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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칼럼] 부동산 PF 시장 폭탄 돌리기 이제는 멈출 때
PF 자금 경색 심화... 파산 직전 건설사들 수두룩
고동석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4 00:02:40
 
▲ 고동석 편집국장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뇌관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4월 총선 전부터 금융권에선 PF 시장이 수습 불가한 임계점을 넘어 터질 경우 IMF사태 때보다 더 참혹한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PF 대출을 취급하는 증권가와 제2금융권에선 작년 말부터 건설업체 사업별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고 돈 맥을 틀어쥐는 바람에 일부 건설사와 정체된 사업 현장은 시한폭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자금난으로 따지면 태영건설과 비슷한 수준의 건설사가 한둘이 아니다.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얼어붙은 PF시장의 영향이 연쇄적으로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짐을 주시해 오던 금융당국이 5월 중순 한차례 PF 대책 관련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부동산 PF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해 적극 개입할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나올 지경에까지 이른 PF 위기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급해진 시장 상황을 감안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523‘1차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갖고 PF 부실 사태로 인한 업계의 대추락을 점진적 연착륙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조율하고 이행 상황과 추진 로드맵을 제시했.
 
금융당국에선 대체로 거시경제가 회복되고 금리인하가 PF부실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부동산·건설시장의 체력이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정책의 방향과 수단을 시장에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공해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며 금융기업과 건설사가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PF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불확실성을 걷어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인데 사태 실상의 본질 접근에는 미흡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조언을 구한 부동산 금융전문가들은 앞으로 PF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속도와 범위 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여기에다 정책 추진의 속도가 너무 늦어서도 안 되고, 부실이 지속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PF 시장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옥석을 가려 추려 내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주지의 사실처럼 시장은 현재 올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도 예측 불가할 정도로 PF 자금이 경색된 상태다. 부동산 시공 사업에 돈을 끌어다 쓰려는 수요는 많지만 자금을 댈 공급처들은 문을 닫아 걸었고 보유하고 있던 것마저 손실을 보지 않으려 부실을 털어 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금시장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그런데 금융위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부동산 금융 전문가들은 시장의 체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PF 연착륙 대책을 보완하고 확대 조치를 취한 것이 시의적절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PF 시장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자금 지원과 사업성 제고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솎아 내기에 돌입한다 해서 자금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건설업권이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PF 시장에서 사업성 제고로 정리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이 파산으로 내몰리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현재 전국 3000여 개 건설시공 현장에서 금융권 대출로 투입된 PF 자금은 230조 원에 이른다. 금융위의 평가 기준대로라면 3000여 개 중 10%라고 볼 때 300여 개 사업장에 들어간 23조 원가량이 사업 부실로 회수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 중 최하위 정리 대상인 약 3% 사업장에 투입된 자금이 7조 원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부동산 시공의 특성상 부실처리 대상으로 포함돼 돈줄이 끊기게 되면 그 사업은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불행하게도 시중에는 이미 망할 건설사들의 리스트가 나돈 지 오래다. 그중 한 건설사는 5월 중순 이후 이미 주저앉았다.
 
하반기부터 PF 대출로 사들였다가 망해서 사업을 접은 부지들이 경·공매 시장에 흘러나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터무니 없이 싼 값에 땅을 매입하려는 후려치기 행태가 빚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그나마도 당국이 경·공매에 대해 사업자를 상대로 감독하고 매물 자금처까지 붙여 주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러운 조치다.
 
부동산시장에선 금융회사들의 적정 수준 이상의 고리 대출이 만연해 왔다.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자금을 끌어온 시행사들은 대출 자금으로 이자를 갚아 가며 사업을 추진하는 등 무리한 욕심을 부린 끝에 결국 파산하고 만다. 이처럼 금융기관·시행사·시공사로 짜여진 구조적 악순환의 쳇바퀴가 돌아가는 가운데 저금리에 원자잿값과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았던 부동산 호황기에는 돈을 벌었지만 불경기를 맞아 역전된 상황이 닥치자 폭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으로 부동산 PF발 금융위기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건설사와 PF 시장이 안정됐다는 말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번 기회에 PF 시장 손보기에 나선 김에 고리 대출 돈놀이 장사에도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주길 바라 본다.
 
PF 사업 연계 고리는 하나만 무너져도 잇달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무쪼록 고금리에 고물가로 허덕이는 지금 이 시점에 PF시장의 뇌관이 심각한 수준으로 실물경제의 수면 위로 터져 나오지 않도록 폭탄 돌리기를 멈추게 할 금융당국의 추진 방향이 부디 계획대로 성공해 PF발 금융 위기설을 이제 걷어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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