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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경제·산업 전망-⑤건설] PF發 위기·불황… 다중 악재에 시름
2023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 약 130조 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여파로 건설업계 분위기 ‘뒤숭숭’
여러가지 변수 고려해 건설사 PF 우발채무 리스크 선별해야
정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10 13:33:25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 연합뉴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거래량이 줄고 미분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분양 주택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주택 공급 감소·건설업 폐업 및 부도·취업자 감소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0일 건설산업연구원이 주요 신용평가기관들과 정부 발표자료를 종합한 결과 작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약 130조 원(브리지론 약 30조 원·본PF 약 100조 원) 중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중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의 만기연장비율이 브릿지론 70%·본 PF는 50% 정도로 판단된다. 부동산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 발생 규모는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만기연장건 대다수가 재작년부터 시작된 고금리와 공사비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상실된 가운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않은 사업장들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브릿지론 30여조 원의 70%인 21여조 원·본 PF 100여조 원의 50%인 50여조 원을 합산한다면 최대 부실 가능 규모(분양대금·토지공매 등을 통한 회수 가능 금액 미반영)가 70조 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분양대금·담보토지 공매 등을 통한 회수금액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부실규모에 대한 다소 극단적인 예상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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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위원은 “이미 대다수 PF 사업장들이 올해 중 준공돼 PF채무 이행 청구가 동기간 중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며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다수 건설사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도 건설사가 참여 중이었던 여러 사업장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면서 대주로 참여했던 적지 않은 수의 금융기관들이 동반부실화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출만기 연장이 이뤄진 다수 사업장은 분양 또는 매각실패가 이뤄진 경우로 사업성이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제 및 금융지원·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을 통해 위기 사업장들의 사업성을 높여 부실규모를 최대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옥 전경. 태영건설 제공
 
특히 최근에는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업계가 뒤숭숭하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은 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작년 12월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정부와 금융당국 등은 ‘자구안 이행 없이는 워크아웃도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이에 태영그룹은 채권단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태영건설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제공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8일에는 워크아웃의 개시 조건이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9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티와이홀딩스와 SBS 보유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정부 대응방안만으로는 태영건설 참여 60개 PF사업장 중 주거 시설물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장이 공·경매나 분양보증이행으로 처리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 롯데건설 CI. 롯데건설 제공
 
또 이달 초 증권가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해 유동성 리스크가 있는 기업으로 롯데건설·동부건설·신세계건설 등을 거론했다.
 
이에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PF 3조2000억 원 중 2조4000억 원은 1월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8000억 원은 1분기내 본PF 전환 등으로 PF우발채무를 해소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동부건설도 보도자료를 내고 “작년 4분기 3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3년 4분기 해외 현장의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 수금·대여금 회수 등으로 약 3000억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낮은 금리의 사업자금 대출은 예정대로 실행하는 한편 높은 금리의 운영자금을 지속해 상환함으로써 이자 비용과 채무 상환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관련해선 “작년3분기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2000억 원대(보증한도 기준)로 전체 PF 시장 규모가 134조 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리스크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먼저 선제적으로 자금 사정을 설명하는 것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증권가에서 ‘제2의 태영건설’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지목한 증권사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건설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PF보증 채무 관련 건설업계의 추가 위기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건설사의 신규대출과 만기 연장에 보수적으로 대응할 경우 재무구조나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사는 곧바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용평가 기관들과 증권사들이 개별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규모와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으며 건설사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발채무는 현 시점에는 재무제표에 채무로 계상돼 있지는 않지만 장래에 채무로 계상될 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채를 뜻한다. 부동산 PF 지급보증이 이러한 경우로 시장이 호황인 경우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금리상승 및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돼 시행사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이를 보증한 건설사의 채무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부채비율이 높아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건설업종 전체가 부실에 노출됐다는 우려의 시선과 함께 시장이 과도하게 경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건실한 건설사까지 도매금으로 부실회사로 낙인 찍힌다면 부동산 시장을 넘어서 경제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건설사마다 PF 규모·구조·성격 등 위험 수준을 판단할 요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건설사의 PF 내용과 재무구조를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도시정비 사업의 PF 대출 만기와 프로젝트 사업기간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 도중 차환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건설사로 PF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모든 건설사를 부실회사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막연한 공포에 휩쓸리지 말고 분양률·미착공 여부·상업용 부동산·분양 지역 등 여러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신용등급·부채비율·유동성 등 건설사의 재무건전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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