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네 살배기 손자 정후가 집에 왔다.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외투를 벗으며 자랑했다. “할아버지, 정후 내복 했어!” 그때 필자는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짚신도 제 짝이 있듯 언어도 제 짝이 있다. 짚신의 짝이 맞지 않으면 신는 데 불편하듯이 언어도 짝이 맞지 않으면 읽는 데 불편하다. 문장 내에서 서로 짝을 이루어 쓰이는 말을 구조어(構造語)라고 부르는데 보통 연어(連語)와 관용어(慣用語)·공기(共起)를 들 수 있다. 이들 3가지 구조어가 호응을 이루지 않으면 문장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내복’이 ‘하다’가 아니라 ‘입다’와 어울린다는 것은 연어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살짝 맞아도 아플 때 ‘손이 강하다’가 아니라 ‘손이 맵다’고 하는 것은 관용어 표현이다. ‘○○사고 10주기’의 ‘사고’와 ‘주기’는 공기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주기(週忌)는 ‘○○사고 희생자 10주기’처럼 사람에게만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고 10주년’은 바른 구조어다.
한국어문교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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