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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명상이 주는 남모르는 즐거움

준비물 없는 ‘재미와 의미와 몰입’의 기쁨을 찾는다면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1-18 18:00:17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명상하면 재밌어요? 재밌어. 그냥 앉아 있는 것 같은데 뭐가 재밌어요? 말로 설명하긴 어려워. 그냥 해보라는 거네요. 그냥 해보면 안 될까? 그럼 그렇게 앉아서 눈 감고 있는 건가요? 몸을 충분히 이완하고, 척추를 펴는 게 중요하지. 그러면 재밌어요? 물론 처음부터 재밌기는 어렵겠지. 그럼 언제부터 재밌어져요? 그건 사람마다 천차만별 아니겠어?
 
매일 명상 시간을 가지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만 둔다. 일반적으로 명상은 앉아서 척추 편 채 눈 감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자세로 십분 또는, 삼십분 이상 앉아 있는 것이 재밌다니. 차라리 한두 시간 달리기 하고 말지. 명상 초보자치고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이라는 행위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왜일까. 이 지난하고 답답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니.
 
<불교와 사상의학 연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7년도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1인당 2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을 기점으로 웰빙과 힐링 바람이 불어왔다고 한다. ‘남방불교’ 혹은 ‘위빠사나’라 불리우는 초기불교 수행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는 시점과 비슷하다. 2004년 이후에는 명상 관련 논문들이 매년 25% 이상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는 명상에 대한 관심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반영한 수치다.
 
앉아서 하는 명상만을 말한다면, 대체로 초보 명상가가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들끓는 잡념이다.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과거의 회한이나 아쉬움, 슬픔, 분노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걱정 따위들이다. 이것들은 마치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송사리 떼나 쇠파리 떼 같다. 눈 감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번다해진다.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상처가 크거나 많은 사람일수록 잡념들은 더 강력하고 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그 생각이나 감정에 끌려다니는 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명상 초보자 입장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괴로움이다. 눈을 감았는데 오히려 시끌사끌 해지다니.
 
눈을 감지 못하는 사람들
 
명상하면 고요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혀 아니네요? 따지듯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는 당신은 어떤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고요히 앉아 있으면 안팎이 그만큼 고요해지리라, 하는 생각. 앉거나 서거나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눈 감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는 무의식적 고정관념이 작동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외부의 위험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조건을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을 가격하거나 무엇인가 날아와서 때린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인류의 원초적인 두려움 중 큰 덩어리는 이것이다. 눈이라는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의 작동을 한 순간에 포기하는 것. 한 여름에도 사방 문을 꼭꼭 닫아걸고 땀을 비직거리면서 잠자는 이유는 눈 감은 상태라는 게 얼마나 위중한 조건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데도 말이다.
 
교도소 명상 안내 중에 심심찮게 직면하는 당혹스런 현상이 있다. 모두 눈 감고 명상하는 중에 ‘눈 감지 못하는’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열 서너 명 되는 수형자들이 가지런히 눈 감고 있는데 눈을 빤히 뜨고 있는 사람을 본다는 건 가슴이 살짝 덜컥거릴 일이다. 좌선을 마치고 물었다.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 네. 그럴 일이.... 괜찮습니다. 말씀해보시죠. 잊고 싶은 지난 일들이 떠올라서요. 꿈에라도 나올까 잠도 잘 못자는 걸요. 그런데 이런 일은 그런 유폐 시설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기업체 직원들도 명상 중에 눈을 감지 못하는 경우가 유사 비율이다.
 
수행 초보자에게 잡념이 창궐하는 이유는 뭘까. 잡념은 대중의 명상 접근을 방해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떠오르는 온갖 기억, 생각, 감정, 미래 두려움, 예상, 상상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명상 생활에 대한 좌절을 겪기도 한다. 나만 이러는 건가. 남들은 저렇게 끄덕없이 앉아 있는데 내 머릿속은 뭐지! 좌절감이 무르익으면서 그런 감정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에 기억이 이어붙고, 기억에 감정이 들러붙는다.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서, 이것이 과연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자의식의 회오리에 빠져들곤 한다.
 
수행 초보자에게 이런 과정은 거의 필연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에 대한 사유를 조금만 보태면 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다.
 
몸이라는 물질과 마음이라 칭하는 정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몸은 날마다 음식을 입으로 섭취하고 그 노폐물을 배출하는 구조를 갖는다. 거기에 비하면 정신은 ‘눈, 귀, 코, 혀, 피부, 마음’을 통해 들어오는 온갖 외부 정보를 방어하고 선별해내기 어렵다. 정신 작용은 기본적으로 거식증 환자처럼 들어오는 외부 정보에 무방비인 것이다. 입은 먹기 싫은 음식을 걸러낼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사물에 대한 생각,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대한 생각, 코로 들어오는 냄새에 대한 생각 따위를 의도적으로 걸러내는 건 난망하다. 당신의 정신 작용은 자칫하면 과잉 정보에 시달린다.
 
좌선 명상하는 초보자의 마음이 시끌사끌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명상은 마음의 눈으로 그 쓰레기들을 보고 알아주는 일이다. 마음속에 들어와 있던 ‘과잉 정보’들 혹은 ‘정신의 쓰레기’들 입장에서는 모처럼 비워질 기회를 잡은 셈이다. 초보명상가는 넘치는 쓰레기 같은 기억, 생각, 감정 따위를 앞 뒤 없는 초현실주의 영화 화면 바라보듯 바라보는 게 정석이다. 낯설고 지루하고 의미 없는 짓 같아 보여도,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살펴봐주라.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띤다면 금상첨화다. 알고 보면 그게 다 나의 정신적 배설물이며, 물질적 배설물 못지않게 심각한 심리 노폐물이다.
 
자전거를 배워도 한 동안 흔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두 개의 바퀴가 균형 잡으며 구르기 전에는 완전한 균형감으로 씽씽 달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신은 곧 거침없이 달리는 기쁨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안정된 환경에서 허리를 세워, 눈을 감고, 몸을 이완하는 연습을 자주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져 쾌청한 상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떤 도구나 준비물 없이 ‘재미와 의미와 몰입’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행위가 명상이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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