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인적이 뜸한 곳에서 여름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전라남도, 특히 남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여정은 큰 매력을 줄 수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져 이 지역을 여행하려면 이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KTX와 SRT 및 여러 고속도로의 개통 이후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여유로우면서도 알찬 휴가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2박3일 일정으로 여름휴양지 답사를 떠나봤다.
‘여수 밤바다’ 노래 걸맞는 야경…향일암 탁트인 남해바다 절경
전라도, 특히 남해안을 여행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수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목포에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번 여행에선 여수 출발을 택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여수EXPO역까지 3시간 가량 소요된다. 수도권에서 차를 이용해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2011년 개통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이용하면 4시간 정도면 여수에 도착할 수 있다.
여수는 2012년 여수EXPO 개최를 계기로 대표적인 관광지 도시로 발돋움했다. KTX역을 중심으로 여수EXPO 박람회장이 들어섰고 2014년에는 해상 케이블카도 개통됐다. 자산공원에서 돌산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낮에 타도 장관이지만, 밤에는 가수 장범준의 노래 ‘여수밤바다’가 머리 속에 울려 퍼지는 듯한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오동도는 동백꽃으로 유명한데 3월이 절정이다.
여수관광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대한민국에서 9번째로 큰 섬인 돌산도에 위치한 향일암이다. 남해안 제일의 해돋이 명소인 향일암은 돌산도 남쪽 금오산에 위치해 있다. 전날 밤 여수에 도착해 향일암 해돋이를 보기 위해 길을 일찍 나섰다. 주차장에서 내려 상점가와 일주문을 거쳐 경사진 길을 오르니 왼편으로 탁 트인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아쉽게도 이날 날씨가 흐린 관계로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진 못했지만 광활한 남해바다 너머로 동쪽으로부터 점차 밝아지는 광경을 보면 가슴속에 무엇인가 벅차 오르는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대한민국 맛의 고장인 전라도답게 여수 여행에서도 식도락을 빼놓을 수 없다. 여수의 대표적인 보양음식으론 장어탕이 꼽을 수 있다. 장어의 비린 맛을 잡기위해 숙주 등을 넣어 끓인 부드러운 장어 속살과 매콤하고 깊은 맛의 국물은 더위로 사라진 입맛을 돌아오게 해준다. 여수의 장어탕 맛집은 주로 이순신 광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
남해안의 대표 어종인 서대로 만든 서대회도 여수의 명물 중 하나다. 모래 섞인 갯벌에 서식하는 서대는 주로 서대회 무침으로 판매되는데 매콤새콤한 양념과 어울려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고흥-여수 연륙교… 한국 우주과학의 희망 나로호 우주센터
여수 관광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는 순천만습지 산책이다. 여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갯벌에 펼쳐지는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 S자형 수로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해안생태경관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북쪽으로 6km 쯤 올라가면 순천만국가정원이 위치해 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곳으로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정원은 순천동천을 가운데 두고 동쪽에는 순천호수정원을 중심으로 각종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서쪽으로는 순천만 WWT습지를 중심으로 온실과 물새놀이터 등이 있다.
여수 여행의 마지막은 식도락으로 장식하면 좋다. 여수에서 손꼽히는 맛집으로는 한일관을 빼놓을 수 없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일관은 해산물 한정식 코스로 유명한데 정갈한 상차림에 전복, 광어 등 각종 회를 비롯해 굴비, 낙지, 간장게장 등 20여 종류의 음식이 끊임없이 나온다. 푸짐한 남도정식을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과식하게 된다. 다행히 가게에 소화제가 비치돼 있다.
3일째 여행의 목적지는 고흥이다. 여수에서 고흥으로 가는 길에는 지난해 개통된 5개의 연륙교가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이 연륙교를 통해 여수~고흥 간을 30분에 갈 수 있게 됐다. 지중해 어딘가에 온듯한 수려한 풍광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게 됐다.
내나로도를 거쳐 외나로도에 도착하면 나로우주센터를 찾을 수 있다. 우주센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외부에 있는 우주과학관은 방문이 가능하다.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발사된 이곳에선 올해 안으로 두 번째 발사체인 누리호가 발사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오기에는 부담이 있는 거리이지만 초등생 이하 자녀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데리고 오길 추천한다. 나로우주센터 인근의 바다 풍경도 보는 이의 속을 확 트이게 한다.
고흥에서 보성을 거쳐 장흥군에 이르면 ‘편백숲 우드랜드’가 위치한다. 억불산 자락에 위치한 이 숲은 50년생 이상의 아름드리 편백나무로 이뤄져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와 감염 예방을 위해 편백숲 안에 위치한 목재문화전시관과 편백소금집, 천문과학관 등의 시설은 임시 휴관 중이다. 다행히 숲 안쪽으로 난 산책로는 이용이 가능하다. 숲 안에 들어가면 맑은 공기 덕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에게해 연상시키는 목포 앞바다… 타임머신 타고 100년전 온 근대문화거리
전라남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목포다. 목포도 2015년 호남고속선 1단계가 개통되면서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와 수서역을 기점으로 하는 SRT가 모두 목포역을 종점으로 한다.
목포에도 여수처럼 해상케이블카가 있는데 여수보다 더 긴 3.23km의 길이를 자랑한다. 케이블카에 탑승하면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중간기착지인 유달산 승강장에 내리면 곧장 유달산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정상까진 약 20여분이 소요된다. 유달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목포 시가지는 푸른 하늘아래 밝게 빛나는 한 폭의 그림과 다름없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면 종점인 고하도로 갈 수 있다. 고하도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2020년 비대면 가을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곳이다. 둘레 1.7km의 데크길로 섬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고하도 서쪽에는 거북선을 모티브로 만든 전망대가 있다. 가는 길은 비교적 정비가 잘 돼 있다. 전망대 5층 꼭대기에 오르면 목표를 비롯한 주변의 풍경까지 한 눈에 들어 온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근대문화역사거리도 목포의 명소다. 목포역 남서쪽 반경 1km에 위치한 이 거리에는 목포근대역사관(옛 일본영사관), 목포문화원(옛 호남은행 목포지점) 등 100년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 남아 있다. 과거가 공존하는 이런 특징 때문에 영화 ‘1987’이나 TV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이곳을 둘러본 뒤 동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목포종합 수산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건어물을 비롯한 각종 수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걸어가면 ‘목포 차 안다니는 거리’가 여행객의 발길을 붙든다. 마늘 바게트 빵으로 유명한 코롬방제과점, 콩국수로 알려진 ‘유달콩물’ 등의 맛집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목포를 뒤로 하고 SRT를 탔다. 첫날 늦게 출발해 사실상 2박3일 동안 강행군을 하느라 중간에 들리지 못한 곳이 꽤 있다. 3박4일 일정을 계획한다면 목포 인근의 해남에서 땅끝마을과 이곳의 모노레일, 철새도래지인 영암호를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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