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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왜 오락가락할까
임한상 차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3 00:02:30
 
▲ 임한상 사회부 차장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신상공개 제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아파트 이웃 주민을 폭행해 살해한 최성우(28)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앞서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상은 비공개 결정된 게 도화선이 됐다. 두 사건의 내용은 유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12일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을 받는 최성우의 신상을 공개하고 그를 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랑구 아파트 흡연 구역에서 마주친 70대 이웃 주민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피해자가 자신과 어머니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일 서울경찰청은 ‘일본도 살인사건’의 범인 백모(37) 씨의 신상공개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백씨가 정신질환이 의심돼 예방 효과가 적고, 피해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백씨 사건 역시 ‘묻지마 살인사건’이었다. 백씨는 7월29일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날 길이 102㎝의 일본도를 휘둘러 담배를 피우러 나온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 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백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슷한 살인사건 임에도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최성우의 신상은 공개된 반면 백씨의 신상은 비공개 처리가 돼 ‘형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형벌 포퓰리즘은 정치적 또는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해 형벌 정책을 강화하거나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주로 범죄 문제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면서 법적 균형보다는 대중의 감정에 영합하여 형벌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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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형벌이 과도하게 강화되더라도 범죄 예방 효과는 크지 않으며, 오히려 법적 정의의 왜곡이나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살인사건의 두 가해자 모두 망상에 빠져 일면식 없는 이웃 주민을 잔인하게 살해했는데 신상공개에 대한 판단은 180도 달랐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신상공개 제도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올 1월부터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본격 시행됐다. 2010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도입됐지만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범죄자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이 커지자 제도를 손본 것이다.
 
신상공개 대상에는 기존 성폭력과 특정강력범죄에 더해 특수상해·방화·마약 사범 등이 추가됐고 수사 중인 피의자뿐 아니라 재판 중인 피고인도 포함됐다. 또 수사기관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 동의 없이 얼굴 사진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신상공개를 위해선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추상적으로 규정된 ‘충분한 증거’나 ‘공공의 이익’ 등이 제멋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어떤 항목을 중점적으로 살피는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구성이 수사기관·지역마다 달라 결정 기준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상공개는 특정 법률에 의한 것인 만큼 한 치의 오차 없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사회적 요구나 범죄 예방 등의 이유로 신상공개가 더 자주 이루어지는 편이라고 한다. 일관적이고 형평성 있는 신상공개를 위해선 전국 단위의 단일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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