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책 기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시장 원리에 입각해 공급물량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당초 발표했던 3기 신도시 조기 공급을 비롯해 서울 내 유휴부지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한 모습이다. 정책 기조의 변화를 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공급 방식이 여전히 시장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다. 그 과정에서 일부 국민은 정책 수혜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발생해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시장 규제 앞세운 수요억제 부작용에 백기 든 文정부, 공급확대로 정책방향 선회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 서울의 집값 안정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놓았다. 서울 집값 상승 원인을 투기세력에 있다고 보고 각종 규제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부족이 집값상승 원인이라며 수차례 정책방향 선회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올해 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음에도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자 공급확대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8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담은 공급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세부적인 계획 발표와 더불어 공급계획의 취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3년 간 서울 아파트 공급이 과거 대비 증가했지만 투기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단기투자 등에서 일어나는 수요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기존 입장에 대한 반발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본적으로 서울 권역 내 13만2000호의 신규 주택과 더불어 수도권까지 총 주택 26만2000호 이상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 3기 신도시 물량은 제외된 수치다. 만약 3기 신도시 물량까지 합친다면 수도권 공급 물량은 약 127만호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정부는 추가공급분에 대해서는 사전청약도 진행하기로 했다. 과열되고 있는 서울 수요를 하루라도 빨리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상승 불안감에 영혼까지 끌어 주택을 매수하지 말고 청약을 기다리라”며 사전청약 취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정부가 사전청약 카드를 꺼내든 직후만 해도 효과는 있는 듯 보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을 해서라도 하루빨리 주택을 매입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다가오는 청약에 돌입하기 위해 당장 주택을 매입하기보다 전세, 월세 등에 거주하며 무주택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공공택지 조성사업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저렴한 가격이 예상되는데다 서울 집값은 이미 너무 많이 올라 사기 어려운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26만호 추가공급 물량 중 1인가구 위한 특별공급 無…“서울시민 46% 어디로 가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정부의 사전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상황이 오래가진 않았다. 사전청약 등 정부의 세부계획이 알려진 이후 다시 분위기는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공급확대 방안 역시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를 띠면서 여지없이 정책 수혜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1인 가구 무주택자들의 반발이 특히 큰 상황이다. 공급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공급대책에서 85%를 특별공급으로 진행한다. 일반분양은 15%에 불과하다. 특별공급의 경우 신혼부부 30%, 생애최초 25%, 기관추천 15%, 다자녀 10%, 노부모 부양 5% 등으로 나뉜다. 가장 비중이 높은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기혼자여야 가능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가점제로 혼인 기간이 짧을수록, 자녀가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다. 신혼부부 중에서도 주택 소유 이력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100% 추첨제로 진행된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자격 조건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자’로 한정됐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이거나 한부모 가정 등이 해당된다.
나머지 특별공급 역시 무주택 1인가구의 몫은 없다. 신규 공급물량을 받으려면 본 청약 이전에 결혼을 하거나 바늘구멍 확률이나 다름없는 일반분양 물량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 물량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도 꽤 들어올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경쟁률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임대차 3법 등 정부발 정책 이슈로 인해 서울 전·월세 시장이 요동치면서 무주택 1인가구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는 점이다. 임대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임대차 3법이 시행 후 전·월세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노린 수요자들까지 전·월세 물량에 몰리고 있어 무주택 1인가구는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자연스레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인 문진혁 씨(30)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4년이 됐는데 매년 집주인이 전세금을 크게 올려서 이제는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올랐다”며 “이러한 가운데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택지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려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자세히 알아보니 1인 가구는 신청조차 할 수 없어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민 윤진아(29) 씨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못해 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서울은 이주민들의 도시라고 일컬을 정도로 이주한 1인가구가 많다. 1인 가구 수요를 어느 정도 분산시켜서 동등하게 기회를 줘야지 무조건 신혼부부에게만 맞춰진 것은 동의하기 어렵고 억울할 따름이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3기 신도시 청약제도는 불공평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며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전체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41%에 달한다”며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공급 정책 자체가 서울 수요를 분산해 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정책인데 자격 조건만 보면 수요를 분산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일부 지역서 미달이나 편중화가 일어날 경우 정부가 청약 자격요건을 바꾸게 된다면 상당수의 신혼부부, 1인가구 등이 내 집 마련 계획에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시장 혼란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청약조건에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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