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대만 유사시 北·中 동시 대적할 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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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보 전문가들 연구의뢰 결과 ‘포린폴리시’ 기고

대만문제로 촉발된 美·中전쟁→남북한 개입으로 비화
美 주의 분산 틈타 중국 업은 김정은 對南도발 확실시
中의 ‘한국 중립’ 오판 막고 北엔 ‘한국 수호’ 의지 밝혀야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3 18:03:14

▲ 한미연합사령부의 공중 훈련 모습. 한미연합사는 인도태평양 안보 주축의 하나로 한미동맹 하 주한미군-한국군의 효율적 연합을 가능하게 해준다. '대만 유사시' 중국과 북한을 동시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 안보 전문가들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대만 유사시’를 상정해 ‘미국이 한국 등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북한을 동시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안보 전문가들 주장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권위 있는 격월간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미 싱크탱크 애슬랜틱카운슬(AC·대서양협의회)의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매슈 크로닉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은 지역 전쟁으로 비화해 남한·북한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는 골자의 글을 실었다.

기고문에 따르면 2년간 미 국방부 후원을 받아 미국이 중·북과 한꺼번에 충돌하는 상황을 연구 및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만문제로 촉발된 미중전쟁이 미북전쟁으로 비화해 중국의 개입으로 귀결된다는 결론이다. 지난달 미 국방전략위원회가 인도태평양·유럽·중동의 동시다발적 위협에 대처할 ‘다중 전구군(戰區軍) 구성’ 개발을 제안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이것 못지 않게 중시돼야 할 게 중·북과의 동시전쟁 잠재성임이 글 서두에서부터 언급됐다.

필자들은 우선 “북한이 미·중 군사충돌에 적극 가담할 만한 강력한 이유”를 짚었다. “대만문제로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면 김정은은 이제 ‘주적’으로 적시한 남한을 향해 기회주의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며 ‘정권 위협의 조짐을 전제로 선제공격’ 원칙까지 선언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 “중국에겐 평양의 전쟁 노력을 후원하고 중-북 국경 근처에 완충지대를 설정해 군사력 직접 개입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며 심지어 “베이징과 평양이 사전 조율 없어도, 설사 초기 갈등을 촉발한다 해도 (양측의 연대는) 유효하다”고 필자들은 봤다. 북·중을 공동운명체이자 순망치한 관계로 본 합리적 추론이다. 6·25전쟁 당시 항일전쟁과 내전 직후 극도로 피폐한 중공이 ‘항미원조’(抗美援朝) 깃발 아래 무리하게 참전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전쟁에 남북한 개입 불가’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다수 분석가들의 생각을 “잘못된 전제” “미중관계가 협력적이던 시절의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판한 점, 대만공격에 앞서 중국은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북한의 도발을 교사·요청할 것이라는 기고문의 예측이 눈길을 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역내 미군기지의 군사력을 증강시키게 될 것이며 중국이 이에 보복 내지 견제 목적으로 한국·일본 등의 미군기지를 공격할 명분을 내세울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같은 적절한 기구가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해 ‘대만 유사시 논의’를 회피해 왔다는 사실에 필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한국의 이런 태도가 필요한 시나리오의 체계적 준비를 불가능하게 하며, 중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 둔 채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고문에선 중·북과의 동시 충돌 상황 가능성과 대비책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 자체의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공적 논의가 있어야 대책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하와이의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통합된 다국적 군사 구조가 미비해 중국발 역내 침공 행위에 직면할 때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한미연합사 등과 어떻게 조율·통합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필자들은 또 “중국·북한의 위협을 상호 연결된 것으로 접근한다는 한국 정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베이징에서 이 지역의 미군기지가 중국발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이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환상을 못 가지게 만들 것”, “워싱턴 역시 중국과 갈등 상황 속에서도 한국 방어의 확고한 의지를 평양에 인지시킬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과 호주·필리핀 등이 중·북과의 동시 전투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별 계획 수립과 군사훈련을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또한 언급됐다.

4월 워싱턴선언 시점만 해도 미국의 주요 전·현직 안보 전문가들 인터뷰에서 ‘중국 대항하기 바쁘니 한반도 유사시엔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곤 했다. 한반도 유사시를 중국 및 양안문제와 분리한 듯한 입장에 비해 이번 기고문은 훨씬 현실적 견해를 제시했다. 사실상 2023년 출간돼 국내에서 화제가 된 ‘이미 시작된 전쟁’(이철 저)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 책의 시각이 다른 필자들의 FP 기고문을 통해 더욱 확장돼 한·미 관련 당국자들 관심을 끌 계기를 얻는다면 또 하나의 진전인 셈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