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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인·낙태’ 모호한 경계 무법 방치 언제까지
36주 낙태 유튜브 영상 논란 커지자 경찰 수사 착수
헌재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후 5년간 무법 상태
국회는 직무유기 멈추고 중지 모아 입법 서둘러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9 00:02:01
최근 한 유튜버가 올린 ‘낙태 브이로그’ 영상이 일파만파 충격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낙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 문제는 ‘인식’의 범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관련법에 5년간 공백 상태가 이어지도록 무법 방치한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지켜야 할 최소 규범의 기준은 법·제도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문제의 영상에서 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밝힌 유튜버는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낙태) 수술을 받았다면서 수술 전후 과정을 영상으로 올렸다. 지난달 말 이 영상이 게시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져 나갔고 이에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해당 여성과 수술 의사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과거 ‘34주 태아’를 낙태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던 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된 영상의 여성은 ‘36주 태아’라고 밝히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그 시기의 태아는 자궁 밖으로 나와 독립생활이 가능한 정도라고 말한다. 영상이 사실이든 주작이든 임신 36주 차에 중절 수술을 받는 과정을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동영상)’로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유튜브에 올렸다는 것 자체가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낙태’와 관련해 적용할 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낙태죄’라고 불리던 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66년 동안 유지됐던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 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의사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재의 결정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절대 우위에 두는 건 아니다. 당시 헌재는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정부도 국회도 수수방관하면서 입법 공백과 무법천지 속에 급기야는 ‘36주 낙태 브이로그’ 같은 행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낙태 이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태아를 독립된 생명체로 볼 것인지, 혹은 그것을 임신 몇 주를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등에 따라 낙태는 살인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가지 기본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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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도 낙태 문제가 뜨거운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22년 보수화된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으면서 낙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 측 갈등과 대립이 커진 가운데 표심(票心)을 자극할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애리조나 주의 낙태 금지 판결을 계기로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낙태가 큰 쟁점이 되기는커녕 무법 지대에 놓여 있다. 인간 생명의 시작점이 되는 중대한 영역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태아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시기를 두고 14주·22주 등 낙태 가능 시기를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국회는 이제 직무유기를 멈추고 중지를 모아 입법을 서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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