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e커머스다. 코로나19 기간 중 비대면으로 거래를 해 왔는데 코로나19 이후에도 편리성·가격할인 혜택 등의 매력으로 비대면 플랫폼 e커머스 업계는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135조 원이었던 e커머스 시장규모가 2023년 말에는 227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e커머스를 건전하게 유지·성장시킬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일부 있는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번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발생해 그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오던 한국의 e커머스가 중대 위기를 맞고 있음은 물론 소비자·판매자의 피해가 확산되는 등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e커머스의 정산 구조를 보면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카드로 상품을 구매하면 카드사 의 결제대행(PG)사를 거쳐 이번에 문제된 티몬·위메프 같은 e커머스회사로 구매 대금이 흘러가고 e커머스사는 약 30-40일 후에 상품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그런데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제3자인 e커머스가 거액의 판매 대금을 이자 없이 한 달여 사용할 수 있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도에 의하면 문제가 된 티메프의 모회사 큐텐은 이 자금을 다른 e커머스회사 인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하고, 지난해 3월과 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이어서 올해 2월 위시를 인수하고 3월엔 온라인쇼핑몰 ‘AK몰’도 사들였다. 이러한 확장을 토대로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다.
새로 인수한 e커머스에서도 계속해서 구매 대금이 잘 들어오는 등 자금의 회전이 원활하면 문제가 없지만 한 군데서만 삐끗하면 판매자에게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잘못하면 갚아야 할 돈을 다시 빌려서 갚는 돌려막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폰지 거래의 늪에 빠질 우려도 있다.
정산 지연으로 시작된 티몬·위메프 사태의 경우 자금 흐름이 금융사 ‘뱅크 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비슷한 양상을 띠는 이유는 티몬·위메프 영업 행태의 본질이 유통업보다는 금융업과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용자가 869만 명에 달하고 월 거래액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입점업체에 대한 판매 대금 정산을 1~2개월 뒤로 미루면서 사실상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했다.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이 이 자금을 투자금으로 썼다면 1조 원이 넘는 돈을 제멋대로 굴리는 사실상 비인가 투자사처럼 운영한 것이다. 사실상 금융회사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 등과 달리 느슨한 규제를 받아 그림자금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싸고 좋은 상품 생산자를 찾아 소비자에게 연결하려는 노력보다는 투자 자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e커머스 업체 이용자 풀을 늘리다 정산할 돈이 부족해지자 상품권 할인 판매에까지 손을 댔을 것이다. 소비자와 판매자의 금전적 피해 형태도 금융사의 지급 불능의 경우와 비슷하다.
e커머스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전자상거래법·전자금융법·여신전문금융법 등으로 제각각이다. 관할 부처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으로 쪼개져 있다. 어느 한 부처나 기관이 전담해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 기법 발달 등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그림자 금융의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이제 e커머스도 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 차원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9일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티몬·위메프에서 정산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5600억 원+α’의 유동성을 즉시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지난달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티메프의 기업회생 관련 절차가 30일 시작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티메프의 자산 처분과 채무 상환을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당분간 소비자는 티메프에서 환불을 받을 수 없고, 판매자들은 거래 대금을 정산받을 수 없게 됐다.
이용자와 판매자들이 규모가 작은 e커머스를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티메프’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중소형 e커머스 전반으로 사태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결국 판매 대금과 회사 고유계정을 분리 관리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발 방지책이 나와야 e커머스와 판매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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