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공천 결정났다고?”
배고프다며 진욱의 그릇을 빼앗아 짜장면을 빨아들이던 동원의 젓가락이 순간 멈칫하더니 그대로 손가락 사이에서 멈추었다.
“아직 대표실 내에서도 비밀인데…. 뭐야, 형. 영감이랑 화해한 거야?”
“먹던 거나 마저 먹어.”
진욱은 눈이 휘둥그레진 동원을 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나 몰래 둘이 화해하고 그러면….”
“은선우한테 들었어.”
동원의 손에 들려있던 그릇과 젓가락이 동시에 테이블로 툭 던져졌다.
“그 여자, 영감이랑 뭔가 관계 있지? 형은 그걸 미리 알고 접근했던 거고.”
“한때 내 여자였던 여자. 내가 아주 많이 사랑했던.”
이번엔 동원의 입이 떡 벌어졌다.
“35년 전, 은선우 엄마 나소선이 한 대표랑 연인이었지.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동원은 진욱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떡 벌린 채 듣고 있었다.
“그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거야? 아니, 왜 지금 하는 거지?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게 형을 돕는데 이로울 텐데.”
우룡이 은선우의 존재를 알고 나서 자신의 딸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한우룡답게 우룡은 다른 일도 역시 동시에 벌이고 있던 게 있었다.
1년 반이나 남은 대선 일정을 앞당겨 준비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정권이 만들어지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우룡이 총리직조차 사양하고 3년 반을 당에 주둔해 있는 이유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대통령과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야당에서도 새로운 청년 정치를 앞세워서 우룡이 다음 대선주자가 되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고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모르지 않는 우룡이 방패막이로 진욱을 앞세워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물론 진욱이 거기에 이용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는 것도 비밀은 아니었다.
몇 달 후로 다가온 보궐선거에, 경선 없이 당내 공천을 일찍 정해 놓고 대선 행보를 함께 준비한다는 사실이, 생각하기에 따라선 위험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왜 벌써 시장공천이지? 당내 경선은 왜 없고?”
동원은 진욱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커다란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대선 일정이 당겨진다? 그게 무슨 말인지 너 알잖아. 이제 네가 말해 봐.”
동원은 노려보듯이 한참 동안 눈을 떼지 않고 진욱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머뭇머뭇 몇 번을 망설이다 겨우 한마디 입을 열었다.
“나는 형을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동원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먹다 남은 짜장면을 마저 먹었다. 마치 몇 끼 굶은 사람처럼 그릇 바닥이 드러나도록 깨끗이 다 먹어 치웠다. 그리고는 다시 진욱을 응시했다.
“형, 이쯤에서 은선우 씨랑 한 1년 외국이라도 나갔다 오면 안 될까?”
동원이 이제야 컵에 물을 따라 벌컥벌컥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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