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국토부)가 6월 재개발 사업장 내 임대주택 건설비율 상향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 방침을 밝힌 가운데 최근 토지 등 기존 조합원들 사이에선 사업성 악화로 인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추진위) 및 조합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재개발이 꼭 필요한 달동네의 경우 현재도 임대 의무비율이 적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정부가 정한대로 개정안이 발표된다면 사업성 저하로 추진동력을 잃고 낡은 주거지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정부나 시에서 제안하는 도시재생,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은 노후 주거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달동네 재개발 가로막는 정부규제 추가 등장 예고에 깊어지는 서민 시름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늦어도 6월까지는 절차를 밟아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의 조례 개정 등을 거치면 시행령 시기는 9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도권 재개발 사업지의 전체 주택 대비 임대비율은 서울이 10∼15%, 경기·인천은 5∼15% 등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임대비율을 20%까지 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수급 상황에 따라 올릴 수 있는 임대비율을 기존 5%p에서 10%p 이내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재개발 사업지의 임대비율은 최대 30%까지 높아지게 된다. 현재는 최대 20%까지만 설정 가능하다.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된다면 기존 대비 무려 10%p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재개발 임대 의무비율을 높이는 것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시행령이 개정되면 즉각 조례를 개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의 고시가 나오면 이를 보고 움직일 것이다”며 “9월 중으로 결론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늦어도 9월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야 하는 셈이다.
벌써부터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시행령 개정과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이뤄질 경우 사업성이 낮은 곳은 재개발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업성 악화 때문이다. 만약 재개발 사업 무산 사례가 속출한다면 서울 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돼 종국엔 부동산 시세 상승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흥수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조합장은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현행보다 올라간다는 것은 사업성이 저하된다는 이야기다”며 “결국 기존에도 사업성이 좋지 못했던 곳은 사업을 포기하게 돼 서울시 전체적으로도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용적률을 높여주던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인센티브를 함께 부여해야 반발이 적을 것이다”며 “재개발도 일종의 개인 사업인데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성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승호 봉천14구역 추진위원장은 “최근 임대주택 비율 상향 문제로 전문가와 논의 중이다”며 “서울 내 모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임대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진다면 일반분양이 없어져 사업성이 제로에 가까운 곳도 나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업지의 경우 20.1%의 임대의무 비율을 가지고 430세대를 임대로 설계한다”며 “임대의무 비율을 높인다면 500세대 혹은 그 이상을 임대로 지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윤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봉천14구역의 토지 등 소유자는 650명이다. 임대주택과 기존 조합원 소유주택 가구수가 150가구 밖에 차이 나지 않게 된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임대의무 비율을 높인다면 결국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없는 달동네 거주민 등은 재개발 사업 자체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며 “정작 그들이 가장 개발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민간사업 지나친 간섭은 사유재산 침해…박원순 원하는 ‘고쳐쓰자’ 식으로 흘러갈 것”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으로 재개발구역 중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들이 개발을 포기하게 될 경우 결국엔 도시재생 혹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주를 이룬다. 정부·서울시가 줄곧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앞서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위해 9년 동안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지 683곳 가운데 394곳을 해제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94곳 중 92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안 사업이 진행 중이다. 남은 302곳의 향방은 결정된 바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제된 구역 중 대안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곳의 노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해제구역 실태조사 및 분석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달 입찰공고를 내고 6월 혹은 7월부터 용역에 착수해 내년 말 용역을 완료하는 것이 계획이다”고 답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 기조 상 해제된 곳이 재개발 구역으로 다시 지정될 확률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도시재생,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은 노후 주거지의 난개발을 불러올 뿐 거주자들의 생활권 향상 등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서울의 집값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치인 30%까지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재개발 사업지 내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상향하면 결국 재개발 포기 사례가 속출할 것이고 도심의 슬럼화만 가속화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해제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는 조속히 끝냈어야 한다”며 “개발은 주민의 의사가 반영돼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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