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 국회의 본령을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 우리 국회는 ‘행정부 견제’ 같은 고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제하에 있는 국회의 입법 과정은 ‘행정부 대 입법부’라는 관계 속에서 수행되기보다 오히려 ‘정부·여당 대 야당’이라는 내각제 구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보다는 정부와 일체감을 가지면서 입법 활동을 하고, 야당 의원은 의정활동의 목표를 정부·여당을 반대하는 데 맞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원들은 입법부 구성원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파적인 이해를 대변함으로써 여야 간의 갈등과 대립을 고착화시키고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한마디로 한국 국회는 갈등 조정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 증폭의 장소로 전락했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면서 정치가 사라졌다. 막말과 색깔 공세·고성·야유 그리고 연설 도중 집단 퇴장 등 추태 만상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폭력사태·부정부패·특권 남용·사생활 문제 같은 비윤리적 행태마저 난무하고 있다.
이런 저급하고 의원 품격을 실추시키는 발언과 행동은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와 146조(모욕 등 발언 금지)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된다. 국회는 1991년 다섯 가지 윤리강령과 품위유지·직권남용금지·청렴의무·겸직금지 등 15개의 세부 윤리실천규범을 만들었다. 국회법 위반·품위손상 등 윤리문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별도 기구인 윤리특별위원회에서 견책·시정·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은 아니다. 당장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의혹으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윤리특위는 김 의원 징계 안건을 상정해 특위 내 윤리심사자문위에 회부했다. 징계 심사 전 자문위원 8명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인데, 최대 60일 내에 심사를 마친 뒤 전체 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징계가 결정된다. 여야는 ‘신속한 징계 처리’를 약속하며 자문위 활동 기한을 최대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리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김 의원 징계 전에 국민의힘 박덕흠·무소속 윤미향 의원 징계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두 의원에 대한 징계는 징계소위원회와 전체 회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칫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박덕흠·윤미향 의원 사례처럼 1년 이상 끄는 등 지지부진해질 경우 4년 임기를 다 채우게 될 수도 있다.
윤리특위에 징계 안이 접수돼도 상정된 것은 거의 없다. 윤미향·박덕흠·성일종 의원과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윤리특위에 상정됐지만 징계 논의 소위원회만 구성됐을 뿐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대 국회 윤리특위도 47건의 징계안 중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20대와 21대 전반기를 합하면 총 69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처리된 징계 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윤리특위의 개선이 요청된다. 영국 ‘독립전문가패널’처럼 윤리심판원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실효성 제고 등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비상설 윤리특위와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체계가 아니라 외부인사도 참여하는 독립적 상설 징계심사 윤리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징계안의 심사 기간 제한 및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의원윤리심사제도는 국회의 품격을 높이고 의회 운영 및 의정활동 성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장치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엄중한 조치는 바로미터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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