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의 정책 목표는 역동적 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이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목표 설정이다. 민생 안정을 위해 상속세 인하·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등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세법 개정으로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우려된다. 금년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 감소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 성장한 수준이다. 한국보다 1인당 소득이 두 배 정도 되는 미국은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한국보다 높은 연 2.8%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낮은 물가 속에 높은 수준의 성장이 지속되는 골디락스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인플레감축법(IRA)·반도체법 등에 의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계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득은 미국의 절반 수준인데 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세법 개정으로 경제의 역동성 제고를 도모하려고 방향을 잡은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금년 2/4분기 중 경제성장률을 지출 항목별로 보면 민간 소비는 재화 소비(승용차·의류 등) 부진으로 0.2%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0.9% 증가에 그쳐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막대한 가계부채와 고용 불안, 소상공인·자영업의 폐업 증가로 구매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비가 2~3%는 증가해야 경제에 활력이 도는데 적어도 지금은 그것이 요원한 일이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주거용)과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1.1%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기계류(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가 줄어 2.1% 감소하고 있다. 경제의 핵심인 투자·소비가 모두 감소하고 있으니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정부 소비가 0.7% 증가하고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하고 있는 정도다.
어떻게 해야 투자·소비가 늘어나서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날까. 좀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세법 개정안은 그런 것과 관계가 멀다. 금년 4월 총선을 앞둔 지난 해 성장률이 1.4%로 추락해 총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는데도 문제 인식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에도 소비·투자 부진이 저성장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도 늘어나서 민간소비도 회복되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설비투자가 계속 빈사 상태에 놓여 있는데도 투자 회복을 위한 조치가 미흡하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기간을 3년 연장한 정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 등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4%에서 21~22%로 낮출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보다 불리하지 않은 세제 환경에서 경쟁하며 기업 가치를 높여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세제 환경은 경쟁국 대비 불리하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를 웃돈다. OECD 내 한국의 법인세율 순위도 2013년 23위에서 지난해 11위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율 인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에 따르면 법인세율 1%p 인하 시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가 3.9% 증가하고 실업률은 0.56%p 감소하며 투자·고용 확대로 기업 성장이 이루어져 법인세 세수가 6조3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서 거론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상징되는 고가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특정 선호 지역의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하다. 그러나 건설 투자가 빈사 상태다. 특히 야당도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이래 가지고 어떻게 중산층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종부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더불어 모두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과 맞닿아 있는데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주택 공급이 줄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종부세를 도입했다. 종부세는 이미 소득세를 납부한 재산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과 노태우정부 시절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정이 있었던 토지공개념과도 맞닿아 있어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었다. 결국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위헌결정을 받았다. 역동적 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더욱 전향적인 세제가 절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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