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주요 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1월 한 달간 6조 원 안팎의 회사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70조 원에 육박해 비우량채에 대한 투심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시작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기에 따라 업종·등급 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 이상인 대기업 우량기업들이 이달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신용등급 AA-)가 첫 번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2년물 600억 원·3년물 800억 원·5년물 600억 원 등 총 2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회사채 발행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어 LG유플러스(AA0)가 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2500억 원 규모의 2·3·5년물 회사채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 원까지 증액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AA)도 1500억 원의 3·5년물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10일 수요예측을 거쳐 18일 발행한다.
이 밖에 롯데케미칼(AA) 2000억 원·한화솔루션(AA-) 2000억 원·KCC(AA-) 3000억 원·롯데쇼핑(AA-) 2500억 원·HL만도(AA-) 1500억 원·한화에너지(A+) 800억 원 등도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일반회사채가 5조7230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우량채까지 포함해 6조 원 안팎의 회사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은 통상 기관들이 연초 자금집행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일명 ‘연초 효과’다. 회사채 투자 심리가 양호한 점도 한 몫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회사채 금리는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작년 12월29일 기준 3.898%로 두 달 전인 10월31일(4.908%) 대비 1%p 이상 낮다.
다만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이 많다는 점은 부담이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는 69조859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만기 물량(58조6028억 원)과 비교해 10조 원 이상 많다.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본격 치솟으면서 기업들이 만기가 짧은 1~2년짜리 채권 발행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800억 원으로 금융업권 총자산의 0.09% 수준이다. 태영건설 직접 여신 5400억 원에 태영건설이 자체 시행 중인 PF 사업장 29개의 익스포저 4조300억 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만기 만기를 앞둔 PF 관련 건설사 또는 금융사·A급 이하 비우량채 등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선반영된 우려·태영건설에 대한 제한적인 익스포저 규모·정부의 발 빠른 지원책을 고려할 때 시장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건설업종 추가 부실 가능성과 제2금융권 손실 우려로 여전채와 하위등급을 중심으로 스프레드(회사채·국고채 금리 격차) 갭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적정 시장가격을 찾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이 추가됐지만 동시다발적인 건설사의 경영위기가 발생하지 않고 해당 리스크가 금융권 부실 위험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1개월을 넘기지 못할 재료”라며 “현재의 크레딧 시장은 적절한 시장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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