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한비반도체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동맹을 깨트렸다. SK하이닉스가 HBM 제조 장비 HC 본더를 한화세미텍에 발주하자 발끈한 한미반도체가 HC 본더 가격을 28% 올렸다고 알려졌다. HC 본더란 열과 압력으로 D램을 연결하는 장비다. 한미반도체는 특허 침해 혐의로 한화세미텍을 고소했는데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 장비를 구매하자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에 HC 본더를 납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가 최근 SK하이닉스 공장에 파견된 고객서비스(CS) 엔지니어 수십명을 철수시켰다. 해당 인력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TC 본더 100여 대를 보수하고 고장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한 인력이다. HC 본더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등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TC본더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에 사용되는 HBM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가우라브 굽타 가트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HBM은 클라우드 증설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2028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의 30.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HBM 매출 또한 316억 달러(약 44조924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에 오른 것 역시 엔비디아 HBM 공급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이 HBM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3E 12단 퀄 테스트를 마치고 대량 양산 단계에 돌입하며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HBM 핵심 장비인 TC 본더의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TC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TC본더를 납품 받으며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동맹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화세미텍은 2020년부터 TC본더 개발에 착수해 2025년 3월14일 SK하이닉스의 퀄테스트 마지막 단계를 최종 통과해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공급망 다양화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TC본더가 HBM 핵심 장비인 만큼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사이가 돈독하다고 하더라도 한미반도체에만 공급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싱가포르 장비 제작사 ASMPT의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한화세미텍과 더불어 다양한 장비회사와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에게 특허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한미반도체는 2024년 12월4일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HBM 생산용 TC본더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세미텍은 1월9일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이 보완을 요청했고 한화세미텍은 두 차례 연장을 신청했다. 한화세미텍의 대응이 늦어지며 일각에서는 한화세미텍이 특허 침해가 아님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손을 잡은 것이 한미반도체의 심기를 건드리며 두 회사의 싸움으로 번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더해 한미반도체가 새로운 고객사를 찾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 이런저런 소문이 나오고 있으나 확실하게 확인된 내용은 없는 만큼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TC본더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업계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며 “다만 왜 이게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분쟁까지 갔는지는 몰라서 업계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등은 HC 본더 관련 갈등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답변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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