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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종합·전문건설업체 폐업 규모가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건설업계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 건설업계는 악성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회복은커녕 전(全) 과정에서 자금 흐름이 막힌 상황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금융권으로까지 확장되는 가운데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이미 ‘돈맥강화’에 빠진 지방 건설업계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합·전문건설업체 폐업 급증… 미분양 많은 지방서 두드러져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1분기 동안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926곳으로 전년 동기 796곳 대비 14.0% 증가했다.
2014년 1208곳의 종합·전문건설업체가 폐업한 기록 이래 최대치이며 하루 평균 10곳 안팎으로 폐업한 셈이다.
특히 지방의 상황이 심각하다. 1분기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업체 926개 기업 중 지방 소재 기업이 551개(59.5%)로 절반을 넘겼다. 인천·경기 소재 기업이 257개(27.7%)·서울 소재 기업이 118개(12.7%)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청약제도·전매제한 등 수도권 맞춤형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얼어붙었던 수도권 부동산 거래량 및 분양률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분양 적체가 심한 지방은 규제 완화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로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 중 지방의 비중이 80%를 웃돌았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전체 8554가구 중 82.6%에 해당하는 7071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다.
고금리·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어렵게 자금을 조달해 아파트를 지었지만 시장침체·입지·고분양가 영향에 지방 매물이 팔리지 않아 수익을 내기는커녕 손실만 보고 있는 구조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지방 중소건설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계기업은 통상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불황 장기화·악성 미분양 증가에 여윳돈이 없는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폐업이 예고돼 있다”면서 “이러한 줄폐업이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현황 파악 및 지원책 마련을 시급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브릿지론’ 상환 위기 도래… 지방 부실사업장 선제 관리 필요성↑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에 이미 지난해부터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전반에 PF 대출 상환에 대한 리스크가 도래했지만 올 상반기 이후부터 소규모 및 지방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위험이 점차 현실화·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 PF 대출 건전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29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112조6000억 원) 대비 17조3000억 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0.37%에서 1.19%로 0.82%p 상승했다.
업권별로 보험사의 PF 대출 잔액이 전년 말 대비 2조3000억 원 증가한 44조3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이 6조8000억 원 증가한 39조 원, 여신전문금융사가 7조3000억 원 증가한 26조8000억 원, 저축은행이 1조 원 증가한 10조5000억 원이었다. 다만 상호금융(4조8000억 원)과 증권사(4조5000억 원)은 각각 1000억 원씩 감소했다.
특히 비은행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제2금융권 중심의 브릿지론 부실 현실화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사의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6.67%p 오른 10.38%를 기록해 10%대를 넘겼으며 여신금융전문사가 0.47%에서 2.20%로, 저축은행이 1.22%에서 2.05%로 상승했다.
부동산 PF는 본PF와 브릿지론으로 나뉘는데,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PF 대출 실행 전 초기 사업비(토지매입비 등) 조달을 목적으로 제2금융권에서 받는 단기·고금리 대출을 말한다. 브릿지론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한 뒤 본PF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 익스포저 총 14조 원 중 브릿지론이 8조1760억 원으로 58.4%를 차지한다. 이미 지난해 만기가 도래한 브릿지론 중 상당수가 본PF로 전환하지 못하고 3~6개월 등 만기 연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브릿지론의 경우 1분기 37%·2분기 27%가 만기가 도래해 약 64%가 상반기에 집중돼 있으며, PF는 상반기 약 38%의 사업장(1분기 21%·2분기 17%)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미분양 물량의 시장 내 누적이 투자자들의 원리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브릿지론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공매 처리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으며 본PF로 전환됐더라도 대구와 경북 등 미분양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최근 국토부에 위축지역 지정과 인센티브를 통해 지방 미분양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주건협은 “규제 완화 정책효과가 수도권에 쏠려 정작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 주택시장 위기 해소에는 미흡하다”며 “위축지역 지정과 인센티브 부과로 부동산 침체에 따른 리스크가 지역경제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주택 분양·매매 등 거래가 위축됐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지역은 주택 거래량, 미분양 주택 수 등 지정요건을 충족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 거주지 우선 요건이 폐지되고 청약통장 가입 후 한 달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는 등 인센티브가 부여되는데, 주건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제·금융·청약 인센티브를 추가로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이달 중 PF 대주단을 가동해 전국 5000여 개 사업장 중 부실 가능성이 있는 500여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자체 정상화 작업 또는 캠코 등에 매각하는 작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방 시장 규제 완화, PF 대주단 가동 등 방안을 실행하더라도 결국은 사업성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는 만큼 시장침체 속 공매 등 출혈이 뒤따르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주 실장은 “이미 부동산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상태에서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대주단이 부담하게 될 전체 손실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서 비롯되는 대주단 갈등 심화로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되거나 PF 부실 현실화 과정에서 금융기관 부실이 촉발돼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 등에 대해 세밀한 주의 및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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