들의 수입이 아니라 공연 제작비죠. 개인의 인지도를 쌓아서 외부 섭외가 들어오거나 매체에 나갈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면 연극을 통해 개인 수입을 올릴 기회가 드물다고 보면 돼요.”
“이런 인터뷰를 하면 정부에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항상 받아요. 거기에 대한 대답도 항상 똑같죠. 정부는 문화 정책면에서 항상 연극을 지원하고 있어요.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지원도 많이 세분화됐고 많이 발전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더 많은 연극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연극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극단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 지난해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코로나19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연극을 거의 올리지도 못했고 예정돼 있던 공연마저 취소됐다. 사람들이 사적 모임뿐만 아니라 모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모여서 연습할 수도 없었다.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도 관객들이 오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황과 사람들의 인식이 나아지면서 극발전소 301도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상반기에 취소됐던 공연을 하반기에 올렸다.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창작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올해 백신 접종이 시작돼 상황이 좀 더 나아진 지금도 대학로의 극단들은 지금도 종종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연극을 올리곤 한다.
“연극은 현재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듯이 시대를 반영해야 해요. 지금의 관객이 가장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이 가장 공감을 얻기 좋아요. 코로나 시국에는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연극이 필요한 거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쳐주는 박수 소리가 가장 행복해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과 경제적 사정에도 정 대표와 단원들이 연극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극장에서 만나는 관객들과 그 관객들이 커튼콜 때 쳐주는 힘찬 박수 소리다.
정 대표는 박수 소리를 들을 때의 기분은 직접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비 씨(29)와 리민 씨(48)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커튼콜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정말로 행복하죠. 그때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연극이 끝나고 집에 가면 허전한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극단 식구들과 그때의 느낌을 공유하고 이런 건 좋았다, 이런 건 좀 아쉬웠다 등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요. 그러면 다음 공연에서도 더 잘 할 수 있죠.”
“사실 끝났으니까 이제 술 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이것도 관객들에게 받았던 에너지를 푸는 과정이에요. 또 이제까지 연기했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과정도 필요하니까 여행을 가거나 물놀이를 하는 등 기분전환을 하고요. 일명 쫑파티라고 하는데 그 재미로 연극하는 거죠.”
각자의 꿈을 가지고 모인 단원들은 배우가 된 이유도, 앞으로 해보고 싶은 공연도 다양하다. 안진기 씨(31)는 부모님이 드라마 세상 속에서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TV 드라마를 보는 부모님을 보고 나도 TV 속 배우처럼 부모님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아들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부모 자식 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서사적으로 풀어낸 가족극을 하고 싶어요.”
이소라 씨(30)는 그냥 무대에 서는 것이 너무 좋아서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좋고 대본을 받으면 그 배역이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때 희열을 느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공연은 요즘에 벌어지는 일들이나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연극이에요. 제 또래의 이야기를 공감되게 풀어낸 힐링극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정 대표와 단원들에게 연극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개개인이 연극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선 제각각의 답변이 나왔지만 지금은 다 같이 모여서 작품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건 행복해지려고 사는 거잖아요. 연극에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올해 13주년을 맞이했는데 20주년, 30주년, 40주년까지 함께 연극을 해서 행복한 사람들끼리 계속 행복하게 연극을 하는 것이 극발전소 301의 목표예요.”
인터뷰가 끝나고 연습이 다시 시작됐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수줍어하고 말주변이 좋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던 배우들이 연습을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 연습실에 들어갔을 때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연기를 할 때 가장 빛이 나는 배우들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양준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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