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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겉과 속’ 美 캘리포니아… 노숙촌 철거 놓고 양분
대법원, 공원노숙 벌금 ‘합헌’에 주지사 행정명령
샌프란시스코 “법 집행” 對 LA “돌봄 우선”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1 16:59:10
▲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노숙촌 모습.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州)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에서 노숙촌 철거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노숙자 65만3000명 중 약 30%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이곳의 법무장관 출신인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공화당이 공세를 높이는 가운데 대비적 차원의 행정명령이지만 민주당 내 분열도 야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州)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에서 노숙촌 철거를 위한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오리건주 그랜츠패스가 공원 노숙자에게 벌금 295달러(약 40만7000원)를 부과하는 조례 제정을 6월 연방 대법원이 합헌으로 판결하자, 이에 근거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해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워크’(Woke·깨어난 상태)가 명사형 ‘워키즘’으로 자리잡았을 만큼 약자 배려를 내세운 ‘진보’의 힘, 그 대표 격인 캘리포니아에서 의외의 행정명령이 발동된 것이다. 더구나 두 주요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가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모두 민주당 소속 시장들이지만 상당한 정치적 경향차를 보인 셈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 분열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진 노숙자 문제가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래의 밀입국자 급증과 무관치 않건만, 주류 언론에선 일체 관련 언급이 없으며 이를 그대로 옮기는 국내 매체들의 행태도 눈길을 끈다.
 
3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뉴섬 주지사의 이번 행정명령을 이행하고자 노숙촌을 적극 철거·단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숙자가 불응할 경우 ‘경고’나 ‘과태료 부과’, 심하게 저항할 경우 ‘체포’ 등 처벌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반면 LA 카운티 행정 당국인 감독관위원회(BS)는 전날 회의에서 기존 방침인 “돌봄을 우선으로 하고 마지막 조처가 구금”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도시연합의 LA카운티 지부장 비 디어링거는 “도시들이 노숙촌 확산에 압도당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비정한 태도로 여기는 것에 반발했다. 또 LA 88개 소도시가 저마다 상이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어 특정 지역의 노숙자 편중 현상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의 무주택자 인구가 LA로 오도록 환영매트를 깔아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린지 호바스 LA카운티 감독관이 말했다. 
 
LA가 노숙자 천국인 배경으로 우선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를 꼽을 수 있다. 한겨울 기온이 10도 전후이며 한여름 습도가 낮아 노숙하다 얼어죽거나 열사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거의 없다. 곳곳에 야영하기 편한 공원도 많다. 비싼 주택 임대료가 저소득층을 노숙자로 내모는 구조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밀입국자 급증 현실이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는 남부국경을 통해 몰래 들어온 사람들에겐 최적의 지리적·제도적 조건을 갖췄다.
 
뉴섬의 이번 행정명령은 11월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 공화당은 캘리포니아주 노숙자 및 범죄율 증가 책임론 수위를 높였다. 해리스가 이곳의 법무장관(검찰총장)과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개발부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노숙자 65만3000명 중 약 30%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이 가운데 약 절반(44%)이 LA 대도시 권역에 산다. 
 
뉴섬의 행정명령 관련해 뉴욕타임스(NYT)가 지역 안팎의 민주당 지도자들을 분열시킨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캐런 배스 LA 시장이 노숙자 대응에 있어 “범죄시(視) 대신 주거 지원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포괄적 접근법을 선호한다”며 뉴섬 주지사를 비판한 사실 등이다. 배스 시장 취임 직후부터 노숙자들을 실내에서 지내도록 하는 ‘인사이드 세이프’(IS) 정책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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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시장은 노숙자 문제에 총 13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배정, 이중 일부를 ‘IS’에 투입했다. 시 당국이 지난달 12일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2600명 노숙자가 실내로 이동했으며 이중 절반가량이 호텔·모텔 등 숙박시설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체 노숙자 중 4분의 1 이상인 613명은 다시 거리로 돌아갔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비용 증가로 재정 압박이 커지자 당국은 민간에서 기부받아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LA4LA’ 캠페인을 발족했다. 배스 시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시정연설에서 이 캠페인을 강조하면서 “민간 부문의 인간애와 관대함을 활용해야 한다”며 부유층의 기부를 촉구했다. 
 
LA4LA 캠페인을 칭찬하고 기부에 응한 부자들도 있으나 지역 매체 캘리포니아글로브에선 비판적 여론을 전했다. 여러 자선 단체·조직 운영에 관여해 온 얼리 켈리 변호사는 “내 고객들도 기부를 많이 하지만 LA4LA에 기부하려 할 것 같진 않다. 시 당국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LA4LA는 나쁜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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