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 은행권 장애인고용률은 5년째 1%대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낼뿐이다.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증권사·보험사도 고용을 외면한 채 돈으로 때우는 중이다. 고용 부담금 기준 단가를 높여 금융권 장애인고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1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취합한 ‘장애인 고용률 및 고용부담금 납부액 현황’을 확인한 결과 올해 8월 말 민간은행 15사의 장애인고용률은 평균 1.44%로 집계됐다.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 고용률 기준치(3.1%)보다 1.5%p 이상 낮은 수치다. 이들 은행은 2020년 1.25%, 2021년 1.11%, 2022년 1.09%, 2023년 1.20% 매년 기준치를 밑돌았다.
은행 등 민간기업은 5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면 장애인고용법에 따라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 현재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전체 3.1%다. 의무 고용 인원에 미달하면 사업주는 미달 인원에 따라 고용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은행 모두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못했다. 5대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1.03%로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이 1.11%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하나은행 1.37% NH농협은행 1.62% KB국민은행 1.64% 순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1.9%)·케이(2.8%)·토스(0.5%)도 크게 밑돌았다. 경남(0.91%)·부산(2.01%)·광주(0.76%)·전북(1.57%)·제주(0.92%) 지방은행도 저조했다.
은행의 장애인고용 외면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였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고용 대신 돈으로 해결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납부한 민간은행 15곳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240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2021년 236억 원, 2022년 245억 원, 2023년 249억 원 지속 증가세다.
5대 은행이 8개월간 199억 원을 납부하며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은행 45억 원, 신한은행 43억 원, 농협은행 40억 원, 하나은행 36억 원, 국민은행 35억 원 순으로 금액이 컸다.
이 같은 지적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장애인 특별채용 부문을 신설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고 장애인 인력 채용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직무 발굴이나 한경대학교와 MOU 체결 등 대학과의 업무협약, 장애인 표준사업장 연계 고용 등을 지속 확대하면서 장애인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보험사도 고용률 평균 1~2%에 불과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권 대부분이 장애인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8월 말 주요 증권사 9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메리츠·신한·하나·키움)의 장애인고용률은 평균 2.04%로 의무 고용률(3.1%)을 크게 밑돌았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0.2%)·하나증권(0.86%)·미래에셋증권(1.57%)·신한투자증권(1.75%))이 하위권이었다. 고용 부담금도 하나증권 7억2569만 원, 미래에셋증권 5억2329만 원, 키움증권 4억5000만 원, 신한투자증권 4억2791만 원 순으로 많았다.
보험사도 장애인고용률이 평균 1.98%에 그쳤다. 한화생명(0.00%)을 제외하고 교보생명(1.1%)·현대해상(1.63%)·삼성생명(1.66%)·DB손해보험(2.13%)·삼성화재(2.18%)가 기준치에 미달했다. 이들이 8월까지 납부한 고용 부담금은 50억 원으로 작년 한 해 부담금(47억 원)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를 확대하고 고용 부담금 기준 단가를 높여 금융권의 장애인고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란 장애인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산입하는 제도다.
부담금 기준 단가는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으면 월간 기준 206만740원(해당연도 최저임금)이지만 의무고용인원 4분의 1 미달 시 173만1800원, 2분의 1 미달 시 148만4400원, 4분의 3 미달 시 131만1220원, 4분의 3 이상 미달 시 123만7000원으로 완화 폭이 점점 커진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된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지만 장애인 스포츠단을 운영하거나 장애인을 채용해 자회사를 만들고 모회사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방안이 장애인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았을 때 최저임금 수준의 부담을 부과하지만 장애인을 일부 채용하면 기준 단가가 크게 내려간다”며 “고용 의무 이행 수준과 상관없이 최저임금에 준하는 기준 단가를 만들면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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