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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임수현 뷰티 크리에이터·유튜브 채널 ‘현링’(HYUN LING) 운영

“장애 극복 대신에 성공한 혁신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동정’의 시선을 거부하고 ‘동경’의 시선을 받는 크리에이터로

엄도현기자(dhu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6-09 0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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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현 씨는 유튜브에서 뷰티 채널을 운영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다. 2017년부터 시작한 수현 씨의 유튜브 채널 ‘현링’(HYUN LING)은 70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구독자에 비해 평균 조회수가 탄탄한 ‘충성도’가 높은 채널이다. 그는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머슬마니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세상은 그녀를 장애인이라고 불렀다. 소녀가 장애를 드러내지 않고 세상에 나오자 세상은 그녀를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불렀다. 그리고 장애에 대해 이야기한 소녀는 이제, ‘장애를 극복한 크리에이터’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에게 붙는 ‘극복’이라는 수식어를 거부한다.
 
“저는 극복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하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죠.”
 
 
수많은 뷰티 크리에이터가 등장했지만 자신만의 테마를 가진 유튜버는 손에 꼽힌다. 뷰티와 장애를 쉽게 연결 짓기 어렵다는 사회적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길을 앞장서 개척해 도전과 성과를 거듭했다. 개인 영상 채널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TV예능 프로그램, 아침 생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그녀는 자신이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의 길을 찾는 전략가이자 세상의 인식을 바꾸는 혁신가라고 부른다.
 
교통사고로 얻은 왼쪽 다리의 장애…가장 힘든 것은 ‘사람’
 
미리 주문한 차가운 커피잔에 물이 맺히기도 전에 카페의 문이 열렸다. 임수현 씨(27·여)는 더운 날씨에 재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다. 카메라 앞에서 가벼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수현씨의 표정은 영락없는 소녀다. 긴 치마 밑으로 굽이 두터운 한쪽 구두가 보였지만 수현씨의 걸음걸이에는 위화감이 없었다. 화면에서 보이던 시크한 모습은 간데없고 그는 쾌활한 소녀의 모습으로 기자와 마주 앉았다.
 
수현 씨는 유튜브에서 뷰티 채널을 운영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다. 2017년부터 시작한 수현씨의 유튜브 채널 ‘현링’(HYUN LING)은 70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구독자에 비해 평균 조회수가 탄탄한 ‘충성도’가 높은 채널이다. 수현 씨는 올해 초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머슬마니아’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제가 기억하는 저는 유치원 시절까지는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양쪽 굽의 높이가 다른 신발을 신기 시작했어요. 제 성장판이 닫혀있다보니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다리의 길이가 차이나고 신발의 높이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나기 시작한 거죠.”
 
수현 씨는 어릴 적 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쳤다. 한쪽 다리의 성장판이 닫혀 균형이 맞지 않는 걸음걸이는 그의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혼자로 만들었다. 성숙치 못한 학우들은 그를 놀림감으로 만들었고, 때로는 멸시와 조롱이 담긴 시선과 놀림은 가방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책을 숨기는 등 구체적인 폭력으로 발전하곤 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눈에 띄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저라는 사람을 구성한다고 생각했던 색이 점차 퇴색해갔죠. 매년 학기 초마다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갔지만 몇몇 아이들로부터 시작되는 따돌림과 시선들에 위축됐고 학기 중순이 지나면 다시 방어적인 성격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됐죠.”
  
▲ 수현 씨는 어릴 적 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쳤다. 한쪽 다리의 성장판이 닫혀 균형이 맞지 않는 걸음걸이는 수현씨의 학창시절 대부분을 혼자로 만들었다.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수현 씨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인터넷이었다. ⓒ스카이데일리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어린 시절 수현 씨의 취미는 ‘화장’과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급식당번을 담당하면 급식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는데, 그 지원받은 급식비로 화장품을 구매하고 관련 리뷰를 올려 인터넷 상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즐기곤 했다. 수현 씨는 그 경험이 스스로의 매력을 찾기 시작한 첫 걸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때 인터넷 게시판에 여러 가지 개인적인 경험들과 화장품에 대한 리뷰를 올리면서 즐겁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첫 번째로 내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고, 두 번째로 인터넷에서는 나의 모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안심됐어요.”
 
그렇게 수현 씨는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다만 취미 수준에서 그쳤던 그녀의 관심은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서 1인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부터 뚜렷한 비전이 되었다. 단 40명을 뽑는 프로그램에서 1000여명에 가까운 지원자를 제치고 당당하게 입성한 수현 씨는 본격적인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제가 생각하는 폭 넓은 뷰티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 2017년도엔 장애를 가졌다고 이야기하신 크리에이터 분이 거의 없었어요. 처음부터 제가 ‘장애인’ 이라는 부분을 이야기하며 콘텐츠를 만든다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실력으로 먼저 인정받아야 나중에 제가 생각하는 뷰티에 대해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매력적인 콘텐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밤낮으로 메이크업을 열심히 연습해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수현 씨는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1년 6개월 동안 장애에 대한 언급 없이 오로지 뷰티에 관련된 콘텐츠를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의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에서 월간 1위를 차지했던 순간에도 여전히 대중은 그의 장애를 몰랐다. 매거진 ‘W’와 협업을 할 때에도, 유명 연예인과 뷰티모델로 어깨를 나란히 할 때에도 누구도 수현 씨의 장애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장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없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대중의 주목을 받는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다.
 
목표에 닿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삶…“아직 더 채워나가야죠”
 
수많은 방송에 출연한 떠오르는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는 그였지만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힘든 부분도 많았다. 수현 씨에게는 세상에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고 나서부터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물리적 위해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다. 일부 구독자들이 보낸 쪽지로 인해 공포감을 느낄 때마다 집 밖을 나서는 일이 두려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수현 씨가 그 공포감을 이겨낸 원동력 역시 구독자들이었다.
 
“저는 콘텐츠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해요.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제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독자들이죠. 결국 구독자들의 존재 자체가 제가 영상을 만드는 이유이자 목적이에요. 제가 힘든 순간은 물론이고,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도 역시 제 영상의 구독자들이에요.”
 
▲ 수현 씨는 ‘현링크루’라는 소규모 크루를 만들고 팬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 그녀가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퍽 일상적이다. 함께 모여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현링크루에는 수현 씨가 자신의 채널에서 진행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열성 구독자들이 모였다. ⓒ스카이데일리
  
수현 씨는 ‘현링크루’라는 소규모 크루를 만들고 팬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 그녀가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퍽 일상적이다. 함께 모여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현링크루에는 수현 씨가 자신의 채널에서 진행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열성 구독자들이 모였다. 수현 씨와 현링크루는 머지않은 날 바디프로필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이어트의 계기와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링 크루는 ‘건강한 나와 우리’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함께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면서 긍정적 변화를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든 크루에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다이어트는 과정이 즐겁고 내면까지 더 건강하게 해주거든요.“
  
“제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함도 있지만, 저의 개인적인 목표와도 닿아있어요. 제 목표는 콘텐츠 마케터에요. 어린 시절부터 생각했던 직업적 목표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이에요. 콘텐츠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직업적 성취를 위해서 수현 씨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대학 시절부터 스스로의 학비를 벌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수많은 강의를 들었다. 디자인 강의는 물론이고 영상제작·아나운서 등 콘텐츠 제작에 관련한 강의를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어 수강했다. 심지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스스로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직업적 경험을 쌓기 위해 관련 업계의 인턴십을 준비 중이다.
 
“다양한 분야를 배워보고 경험해봐야 어떤 일이 적성에 진짜 맞는지 확신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는데, 사실 사회 내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게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저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수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이미 얻은 스펙일 수도 있고, 저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경험일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아직 스스로에 대한 긴장의 끈을 뫃지 못하겠어요.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더 많은거죠.”
 
스스로의 직업적 성취와 발전을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는 수현씨의 모습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주변의 불편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배려와 우려가 그들을 사회에서 밀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으레 건네지는 특별한 시선이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작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수현씨는 사회적인 기준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어 나눔의 가치를 더 크게 쓰고 싶다고 했다
 
“저는 사회 내에서 구조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면 장애라고 느껴지는 지점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장애’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적인 경험에 따라 개별적으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고 희망을 가져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
 
어쩌면 주변의 불편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배려와 우려가 그들을 사회에서 밀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으레 건네지는 특별한 시선이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작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수현 씨는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스스로 성공의 길을 찾는 전략가이자 세상의 인식을 바꾸는 혁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저는 세상이 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요. 장애를 가진 여자가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이야기. 하지만 저는 대중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제한하는 대신 성공한 전략가, 성공한 혁신가로 살고 싶어요.”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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