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 나들이 철을 맞아 화랑가도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갤러리에 걸린 작품의 면면을 보면 새봄을 의식한 듯 전체적으로 색상이 밝아졌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는 봄이 왔음을 만방에 고지하는 ‘빛과 향기를 담다’ 전을, 인사동 갤러리이즈는 화사한 봄빛 속으로 나가지 못해 자신을 안으로 가두는 ‘Self-Concealment(자기 은폐)’ 전을 개최한다.
빛의 생명성 향기의 추억
하랑갤러리 ‘빛과 향기를 담다’는 두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이지연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성질을 활용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같은 빛이라도 명암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밝고 강한 빛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관람객은 시각적으로 압도되어 웅장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약하고 은은한 빛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
또한 수용자의 취향에 따라 화려한 빛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빛에서 희망을 읽는 이도 있다. 이처럼 표현 방식이나 수용자의 입장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게 빛에 대한 감각이다.
이 작가는 자연에 대한 추억과 동경을 아름다운 빛으로 그려 낸다. 빛을 통해 복잡한 사고는 단순하게, 경직된 사고는 유연하게 변화된다. 또한 이를 통해 관람객의 기억은 평온하고 따뜻한 자리로 안내된다.
현내음 작가는 바람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향기의 외관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부드럽고 평온한 산들바람 속에서 깃털들은 각자의 춤을 춘다. 사람은 대상을 공감각적으로 인지할 때 더 오래 그리고 강렬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캔버스에 펼쳐진 깃털·꽃·풀은 바람이 실어 나르는 향기를 상상하게 해 준다.
현 작가는 “향기가 퍼지는 데는 공간적 제약이 따르지만 바람과 함께라면 어디든 닿을 수 있다. 바람이 전해주는 향기가, 바라보는 이의 시선 곳곳에서 생명력이 얻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20일 시작된 전시는 3월3일까지 이어진다.
꺼내지 못해 흘러내릴 뿐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는 제13회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선정 작가인 장용석 전을 개최한다. 전시명 ‘Self-Concealment(자기 은폐)’는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이미지의 틀에 가둔 현대인의 초상을 표현한다.
갇힌 자의 내면에는 그것을 표출하고자 하는 갈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장용석 작가는 이 형언할 수 없는 갈망을 과감하게 꺼내지도 숨기지도 못해 그저 흘러내리고 마는 현대인의 내면을 유희적 시각으로 포착한다.
전시는 28일부터 3월5일까지 갤러리이즈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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