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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명소산책] 자비의 여인 퐁파두르 후작과 크레시-쿠베 마을
퐁파두르 부인이 보석 팔아 손수 재건한 마을
계몽주의 시대 예술가와 장인들의 미팅 장소
최인숙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25 00:02:50
▲최인숙 문화칼럼니스트·정치학박사
프랑스의 세계적인 위상이 흔들렸던 18세기 중반, 퐁파두르 부인은 루이 15세에게 꼭 필요한 친구였다. 그녀는 20년간 왕의 아내이자 장관·치료사 역할을 함으로써 왕이 프랑스를 굳건히 통치할 수 있게 조력하였다. 이 여인은 정치·외교·예술뿐만 아니라 요리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트러플 수프와 초콜릿·샴페인을 좋아했고 정신건강에 좋은 음식에 흥미가 많았던 그녀는 크레시(Crécy) 영지에 낙농장과 양계장을 지었다.
 
베르사이유에서 60km 떨어진 이 영지는 1746년 루이 15세가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 이곳에서 퐁파두르 부인은 때때로 바쁜 일상을 잊고 휴식을 취하며 직접 버터를 만들거나 요리를 즐겼다.
크레시에 성이 세워진 것은 아마도 13세기 초로, 성은 블레즈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본관 건물 과 두꺼운 성채로 이루어져 있었다. 1730년경, 크레시의 후작 루이 알렉상드르 베르쥐(Louis-Alexandre Verjus)는 이 성을 허물고 테라스가 광대한 이탈리아식 성을 짓기 위해 대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그는 1746년 퐁파두르 부인에게 팔아 넘겼다.
이를 인수한 그녀는 성을 확장하고 새롭게 단장했으며 정원을 멋지게 디자인했다. 베르쥐 후작의 테라스는 변화가 없었지만 블레즈 계곡은 조경되었다. 테라스 기슭에 긴 웅덩이를 파서 불꽃 놀이의 광채를 반사하고 배가시키기 위한 ‘거울’이라는 수로를 만들었다. 북쪽에는 왕이 구입한 도네 성이 있고 남쪽에는 아름답고 고전적인 외관을 가진 벨라시에르 방앗간(Moulin de la Bellassière)이 있었는데, 이 방앗간은 계몽주의 시대의 정신을 되살려 예술가와 장인들의 유쾌한 미팅 장소로 이용되었다. 1750년 퐁파두르 부인은 이 방앗간을 용도 변경하여 겨울 정원과 성의 세탁소로 사용했다.
 
▲ 블레즈 강에 세워진 벨라시에르 다리: 1993년에 역사적 기념물로 등재되었다. 사진 = 프랑스 위키피디아
 
한편, 크레시 마을은 1750년에서 1754년 사이에 퐁파두르 후작 부인에 의해 재조직되었다. 그녀는 1754년 영지에 있는 본당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생장병원을 짓기로 하고 쿠베 계곡에 있는 작은 성 마장빌을 구입했다. 하지만 건축가들은 건물이 너무 낡았으니 철거하고 기둥과 대들보만 살려서 다시 짓자고 했다. 이 건물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년이 넘었다. 자금이 부족했던 퐁파두르 부인은 보석을 팔아야만 했다.
건물은 중앙 본관과 두 개의 날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을과 가까운 오른쪽 날개에는 예배당이 있고 왼쪽 날개에는 병원이 있었다. 골조에는 벽돌이 사용되었고, 바닥에는 돌을 깔았다. 내부에는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을 설치했다. 영국식 정원은 이전의 공식적인 정원을 대체했다.
▲ 퐁파두르 부인이 만든 생장병원. 사진 = 프랑스 위키피디아
 
 
또한 그녀는 펌프와 지하 터널을 통과하는 파이프를 이용해 언덕 꼭대기까지 물을 끌어올리는 공사를 하도록 했다. 작은 급수탑에 모인 물은 성 정원에 있는 네 개의 연못과 마을 주택 아래를 흐르는 작은 지하 수로를 통해 주부들이 부엌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되었다.
마을 기슭에는 두 개의 새로운 텃밭을 만들어 계속 늘어나는 성 직원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제공했다. 어느 가을날, 퐁파두르 부인은 이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마을의 한 후작과 함께 50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었다. 이 텃밭은 자선의 딸 수녀회의 여섯 수녀가 맡아 운영하고 팡티에브르 공작은 병원을 맡아 계속 유지하면서 성당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다.
이 모든 공사는 약 10년간 진행되었다. 이 기간 동안 왕은 크레시 마을을 스물세 번이나 방문했다. 왕은 때때로 이곳에서 회의를 열기도 했다. 퐁파두르 부인은 훗날 한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모두 이 건설을 어리석은 일로 조롱했습니다. 저는 수많은 비참한 사람에게 빵을 나눠 주는 소위 이런 광기를 열렬히 지지했지요. 제 기쁨은 금고에 있는 금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퍼뜨리는 데 있습니다.”
퐁파두르 부인은 크레시 마을 사람들에게 너그러움을 베풀 줄 알았다. 그녀는 마을의 16명의 처녀를 청년들과 결혼시킨 후 각 부부에게 300리브르와 200리브르의 옷을 선물했다. 성 안뜰에서 축하 행사를 열어 주기도 했다.
이처럼 크레시 마을은 퐁파두르 부인에게 빚진 게 많다. 파리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1시간30분을 달리면 나오는 이 마을은 프랑스혁명 이전에는 크레시 마을로 불렸지만 1782년 블레즈 계곡에 있는 쿠베 마을과 합쳐져 그 후 크레시-쿠베 마을로 불리고 있다.
 
이 마을에 남긴 퐁파두르 부인의 저택은 애석하게도 1796년, 미국인 투기꾼의 손에 넘어갔다. 이 미국인은 큰돈을 벌기 위해 그녀의 저택을 조각조각 나누어 팔았다. 다행스럽게 마을의 주택과 회관에는 여전히 퐁파두르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테라스가 잘 보존되어 있어 오늘날에도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해발 160m 높이의 블레즈 계곡에는 산책로가 구불구불 펼쳐져 있고 평화의 쉼터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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