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했다. 나라 살림의 근간인 세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적의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 경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미국은 제조업·고용 지표의 부진으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직면했다. 시장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세계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 내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지금 세수(稅收)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까지 걷힌 법인세가 올해 목표치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6월 법인세 수입은 1년 전보다 16조1000억 원(34.4%) 줄어든 3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기업은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한 세금을 8~9월에 내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간예납이 이뤄지는 이달을 기점으로 법인세 수입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간 예납분 세금을 매길 때 지난해 적자를 본 기업에 대해선 작년 결손금을 일부 빼 주는 점이 변수다. 상반기 기업경기 호조에도 법인 세수는 기대만큼 걷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세 실적에 비상등이 켜지며 국세 수입도 타격을 입고 있다.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9조9800억 원(5.6%) 줄어든 168조6000억 원이다. 올 한 해 목표치의 45.9%에 해당해 최근 5년 평균 진도율(52.5%)보다 7%p 가까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상속세 완화를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상속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고 과세표준도 구간별 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며, 자녀 공제는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크게 높아 조세 체계를 합리화하려는 고민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수 펑크’ 우려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내년부터 최소 5년간 4조3515억 원으로 추산했다. 세수 감소 양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 재정 기반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 원대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결손 규모가 10조 원대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세입 기반을 확충할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 재정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가파르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그런데다 건전 재정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민생·경제와 무관한 악법들이 거대 야당에 의해 일방 처리되면서 경제에 큰 걸림돌이 나타난 것이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5만 원 지원법’은 나라 살림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외면한 매표 행위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적게는 13조 원, 많게는 2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중 유동성 확대로 물가를 자극해 서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대규모 추경으로 국가재정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민주당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나라 살림은 ‘망조(亡兆)’가 들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정교한 지출 구조 조정 방안을 마련하길 당부한다. 물론 ‘25만 원 지원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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