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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긴축 우려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만큼은 위기를 비켜갔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지난달 상장한 신규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큰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모주 펀드에도 돈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추세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역대급 기록을 달성한 IPO 시장이 올해에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핵심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장외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연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상태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바로 실적과 물적분할 이슈다. 주식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유니콘기업이 저조한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중복 상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며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규 상장사 8곳, 공모가 대비 수익률 54%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올해 상장한 신규 종목 9곳(스팩 제외)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42.7%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주 LG에너지솔루션(51.8%)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7곳의 상승률은 평균 18.0%에 달했다. 새해 들어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각각 8.3%, 15.1%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IPO 시장이 작년보다 실질적으로 줄어들지만 이에 못지않은 시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은 80곳으로 작년(89곳)보다 소폭 감소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덕분에 공모 규모는 19조7000원에서 25조4000억원으로 28.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0개에 가까운 기업 수를 경험한 이상 이제 연간 70개 수준의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우리 증시의 기초 체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전전고점(2010년), 전고점(2015년)의 이듬해 흐름과 유사하게 전년보다는 감소하겠지만 평년보다는 많은 시장 흐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저조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로 상장일정을 미뤘지만 증시에 입성할 대어급 기업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쏘카 △SK쉴더스 등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SSG닷컴 △(마켓)컬리 △CJ올리브영 △오아시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도 청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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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업계는 올해 IPO 시장을 빛낼 산업군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2차전지 △신약개발·헬스케어 △정보기술(IT) 소재·부품·장비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콘텐츠 △K-유니콘기업 등을 거론한다. 특히 K-유니콘기업을 향한 기대감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가 오프라인에서 모바일·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며 성장잠재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종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배송 3대장’으로 꼽히는 마켓컬리,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은 연내 증시 데뷔를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컬리와 오아시스는 이미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상장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우선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대표·공동주간사(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와 이달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심사 기간을 2~3개월로 잡으면 상반기 안에 IPO 작업을 무난히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서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다. 공모 규모가 보통 시가총액의 10~30%선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후 기업가치는 총 5~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은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사모펀드(PEF)로부터 1조원의 신주 인수 투자를 받았을 때 2023년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IPO 대표 주간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공동 주간사로 모건스탠리와 JP모간을 선택했다. 식품 배송뿐만 아니라 명품, 패션, 뷰티 등 신세계그룹의 상품도 온라인으로 취급하는 만큼 상장 후 기업가치는 총 8~10조원으로 예상된다.
오아시스도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동대표주간사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작년 11월 두 증권사로부터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100억원을 인정받았다. 지난 7일에도 홈앤쇼핑에서 100억원 규모로 첫 전략적 투자(SI)를 유치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심의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수 이커머스 업체의 데뷔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기업가치 상향을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수익성 개선 전략과 상품 카테고리 다변화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다른 이커머스 사업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고 개별 기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관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모·자회사 간 중복상장, 저조한 수익성 등 발목
대어급 기업들이 IPO를 앞두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는 변수도 많다. 첫째는 모자(母子)회사 ‘중복상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다. SSG닷컴의 모회사는 이마트, 오아시스의 모회사는 지어소프트다. 모두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모회사에 자회사 가치를 선반영한 만큼 두 개로 쪼개질 경우 단기적으로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0일 ‘쪼개기 상장’에 대한 개선대책을 금융위원회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적분할 후 상장의 첫째 이슈는 소액 투자자 보호 문제다”며 “이런 부분은 자본시장법뿐만 아니라 상법도 계제가 될 수 있어서 금감원이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SSG닷컴과 오아시스는 설립 후 수년 간 상장계획을 주주에게 알렸던 만큼 문제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적 부진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유동성이 줄어들고 변동성이 커진 상항에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을 투입한 유니콘기업으로서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주가는 15일(현지시간) 기준 23.68달러로 새해 들어 19.4% 하락한 상태다.
새벽배송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40%로 1위인 컬리는 재무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영업손실은 2017년 124억원, 2018년 337억원, 2019년 910억원, 2020년 1162억원 등 5년째 적자다. 지난해 손실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은 실적 악화로 2020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산 규모 5870억원에 결손금 5319억원이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 간 이커머스 침투율 차이와 한국 이머커스 산업 내 경쟁강도를 고려하면 올해 국내 IPO 성과에 보수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높은 실적 기저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멀티플 디스카운트(할인율)가 확대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멀티플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국내 IPO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도 많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한국거래소가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요건 완화에 나서면서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IPO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기준 상장을 확정지은 기업(스팩 제외)은 △바이오에프디엔씨(2월 21일) △퓨런티어(2월 23일) △브이씨(2월 24일) △스톤브릿지벤처스(2월 25일) △풍원정밀(2월 28일) △노을(3월 3일) △지투파워(3월 14일) △대명에너지(3월 16일) 등이다.
이태곤 EY한영 IPO 리더(파트너)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국내 IPO시장은 작년의 기세를 이어 상승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상장 예정 기업들에게 “견고한 성장 전략과 분명한 ESG 비전으로 기업가치에 대해 투자자를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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