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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협의가 이뤄졌지만 판매 물량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6월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지난주까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온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중고차 매집과 판매를 허용하되 전체 물량의 10%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중고차 업계는 5년·10만km 이하 매물만 취급하겠다는 완성차 업계의 제안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쟁점과 관련해선 여전히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쟁점은 ‘전체 중고차 매매 물량’의 기준이다. 향후 완성차 업체가 취급할 수 있는 중고차 대수를 결정하기 위해선 기준이 될 전체 물량을 우선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1년 거래량은 약 250만대다. 이중 중고차 매매업자의 거래 매물이 약 130만대, 개인 간 직거래 매물이 약 120만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250만대 중 10%인 약 25만대의 중고차를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개인 거래 물량을 제외한 130만대의 10%인 약 13만대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완성차 업계는 “애초 개인 거래량까지 모두 포함한 250만대가 전체 물량이라는 전제 하에 판매 물량을 10%로 제한하는 방안에 동의했던 것이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에 개인 직거래 물량까지 양보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협상은 교착에 빠진 상태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중고차 거래 시 허위 매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22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1%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레몬마켓이란 정보 비대칭성으로 저품질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뜻한다. 매매업자는 차량 매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제한적이다. 결국 ‘차알못(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차를 팔고 높은 가격에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소비자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늦추는 것은 소비자 피해를 외면하는 일이다. 더구나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중고차 매매업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중고차 매매가 가능한 전체 물량 등 세부적인 부분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양 업계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발전협의회의 협의 기한은 3개월이다. 이미 두 달을 소모한 만큼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 양 업계가 자구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해당 안건은 정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간다.
이번 발전협의회는 양 업계에 주어진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다. 양보 없는 기 싸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가 기대하는 투명한 중고차 시장을 여는 현실적 대안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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