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통법 폐지 이후 불륜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간통법이 폐지됐지만 민법상에는 엄연히 부부 간 지켜야할 정조의 의무가 있기에 바람을 피우는 것은 여전히 불법행위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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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채팅 앱서 ‘기혼’ 표시하고 활동 “가정 지키며 관계 즐길 사람 찾는다”
배우자 모르게 바람을 피고 싶지만 주변에서 상대를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이제 손쉽게 외도 상대에 접근할 수 있다. 주로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랜덤채팅 앱은 일면식도 없는 남녀를 연결해 준다.
기자가 직접 ‘톡친구 만들기’라는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했다. 불륜 남녀의 ‘메카’로 유명한 앱이었다. 기자가 ‘여성’이라고 표시한지 5분 만에 친구 신청 20여건이 밀려들었다. 일일이 응대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했다. 프로필에는 ‘기혼’이라고 표시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신이 기혼임을 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애인이 있는 상대를 되레 선호했다. 그래야 부담 없이 육체 관계를 즐기고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랜덤채팅 상에서 자신이 기혼임을 밝히는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얼굴사진을 걸어놓은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매너있는 만남을 원한다고 말하던 이들이 원하는 바는 결국 육체 관계였다. 사진은 톡친구만들기 및 SNS대화 캡쳐화면 ⓒ스카이데일리
자신을 ‘결혼 3년차인 43세 기혼남이며 공사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한 한 남성(이하 A씨)은 끈질기게 사진과 통화를 요구했다. 또 ‘키 180cm에 깔끔남, 선글라스·안경테 도매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40대 초반의 다른 남성(이하 B씨)도 마찬가지였다.
랜덤채팅을 하다보면 다른사람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남자이면서도 여자인 척 속이는 경우도 있다. 잘못하면 ‘몸캠(벗은 몸을 동영상으로 찍는 것)’ 사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기자에게 카카오톡·라인 등 개인 SNS 아이디를 요구했다. 랜덤채팅 앱은 사진보내기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부남들은 “귀가한 후에는 랜덤채팅 앱을 켤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원초적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A씨는 “부인은 ‘가족’의 일원이고, 의무 방어전만 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남들 다 하는 외도를 나도 해보고 싶어서 앱을 깔았다”고 밝혔다. 랜덤채팅 앱에서 ‘서로 가정을 지키며 매너있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A씨는 계속 성적인 농담을 던지며 만남을 촉구했다. 그는 성적 농담을 ‘솔직 대화’라고 칭했다. “배우자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묻자 “너(기자)만 조심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과거 배우자의 불륜을 참아오다가 중년에 접어들면서 맞바람으로 복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간통법이 폐지됐기에 자신은 더욱 당당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은 새벽시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남을 즐기는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스카이데일리
B씨도 마찬가지였다. 집요하게 통화 목소리를 들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내 취향은 날씬한 여자인데 기준이 맞느냐”고 끊임없이 검증하려 들었다. B씨는 지난해 앱을 통해 두명가량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채팅 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주변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위험 부담이 적은 사람’과 성관계를 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B씨는 기자에게 배우자나 애인이 있느냐고 물었고, 애인이 있다는 답을 듣자 “가끔 나랑 만나서 바람을 피자”며 대놓고 요구했다. 그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나중에 사귀자고 할까봐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SNS 답장이 늦으면 ‘많이 바쁘냐’고 수시로 채근했다. 특히 업무시간 중에도 “오늘은 뭐 입었냐. 잠깐 속옷 사진을 보여달라”는 등의 변태적인 요구까지 해댔다.
그 밖에도 많은 기혼 남녀가 랜덤채팅 앱을 통해 바람피울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노골적인 문구를 적은 경우도 있었고, 대화가 통하는 친구를 원한다고 밝힌 사람들도 있었다.
간통법 폐지 후 들키고도 당당해진 상간자들…돈보다도 복수심 맞바람 늘어
간통법이 폐지되자 상간자가 오히려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자녀 때문에 이혼하려는 생각을 접었지만 바람 핀 배우자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보복 심리로 외도를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50대 여성 C씨는 젊은 시절 남편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줬다는 입장이다. C씨는 “이제 (간통)법도 폐지된 마당에 난 당당하다”며 “젊었을 때 남편이 수차례 외도하는 걸 다 참아줬는데 나도 한번쯤은 (바람을) 피울 수 있지 않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30대 여성 D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이혼소송으로 치닫게 되자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상담센터를 다니고 정신과 치료도 병행했지만 이따금씩 울컥하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임신 당시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 된 D씨는 “스마트폰을 본 것이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었다”며 “조금씩 증거를 모아 상간녀에게 위자료 소송을 청구하자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은 “간통법 폐지 이후 위자료 소송을 고민하는 상담자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돈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한 보복심리 차원에서 소송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 상간자의 직장을 찾아가거나 증거수집을 위한 무리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김신혜 이혼전담로펌 마음지기YK 변호사는 “직장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거나 불법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다가 상대로부터 고소를 당하면 자칫 전과자가 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상의해 합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간통법은 비록 폐지가 됐지만 민법상 부부간 ‘정조의 의무’는 남아있으므로 외도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며 “부정 행위의 기간과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상간자에게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물림되는 정서적 트라우마…진정성 있는 사과 통한 관계 회복이 열쇠
▲ 자료: 통계청 ⓒ스카이데일리
외도는 결코 부부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외도로 인해 갈등을 겪은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부모의 상처 혹은 성향을 그대로 흡수한 채 성장한다.
E씨는 15세 사춘기 시절 아빠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고, 엄마가 엄청나게 상처받은 모습을 보고 자랐다.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해 버린 그는 결국 남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됐다. 결혼 후 의부증에 걸리고 만 것이다. 35년이 지난 50세에도 남편을 믿지 못하는 아내가 돼버렸다.
심리학 전문가에 따르면 여자아이는 인간관계를 수평구조로 학습해 어린 시절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자기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 부친이 잦은 외도를 일삼았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성도덕관을 갖게 돼 바람에 대해 둔감해지게 될 확률이 높다.
김 소장은 “결국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본인의 가정뿐 아니라 먼 훗날 자녀들의 가정까지 파탄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 아들·딸 더 나아가 손주들의 인생까지 망가뜨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가 상처를 아물게 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배우자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한 각서·통화 및 카드내역 공개 등 진심어린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혼 결정에 있어서 자녀는 가장 큰 고려사항 중 하나다. D씨의 경우 아이가 있어도 이혼을 요구한 사례지만 자녀 양육문제와 경제적 의존으로 인해 상대방의 외도를 눈감아 주는 피해자들도 많다. 이로 인해 자녀가 성인이 된 다음에 황혼이혼을 결심하는 아내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 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경우의 이혼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이혼상담 전문가는 “50·60대가 되면 자녀를 위해 달려왔던 인생을 잠시 내려놓고 나머지 30~40년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둔다”며 “특히 퇴직을 앞둔 남성의 경우 마지막으로 성적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자극을 줄만한 새로운 여성을 찾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에는 전체 이혼건수 중 차지했던 비율이 2.3%에 그쳤던 60세 이상은 2016년 6.5%로 약 3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21.5%를 차지했던 35~39세가 16.7%로 떨어진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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