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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 등 전세계 정·재계 인사들의 탈세를 폭로한 문건인 ‘판도라 페이퍼스’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BBC 등 전세계 117개국의 150개 언론사에서 언론인 600여명이 참여한 탐사취재 결과물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판도라 페이퍼스는 전세계 14개 금융회사로부터 유출된 1190만여건의 문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기록은 1970년대 것도 있지만 대부분 1996∼2020년 내용이다. 이번 문건에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전·현직 지도자 35명을 포함해 푸틴 전 대통령 측근 등 전세계 90개국의 고위 공직자 336명과 포브스지에 등록된 억만장자 90여명의 해외계좌와 거래내역이 공개됐다.
이들이 조세피난처로 이용한 곳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해 스위스, 싱가포르, 키프로스 등 14곳이다.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압둘라 2세가 말리부, 캘리포니아, 워싱턴, 런던에 이르기까지 1억달러(약 1187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사들이기 위해 조세 피난처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명시됐다.
또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이 수억 달러 규모의 영국 부동산 거래에 은밀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주말 선거를 앞둔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비밀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레어 전 총리는 부인 셰리 여사와 함께 구매한 31만200파운드(약 5억원) 규모의 런던 소재 부동산에 대한 인지세를 법적으로 회피했다.
전세계 지도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측근과 연예인, 글로벌 기업의 수장 등 유명인들의 사례도 적발됐다. 푸틴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러시아 여성이 모나코에 위치한 고급 주택을 비밀리에 사들였다는 내용을 포함해 콜롬비아 가수 샤키라, 독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 인도 크리켓의 전설 사친 텐둘카르의 사례도 문건에 포함됐다.
미국의 부호들, 즉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억만장자 투자자 워렌 버핏은 문서에 나타나지 않았다.
ICIJ는 “판도라 문건은 2013년 이후 공개된 일련의 역외탈세 문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며 “판도라 페이퍼스를 통해 글로벌 엘리트들이 전 세계 시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숨기는데 사용된 비밀스러운 시스템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조직으로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판도라 페이퍼스와 비슷하게 전 세계 부호들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문건이다. 공개 당시 이름이 오른 이들 일부가 사임과 검찰 수사에 직면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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