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은 가입률이 0.8%에 그치는 등 좀처럼 활성화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표준화된 진료체계 미흡 등 관련 제도 및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특히 올해는 정부 차원의 지원 움직임과 함께 관련 업계 또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는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펫보험 시장은 확대되는데… 가입률은 1% 미만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총가구의 15%인 313만 가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양육가구 중 72%는 개를 키우고 있었으며 18%는 고양이를, 5%는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계적으로 집계된 반려동물 수는 없지만 설문조사(5000명)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된 2021년 반려동물 수는 개 518만 마리, 고양이 225만 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펫보험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내놓은 ‘반려동물보험의 가입 현황과 보험금 지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펫보험 신규가입 건수는 △2020년 2분기 3920건 △2021년 2분기 6076건 △2022년 2분기 7039건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치료비 관련 보험금 지급액도 증가 추세다. 2020년 7월 한 달간 반려동물 치료비 보험금 지급액은 4억9000만 원이었으나 2022년 7월에는 8억5000만 원으로 2년간 약 73%가 늘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펫보험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펫보험 가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의 고령화와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 등으로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보면 낮은 가입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국내 펫보험 계약 건수는 약 6만1000건으로 가입률(침투율)은 0.8% 수준으로 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타 선진국의 가입률의 경우 △스웨덴 40.0% △영국 25.0% △노르웨이 14.0% △네덜란드 8.0% △프랑스 5.0% △미국 2.5%였다.
시장 점유율 역시 일부 대형 보험회사에 쏠려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반려동물보험 원수보험료는 상위 1개사가 80.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은 99.63%에 달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작은 규모이며 2021년까지 상위 5개 보험회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활성화 저해 주요인 ‘관련 제도 미흡’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표준화된 진료체계 등 ‘관련 제도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선 진료비 체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8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료비가 동물병원에 따라 많게는 80배까지 차이가 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중성화 수술비(약 5배) △예방접종 비용(2~7.5배) △복부초음파/혈액검사 및 엑스레이(X-ray) 관련 검사비용(3.7~13.3배) △치과비용(22~80배) △입원비용(3.3~4.5배)에서 상당한 진료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또 보험금 청구의 악용 등 보험계약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반려동물등록 관리도 미흡한 실정이라는 의견이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보험사의 경우 차별성 있는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소비자 역시 만족할 만한 상품을 공급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입 시 개체 식별 및 연령 판별에 활용될 수 있는 반려동물의 내장형 신규 등록 비율 역시 50% 내외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2021년의 경우 전년 대비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제도적 기반의 미비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산정 및 손해율 관리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8년 국내 보험사는 시행 예정이었던 동물보호법 개정에 맞춰 반려동물보험을 출시했으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율 확대 배경으로는 보험계약자(반려인)와 보험회사 및 동물병원 간에 존재하는 정보 비대칭, 표준화된 진료체계의 부재 등이 있으며 보험회사는 리스크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반려동물보험을 출시해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김 연구위원은 상품 공급 측면에서는 반려동물보험의 손해율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진료비용 체계가 비표준적이고 불투명해 진료비 예측이 어렵고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큼에 따라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며 “보험회사는 손해율 관리 및 보장한도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서 나서는 ‘펫보험 활성화’
다만 향후 ‘펫보험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자체는 형성되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 역시 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및 정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국민의 일상과 밀접히 관련된 금융제도를 개선해 국민생활을 더욱 든든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금융환경을 조성’을 과제목표로 ‘펫보험 활성화’를 주요내용 중 하나로 제시했다. 맞춤형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반려동물 등록, 간편한 보험금 청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펫보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TF를 구축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손보업계도 펫보험 활성화 지원사격에 나섰다. 손해보험협회는 1월19일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려동물 웰리빙(well-living)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상품개발 지원’을 올해 사업추진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손보협회는 질병·진료행위 표준명칭이 활용되도록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진료데이터 집적을 통해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보험업계는 제도 개선 등이 동반된다면 펫보험 시장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입률 자체는 저조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며 “결국 나중에는 판매 비중이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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