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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토큰(Non Fungible Token·NFT)이 이름과 달리 도용, 도난, 해킹 등의 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간 이러한 사건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끊이지 않고 발생해왔지만 대중의 주목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최근 신세계그룹 야구 구단 ‘SSG 랜더스’의 엠블럼과 동일한 디지털 작품이 글로벌 NFT 마켓 ‘오픈씨(OpenSea)’에서 1이더리움(ETH)에 판매됐다. 신세계푸드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한 디지털 작품의 가격은 0.1ETH이었다. 9일 오전 ETH 시세에 따라 한국 돈으로 각각 374만원, 37만원 정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는 신세계그룹이나 신세계푸드가 아닌 누군가가 해당 이미지를 도용해 만든 NFT였다. 이를 파악한 신세계그룹 등은 8일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오픈씨에 삭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9일 현재 해당 게시물은 검색되지 않아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NFT 관련 범죄에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글로벌 리셀(중고거래) 플랫폼 ‘스톡엑스(StockX)’가 나이키 NFT를 무단 판매한 데 대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활용한 NFT 작품을 오픈씨에 올려 한화로 약 10억원을 벌어들인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한 경매 기획사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 작가의 실제 작품을 스캔한 디지털 파일로 NFT를 발행해 경매에 붙이려고 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의 작품을 NFT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으나 유족과 각 작가 관련 재단의 반발로 경매는 무산됐다. 경매 기획사가 실제 작품 보유자에게 NFT 발행을 허락 받지도 않았고, 이들이 보유한 작품의 진위도 확인되지 않아서다.
그간 NFT는 예술품의 인증서 등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이미 생성된 NFT는 이론적으로 복제·도난 등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파일은 수천 수백장의 복제가 가능하지만 특정 파일에 NFT를 붙이면 소유권과 거래 내역이 가상화폐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그 고유성을 갖는다.
하지만 제3자여도 NFT를 생성할 수만 있다면 도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NFT는 그 고유성으로 인해 복제·도난 등의 위험이 매우 낮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권한이 있는 사람이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등은 아직 가상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허상으로 보는 쪽에 가깝다. 암호화폐를 화폐로 보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기반 NFT 기술은 사기가 횡행하지 않도록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용을 범죄라고 부를 수 없고 처벌할 수도 없으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당장 NFT 도용이 기업의 마케팅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보호되지 않는다면 창작과 혁신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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