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임기 말 4+1협의체 구성 등으로 시작된 여당의 독주가 21대 국회 개원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176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회의장단과 전 상임위원회(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며 기존에 계획했던 법안들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들 중에는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는 민심과 동 떨어진 법안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통과된 법안들은 현재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며 혼란을 야기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한 불만 여론도 높은 상황이다.
슈퍼여당 권력 독주에 ‘국책 결정 회의체’ 본연의 목적 잃은 21대 국회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상임위 구성을 두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통합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일하는 국회’를 주창한 민주당이 암묵적으로 야당 몫으로 합의돼 온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욕심냈기 때문이다.
자구심사 기능 등을 가진 법사위를 차지해야 제동 없는 입법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행보였다. 결국 민주당은 통합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사위를 차지했했다. 통합당은 크게 반발하며 전체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했다.
민주당은 1988년 13대 국회에서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 갖기로 하는 관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에 전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게 됐다. 법사위를 비롯한 전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독주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35조1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부터 부동산정책 관련 후속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 등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기존 법 때문에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경우에는 곧장 법 개정을 추진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일례로 민주당은 향후 공수처장 선임에 통합당이 협조하지 않을 시 법 개정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통합당을 향해 “8월 국회 시작 때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독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점을 비판했으며 통합당은 3차 추경, 부동산 정책 및 공수처 후속 입법 처리 과정의 하자를 지적하며 투표에 불참했다. 통합당은 공수처 관련법이 현재 헌법재판소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다수결의 폭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76석은 힘으로 밀어붙이라는 뜻이 아니라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일하라는 뜻이다”며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다”고 비판했다.
균열 조짐 보이는 민주당 지지층…“믿었지만 돌아온 건 배신이다”
민주당의 독주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 여론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 없는 입법 활동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심지어 기존 민주당 지지층들은 권력독주 행보에 실망하고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달 3~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8월 1주차 주간 집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응답률 4.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2%p 하락한 35.1%를 기록했다.
반면 통합당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9%p 상승한 34.6%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인 0.5%p에 불과했다. 통합당 창당 이후 최소 격차다. 특히 지난 5일 일간 지지율은 통합당이 36.0%로 34.3%를 기록한 민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는 중도층 민심의 이동이 꼽히고 있다. 이념 성향별로 볼 때 진보층 59.3%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보수층 63.2%가 통합당을 지지했다. 중도층의 경우 37.4%가 통합당을, 31.5%가 민주당을 각각 지지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국민의 반응 역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이동현(31·남) 씨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더불어시민당을 지지했다”며 “막대한 권력을 여당에 쥐어준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고 좋은 입법 활동을 보여 달라는 취지였는데 권력에 도취된 모습만 보이고 있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공수처 관련 법 등은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법이다”며 “하지만 국민적 합의도 없이 정부와 여당이 손을 잡고 졸속으로 법을 처리한 것은 그들을 믿었던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행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당역 인근에서 만난 박미정(42·여) 씨는 “서민들을 위한 정부라고 생각해서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들만을 위한 정부인 것처럼 보여진다”며 “그렇게 협치를 외치던 민주당이 협치 없이 독단적으로 법을 처리하고 있는 것을 보니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세금 등은 국민들 삶과 직결된 부분이다”며 “본인들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주권자를 무시하는 행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는 법은 여러 방면에서 의견을 청취하고 처리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며 “지금의 국회는 사실상 협의체라는 존재 목적을 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현재 문 대통령이 원하는, 문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들이 다수 처리된 상황이다”며 “법안은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인데 176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본인들이 원하는 법안 처리에만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의 자유, 사유재산 인정 등 헌법이 규정한 가치들을 구속하는 법안들도 있다”며 “법안이 완벽할 수 없기에 소위 등을 통해 정비를 해야하지만 이러한 과정 없이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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