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한강변에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마음껏 뛰어들 수 있었다는 걸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한강 양쪽으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지나고 콘크리트 제방 토대 위에 한강공원이 조성된 지금의 한강과는 매우 다르죠. 한강에서 멱 감고 물장구치며 놀았다던 어른들 말씀이 이제는 추억 속에만 담겨 있게 된 거예요. 마음껏 누려오던 한강을 누릴 수 없게 돼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한강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어요. 강은 강다울 때 가장 아름답고 예쁠테니까요.”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5년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한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해 공기가 맑은 날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비단 미세먼지뿐만이 아니다. 수질 오염이 심화되면서 물을 사먹는 것은 당연해졌고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활 속 불편이 하나둘 늘어나자 이를 스스로 해결해보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수 해변의 쓰레기를 줍고 한강 곳곳의 나대지에 나무를 심었다. 작지만 여럿의 힘이 모이니 해변에서 쓰레기 대신 모래가 반짝였고 한강에선 흙빛 둔치 대신 푸르른 숲이 가득해졌다. 이는 우리가 힘을 모으면 자연 환경을 다시 깨끗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걸어온 길이다.
환경오염 막기 위한 행동서 시작… 라돈 침대 사건 등 공론화 통해 생명보호 대책 강구 노력
스카이데일리는 ‘사람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환경운동연합을 찾았다. 환경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답게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가꾸어진 정원에서 기자는 이우리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과 마주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993년에 창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예요.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52개의 지역조직을 두고 있죠. 중앙사무처 격인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단위의 환경문제들을 다룬다면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서울 지역으로 범위를 국한해 지역색 있는 환경문제들을 세세하게 다뤄요.”
“저희는 정부 지원은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회원의 회비와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단체에요. 그래서 회원들이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죠. 3만여명의 회원이 서울환경운동연합을 이끌고 있는 셈이에요.”
근 30년간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를 고민해 온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시작은 1980년대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제고 없이 무분별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다 보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 바로 옆에 공장이 들어서고 각종 공해와 오폐수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막고자 결성된 공해추방운동연합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해당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데 앞장섰다.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와 기후 위기 문제를 비롯해 탈원전, 산림 보호, 한강·4대강 보호, 재생에너지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화학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문제가 됐어요. 인체 유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더러 안전기준 역시 식품위생법이나 약사법이 아닌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기준이 적용됐죠. 이에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고 환경보전법을 통한 안전기준을 재정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과 생명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요.”
“라돈 침대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라돈 침대 사건은 저희가 제보를 받아 해당 문제를 공론화했어요.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라돈이 우리가 잠잘 때 눕는 침대에서 검출된 건 매우 심각한 문제잖아요. 그동안 생활방사능에 대한 안전대책 없이 안일하게 방관해온 정부에 책임을 묻고 생활제품에 방사성 물질 원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어요.”
그러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펼쳤던 다양한 활동이 늘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장의 기후 문제만 봐도 그렇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제로(zero·0) 환경을 추구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에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에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40~75%의 탄소 저감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바뀐 게 거의 없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정책이더라고요. 석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를 해체하기는커녕 강원·경북 지역에 추가로 더 건설하고 2050년이 되기 전까지 화력발전소를 적극적으로 가동한다는 거예요. 탄소를 줄이겠다고 큰소리 쳐놓곤 탄소에 미세먼지까지 발생시키는 에너지 생산 시설을 운영한다는 게 실망스럽고 안타까웠어요.”
다행히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환경운동연합의 뜻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저탄소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마련됐다. ‘탈석탄 금고’ 제도를 도입해 미래 세대를 위한 조치에 앞장서겠다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결정이 이토록 반가울 수 없었다고 이 팀장은 밝혔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걸 막기 위해 우리 단체에서 ‘탈석탄 금고’란 제도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했어요. 서울시 1년 예산은 70조원을 상회하고 서울시교육청 1년 예산도 약 10조원에 달해요. 예산 규모가 막대하다 보니 해당 예산을 관리할 금융기관을 선정하게 되는데 이 심사에서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에 가점을 주는 규정을 추가하기로 한 거죠. 평가 점수 1~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할 것이라고 봐요. 이를 통해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줄이도록 유도해 국내에 탄소제로 환경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죠.”
미래 세대 교육 통해 환경 인식 제고 앞장… 환경문제 해결 위해 목소리 내는 것 중요
서울환경운동연합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다가올 시대의 주인공이 될 미래 세대가 어릴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어요.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체험 방식 위주로 프로젝트를 구성했어요. 서울 내에 있는 공원에서 생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고 도심밖에 모르는 아이들과 농촌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해요.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키워 도시락도 만들어 먹고 김장을 담그기도 하고요.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게 되죠.”
“상괭이 프로젝트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요. 한강 하구에 국내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가 서식했는데 김포대교 밑에 신곡수중보가 지어지면서 상괭이가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어요. 그런데 최근 상괭이 사체가 한강 하구에서 발견됐어요. 확인해보니 신곡수중보 때문에 미처 서해로 나가지 못한 상괭이가 아사한 거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 사연을 동화책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상괭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교육 끝머리마다 아이들은 상괭이가 서해와 한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곤 해요.”
오늘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환경문제와 사람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말한다. 평소에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졌든 관심이 없었든 간에 사람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나 폭염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인지하게 되고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만큼 우리는 환경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각종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후손에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을 물려줄 의무가 있는 선배 세대로서 공동체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질을 크게 악화시키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해요. 일단 자동차가 미세먼지를 엄청 발생시키거든요. 우리가 좀 더 편해지려는 욕구를 채우고자 사용하는 이동 수단이 되레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숨 쉴 공기를 오염시키는 꼴인거죠.”
“많은 사람이 숲을 가꾸고 바다와 강을 정화시키는 등 직접적인 활동을 해야만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그러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뭔가 거창한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관심을 갖게 된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누구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저희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요.”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