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전화번호 등 명부작성 거부감 여전…“제대로 폐기된 것 맞나” 불안
코로나19로 인한 출입명부 작성·관리가 의무화된 이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단속한 결과 경찰은 총 189건에 대해 293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139건, 개인정보 유출 혐의는 50건 등이다. 각각 215명, 77명이 입건됐다.
각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8월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음식을 받으러 온 배달기사가 출입명부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9월에는 종로구 모처에서 20대 남성이 비슷한 행위를 저지르다가 직원에게 제지당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증하지 못한 경찰은 단순 주거침입 혐의 정도로 처벌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명부 작성 뒤 광고성 전화 등이 걸려왔다는 의심 사례가 차고 넘친다.
문제는 수기 명부 관리다.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거나 전자출입명부 등록이 싫다는 사람을 위해 수기 명부를 QR코드 리더기와 함께 또는 홀로 비치하는 곳이 많다. 무엇보다 관리자를 따로 두기 어려운 영세한 매장의 경우 명부를 덩그러니 방치하기 일쑤다. 방역당국의 ‘수기명부에 기재된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책임은 시설관리자 본인에게 있으며,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책임을 다해야 함’이라는 지침이 무색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수기 명부가 쉽게 노출되는 상황과 이에 따른 범죄 사례 보도가 이어지자 음식점에서 수기 명부 작성을 꺼리거나 작성하더라도 정확하게 연락처를 기입하지 않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정미 씨(54)는 “전화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면 혹시라도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연락처를 정확하게 쓰기가 꺼려진다”면서 “그래서 어떤 때는 일부러 번호를 휘갈겨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쇼핑몰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백우진 씨(가명)는 “알아서 출입 명부를 찾거나 QR코드를 찍는 손님이 있는 반면 요구해도 대놓고 싫어하고 거부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며 “건물(또는 백화점) 들어오면서 (QR코드) 찍었는데 왜 또 찍어야 되냐고 물어보거나 4주 뒤 어떻게 폐기하는지 보여주지 않으면 못 믿겠다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수기 출입명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진자가 없어서인지 보건소든 구청이든 확인하러 온 적이 없다”면서 “폐기하고는 있는데 기한을 제대로 지켰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개인의 건강, 심지어 숨 쉴 권리조차 사라진 현실…“코로나와의 공존 인정해야”
이제 일상의 자유는 방역조치보다 후순위로 밀렸다. 자유롭지 못한 일상으로 개인의 행복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5년째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박준수 씨(가명·43)는 올해 1월 정부 방역조치에 반발해 집단으로 문을 여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박 씨는 개인이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마저 뺏긴 실상을 지적했다.
박 씨는 “태권도나 발레 같은 실내체육시설은 여는 걸 보고 항의했다. 그 때 이후로 (헬스클럽) 영업 제한조치가 조금 완화됐긴 했는데 지금은 또 샤워를 못하게 하니까 (회원수가) 다시 줄었다”며 “열심히 운동하고 깔끔하게 씻는 것조차 못 누리니 차라리 환불하겠다고 하는 회원이 많다. 편법으로 물 없이 샤워하는 샴푸, 대형 물티슈 등을 비치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박 씨는 “개인 운동 지도(personal training)를 하는 여러 회원 가운데 병원에서 살 길은 운동뿐이라고 처방을 받고 찾아온 회원의 사례가 매우 안타깝다”며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30대 여성 회원이 있는데 수술을 했는데도 고통스러워 했다. 한 1년 걸려서 차츰 허리도 피고 고통도 덜게 됐는데 영업제한으로 운동을 쉬면서 다시 상황이 악화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로 인해 개인의 신체적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카페나 대중교통 이용 시 과도하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고 대화나 긴급한 전화통화시에도 주위 사람들의 못마땅해 하는 시선이 느껴져 불쾌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강남구에 직장이 있는 김수진 씨(26)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느라 마스크를 내린 채 친구와 대화하다 보면 직원이 와서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한다”면서 “어딜 가나 마스크 속 공기만 마시고 있노라면 너무나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현재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백악관 근처나 런던 시내에도 마스크를 쓴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다고 하던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숨 쉴 자유조차 구속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7.3%, 2차까지 완료 접종률은 52.6%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10월 말까지 전 국민의 70% 접종완료를 무난하게 달성하고 최대 8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 수다. 6월 한 때 400명대까지 떨어졌던 일일 확진자 수는 7월 말 1000명대까지 오른 뒤 2개월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가 백신을 맞고 면역이 생기면 모두가 안전해질 거라는 ‘집단 면역’에 거는 기대는 낮아진 지 오래다. 백신을 맞은 사람만 안전하거나 맞아도 ‘돌파 감염’ 또는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탓이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위드 코로나’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를 일반 전염병처럼 간주하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되 중증 환자를 집중 관리하자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은혜 순천향대 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410명 정도가 확진됐으며 작년 기준으로 확진자의 91%는 무증상·경증이고 단 9%만이 입원이 필요했다”며 “치명률은 약 1%인데 사망자의 약 97%는 기저질환자고 약 65%는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개인적 거리두기로 충분하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감염 예방이 아니라 중증 및 사망 감소이고 아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고위험군 위주로 백신 접종하되 정보를 알려주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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