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일간의 설 연휴 기간 태국 여행을 계획한 A씨는 트립닷컴을 통해 호텔을 예약했다. 첫 해외여행이라는 설렘을 안고 태국에 도착한 A씨는 트립닷컴을 통해 예약이 확정됐다는 사전 확인을 받은 바 있어 체크인을 위해 미리 프린트한 예약 확정서를 호텔에 제시했다. 그러나 호텔 직원은 여행사로부터 A씨 이름으로 생성된 예약이 없기 때문에 숙박이 불가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더욱이 당일 호텔에 남은 객실이 없어 새로운 예약을 생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당혹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이러한 당황스러운 일방 통보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트립닷컴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A씨가 선택한 예약 건이 공급사를 통해 생성된 예약이기 때문에 공급사의 동의 없이는 여행사에서 자체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는 엉뚱한 답변만 받았다.
온라인 여행사가 고객으로부터 보유한 객실 수를 초과한 예약(오버부킹)을 받으며 고객의 피해가 눈덩이로 커지고 있다. 여행사는 고객이 성수기 등 예약 발생이 많은 시기에 예약을 취소해 공실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버부킹’을 받는다.
그러나 오버부킹으로 숙박업소에 객실이 없어 숙박이 불가한 초과예약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초과예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 전 초과예약을 금지하거나 피해 발생에 대한 법적 구제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더욱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기준은 여행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트립닷컴·아고다·부킹닷컴 등 국내 대표 온라인 여행 중개 플랫폼은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면 호텔로 예약을 생성하는 ‘호텔 예약’과 호텔로부터 확보한 객실을 판매하는 공급업체를 통해 호텔로 예약을 생성하는 ‘공급사 예약’ 방식으로 객실을 판매하고 있다.
호텔 예약 방식은 고객이 여행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객실료를 결제하면 여행사가 직접 호텔로 예약을 생성하는 구조다. 반면 공급사 예약은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결제를 마치면 호텔로부터 객실을 확보한 공급사가 호텔 측으로 예약을 요청하는 경로로 예약을 만들고 있다.
이때 공급사가 보유한 객실은 객실 단가를 보다 합리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사전 호텔 측으로부터 한정 수량을 확보한 것으로 여행사에서 판매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공급사 또는 여행사에서 고객의 갑작스러운 예약취소로 인한 공실을 예방하기 위해 처음부터 숙박이 불가한 예약을 보유 수량보다 초과해 판매함으로써 오버부킹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 판매업자가 1항에서 규정한 금지 행위인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 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객은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완료하면 예약 확정 표기나 예약 시 기재한 연락처로 수신한 예약 확정서를 통해 예약 상태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만으로는 고객이 숙박 가능 여부를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숙소 측으로부터 숙박 거부를 받고 여행사가 환불을 거부하면 고객은 그대로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객실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대비해 호텔과 공급사 그리고 여행사에서 보유한 객실보다 많게 예약 건을 받아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업계에서 오버부킹을 허용하는 관행은 고객의 갑작스러운 예약취소로 인해 객실을 판매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상태로 남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며 “성수기가 다가오면 급증한 예약률에 비례해 예약취소에 대한 요청이 많아지게 되는데 여행사나 호텔·공급사는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초과예약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계자는 또 “호텔이나 공급사 그리고 여행사는 성수기 기간에 치솟은 수요만큼 객실 가격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사전 확보한 객실 수량 대비 50% 이상 초과예약을 받아 객실 점유율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면서 “비성수기에도 초과예약을 허용해 매년 여행사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숙소에 도착한 뒤 예약이 없어 숙박을 하지 못했다는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초과예약으로 인해 여행이 취소된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는데 사실 여행사에서도 초과예약 발생 시 명확한 취소 및 환불 규정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보상 범위도 고객의 문제 제기 수준이나 성향에 따라 일관적이지 않고 강하게 항의하는 고객에게만 객실료 전액 환불이나 자사 이용 포인트 지급 등을 추가 고려하는 등 차별적인 보상안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정보의 오류·기만적 방식으로 소비자 유인·소비자 계약해지 방해 등 금지 행위를 규정하는 조항이 존재하고 있지만 초과예약 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재할 방안이 마련된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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