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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한강 이남에 자리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가운데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호가(시세)가 오른 곳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이뤄지며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초기 단계 아파트 분주… 매수 문의 늘어난 곳 다수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42만8002가구에 달한다. 자치구 별로 보면 노원구가 8만4279가구로 가장 많고 뒤 이어 △강남구 4만7946가구 △송파구 4만1457가구 △도봉구 3만2804가구 △양천구 3만2148가구 △서초구 2만6819가구 순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에서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서울에 노후 아파트가 이처럼 많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정밀안전진단’ 면제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일반적으로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1차 정밀안전진단(민간업체)→2차 정밀안전진단(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순서로 진행한다. 2차 안전진단에서 D 또는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윤 당선인은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설비 노후도와 주거환경 비중은 15%에서 30%로 늘리는 개선안도 제시했다.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2018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강화됐다. 이 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안전진단 규제는 새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규정돼 있고,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서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이 어려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상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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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업 초기단계 단지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노후 아파트가 가장 많은 노원구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5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 하계 미성(685가구)과 중계 무지개(2433가구), 중계 주공4단지(690가구), 중계 건영2차(742가구), 태릉 우성(432가구) 등이다.
지난해 4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상계주공6단지는 적정성 검토 기준 완화를 기다리며 신청을 준비 중이다.
4494가구로 규모가 큰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재 ‘올림픽훼밀리타운’도 3월 중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을 완료하고 조만간 신청할 계획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모금액이 4억원을 돌파한 후 5억2000만원이 금방 넘어섰다.
단지 내 S부동산 관계자는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라며 “올해 초엔 정리하기 위해 가격을 다소 낮췄다면 3월 초와 비교해 현재는 호가(시세)가 1억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내놓던 이들도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청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전 노원구 지회장)은 “노원구 일대 부동산 대표들과 이야기해 보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고조되다 보니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한뒤 “다만 강남과는 다르게 호가가 크게 오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양천구 쪽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목동신시가지단지는 1~14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겨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6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이라는 관문을 넘어서지 못한 채 '대기중'인 상황이었다.
3100가구의 목동신시가지14단지 전용면적 108.28㎡(약 33평) 호실은 지난해 12월 28일 18억5500만원(12층)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고층 기준 호가(시세)가 22억원까지 올랐다. 1848가구 규모의 목동신시가지5단지는 올해 1월13일 전용면적 115.47㎡(약 35평) 25억9000만원(10층)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호가(시세)가 27억원에 달했다.
“6월 초 장관 임명 후 구조안전성 비중 낮출 것… 다른 규제 동반 가능성”
세부적으로 보면 구조안전성은 국토교통부 자체 기준으로, 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안전진단 면제는 법 개정 사항이다. 부동산전문가는 구조안전성 비중 조절은 상반기 내 이뤄질 것으로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구조안전성을 50%에서 30%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활환경과 관련된 부분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특히 “6월 초 국토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 당장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실제 국토부는 최근 지자체를 통해 2018년 3월 이후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단지 목록을 취합하고 있다. 또한 단지 목록과 함께 안전진단 항목별 원점수를 지자체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한다. 규제 완화에 따른 안전진단 등급 변동, 즉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은 원점수가 필요하다.
권 교수는 “다른 규제도 완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 이은 규제 완화에 따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도한 상승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한다든지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이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 IAU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아니다”고 진단했다. 심소장은 이어 “지금 초기단계 재건축 아파트가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공급 문제 때문에 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서울에는 5층짜리 단지가 이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사업성이 기대되는 대단지 위주로 사업 추진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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