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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간통법 폐지와 불륜실태(上-상간자)
욕망의 판도라 ‘간통’ 무죄에 칼 겨눈 가족 횡행
외도추적 흥신소 두배에 소송도 급증…전문싸이트 성행까지 ‘정신적 공황’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7 00:07:24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보름 전 영화 시사회에 함께 나타나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륜 커플이 공식 석상에서 사랑을 고백한 첫 사례로 꼽힌다. 25개월 전이었다면 형법상 구속 사유여서 입 밖에 꺼내지 못할 말이었다. 홍 감독은 이혼 소송도 아직 끝내지 않은 유부남이다. 홍 감독은 그러나 “개인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7대2로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할 당시 이정미 재판관은 “성도덕 수호법을 폐지하면 여성 및 가정 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의 우려처럼 간통죄 폐지 후 대한민국 부부관계와 성문화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SNS의 발달로 기혼 남녀를 이어주는 외도 채널이 과거보다 더욱 넓어졌다. 더불어 불륜확인 서비스를 의뢰받는 흥신소 숫자는 크게 늘어났고, 외도 상대방에 대한 손배 소송도 증가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간통죄 폐지 이후 2년새 바뀐 불륜세태를 금주의 이슈포커스로 선정해 취재했다.

 ▲ 지난 2015년 2월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성적 자기 결정권·사생활 비밀 자유 등을 근거로 간통죄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간통죄 폐지 후 불륜을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가정 파탄이 일어나는 등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는 지금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고강훈 편집위원|정성문·유은주·길해성·서예진 기자] “둘이 진짜 좋아하는 것 같은데 가만히 놔두지 왜 그러는 거야. 자기들은 잔인한 짓 하면서” “할 일이 없으니까. 얼마나 재밌겠어요. 불륜인데”
 
최근 언론 시사회를 가진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영화 속 대사 가운데 한토막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2년여만에 간통이 재조명 받고 있다. 유부남 홍 감독과 미혼 여배우 김민희가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해달라며 공식 석상에서 커플링까지 낀 채 나타난 이후 간통죄 제2라운드 논쟁이 불거졌다.
 
개그맨 서세원의 아내였던 서정희 씨가 지난해 총선 전후로 간통죄 부활을 외쳤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런데 홍 감독이 불러 일으킨 파장은 상대적으로 컸다. 
 
간통죄는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박한철 헌재소장)가 “간통죄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 된다”고 판시해 1953년 제정된 이후 62년 만에 폐지됐다.
 
판결 후 일각에서는 가정 파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섞여 나왔다. 이 같은 걱정의 일부는 현실화 되고 있다.
 
위자료 청구 소송 때 보상액 많아야 3000만원 선…간통죄 폐지 이전과 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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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용인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로 규정돼 왔다. 특히 유교 정서가 뿌리 깊은 한국의 현실에선 이유를 막론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간통죄 폐지 당시 유교의 본산 성균관에서는 “간통죄는 법령 이전에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인륜 도덕의 문제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법으로 정해 놓았던 것인데, 이제는 법의 테두리마저도 없어졌다”며 개탄했다.
 
간통죄는 가정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했다. 과거에 외도한 남성이 되레 배우자를 쫓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무방비 상태다.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 후 외도한 배우자의 보상 액수가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불륜 피해자들의 고통만 늘어난 셈이다”고 전했다.
 
현재 간통죄 폐지 후 외도를 추궁할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은 민사소송뿐이다. 위자료 청구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돈은 간통법 폐지 이전이나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인정되는 금액은 1000만~1500만원, 많아야 30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간통죄만 폐지하고 사회적 책임은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어 그는 “홍상수·김민희처럼 가족들이 받아야 할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자신들만의 사랑만 중요시 한다”며 “간통죄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혼 그리고 가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의무와 책임은 버리고 자신들에게 좋은 것만 하려고 하면 되겠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상대 찾아…글로벌 불륜 사이트도 간통죄 폐지 후 재상륙
 
간통죄 폐지 이전에는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간통 행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죄의식까지 희박해져 불륜을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혼 남녀를 이어주는 온라인 사이트까지 여럿 등장했다.
 
‘기혼자 닷컴(기혼자도 때론 외롭다)’ 사이트에서는 여성은 무료로 가입할 수 있지만 남성은 14일에 5만원을 결제해야 상대의 프로필을 보거나 쪽지를 보낼 수 있다. 상대방을 찾기 위해서는 원하는 연령대를 선택해 검색하면 된다. 회원 나이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선정적인 사진으로 어필하려는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간통죄 폐지 이후 국내에는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기혼자닷컴’이라는 사이트(사진)가 생겼다. 이곳에서는 기혼, 돌싱, 미혼 등의 남녀를 매칭시킨다. 회원은 약 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혼자들 간 만남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이트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스카이데일리 

가입 후 회원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갖게 되는데, 여기서 자신의 홈피 방문자를 확인할 수 있다. 기자의 홈페이지에는 하루만에 30명 가량의 여성 회원이 방문했다. 여성 회원들은 원하는 상대를 적는 곳에 ‘기혼·돌싱’ 등을 써넣기도 했다.
 
자신의 직업을 가정주부라고 올린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 소개란에 ‘결혼 안한 친구들이 부럽다. 이혼할까?’ ‘해외여행 많이 다니는 편이구, 아이는 아직 없어영. 외롭네요...’ 등의 선정적인 문구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부남과 유부녀를 이어주는 온라인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도 한국에서 서비스를 재개했다. 지난 2001년 캐나다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36개국 2500만명의 가입자를 둔 기혼자 대상 소개팅 사이트다. “인생은 짧아요, 바람을 피세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 201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에 따라 국내 접속이 차단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이 사이트가 범법 행위인 간통을 조장해 건전한 성도덕·혼인제도 등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애슐리 매디슨은 간통죄가 폐지된 직후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간통죄 폐지 후 흥신소 2배 급증…배우자 아닌 불륜 상대방에 손배 소송 증가
  
간통죄 폐지 이후 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흥신소 역시 성업 중이다. 불륜 현장에 동원됐던 경찰의 역할이 없어진 탓이다.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에 따르면 흥신소는 간통죄 폐지 이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한 전국 3200개소로 추산되고 있다.  
 
 ▲ 간통죄에 폐지 이후 흥신소를 찾는 불륜 피해자들이 늘었다. 또 간통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지자 상간녀(남)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늘었다. 불륜 피해자들은 가정파탄에 대한 정신적인 피해 보상으로 수억원까지 요구하지만 실제로 받아내는 금액은 1000만~3000만원 정도다. ⓒ스카이데일리
 
한 흥신소 관계자는 “의뢰가 늘긴 늘었다. 불륜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배우자가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알아봐달라는 내용이나 상대방 여자의 집 주소, 번호 등을 알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간통죄 폐지 전에는 현장을 덮쳐 증거 자료만 전해주면 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동차에 GPS(위치추적기)를 달거나 스마트폰에 몰래 프로그램을 깔아서 추적하는 일을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과거에 비해 까다로워진 편이다”고 전했다.
 
간통죄 폐지 후 상간 남녀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늘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누구 좋으라고 이혼하나’라는 일종의 보복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선미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 이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늘고 있다”며 “법에서는 상간녀(남)에 의해 결혼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 배우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이기동 교수는 “우리 고유의 것을 살리지 않고 외국의 성적 자유를 추종하는 모양새가 참 안타깝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정신적인 공황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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