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빼먹지 않고 꼭 한 번 들러보는 유명한 관광 명소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나 공방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잘 가꿔진 한옥 거리는 연인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북촌’은 서대문 안 청계천 종로 북쪽 지역으로 경복궁과 창덩국의 율곡로와 삼청공원으로 둘러싸인 가회동, 계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팔판동, 소격동 일대를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조선시대부터 상류층의 주거지였던 북촌은 일제시대 당시 도시구조 근대화 작업을 통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북촌은 관광객 유입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남산한옥마을이나 민속촌 등과 달리 실주거 목적의 한옥이 밀집해 있어 더욱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북촌한옥마을 내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옥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의 부동산 투자가 줄을 이었다. 그 결과 현재 북촌한옥마을 일대에는 유명인사들 소유의 부동산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가회동 1번지 주민’으로 불리는 한화그룹 오너 일가를 비롯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으로 유명한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구·운산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은둔의 미술딜러’로 불리는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과 홍송원 갤러리서미 대표 등도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경우 한화그룹의 개발 사업으로 발생한 부동산 호재를 이용해 그룹 후계자이자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막대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안겨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주제로 ‘한국 귀족자본주의 땅 북촌’을 선정하고 북촌한옥마을 부동산을 전수로 조사해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이면서 공인의 신분으로 꼽히는 경제계, 문화·예술계 등 유명인사의 면면과 이들 중 일부 인사들의 부동산 소유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의혹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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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 한옥마을에는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대거 둥지를 틀고 있다. 이 가운데 북촌 가장 위쪽에 위치한 가회동 1번지 일대에는 한화그룹 오너 일가가 창업주 시절부터 거주하고 있다. 현재 오너2세이자 총수인 김승연 회장부터 그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까지 3대째 가회동 터줏대감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가회동 소재 김승연 회장 자택 전경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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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 한화그룹 오너 일가는 창업주 시절부터 줄곧 북촌한옥마을 내에 거주해 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가회동에 속하는 한화그룹 오너 일가 자택은 소위 ‘가회동 1번지’로 불린다. 엄밀히 ‘가회동 1번지’는 따로 존재하지만 가회동을 상징하는 대표재벌에게 부여된 수식어로 회자된다는 뜻이다.
오너2세이자 현재 그룹의 총수인 김 회장 역시 남다른 가회동 사랑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주 시절부터 살던 곳에서 수십년째 거주 중인 것이 그 상징으로 거론된다. 그룹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을 포함한 김 회장의 자녀들 역시 가회동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대째 가회동을 떠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한화그룹 총수 김승연 회장의 남다른 가회동 사랑을 두고 그 배경에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와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경영승계를 위한 일환으로 조직적 땅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주택과 맞닿아 있는 필지들을 계열사를 동원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이고 있는 사실은 의혹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의 시세는 가장 최근의 거래 사례를 토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비싸게 매입한 시세대로 바로 옆 김 전무의 부동산 시세가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주도 개발전후, 일대 부동산 김승연 장남 소유 전환 ‘조직적 땅투기’ 의혹
스카이데일리가 가회동 일대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 한 결과, 김 회장은 가회동 1번지 일대에 본인 명의로 부동산 2필지(1-11, 1-208)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필지의 총 토지규모는 1920.8㎡(약 581평)에 달한다. 이들 필지 중 1-11은 1967년 11월에, 1-208은 1981년 9월에 각각 김 회장 소유가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김승연 회장 자택 주변 토지를 대거 매입했다. 그 중에는 한화그룹 임원들 소유의 토지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당시 한화그룹은 ‘외국인 전용 한옥 타운하우스’를 짓기 위한 목적으로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동산들은 현재 한화건설 명의로 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가회동 일대에 한화건설 명의로 된 필지는 가회동 21필지, 삼청동 2필지 등 총 23필지에 이른다. 이들 필지의 규모는 총 1만3290.4㎡(약 4020평)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및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타운하우스는 2006년 6월 준공됐으며 한화그룹을 방문한 손님이나 외국인 직원들이 주로 머물고 있다.
그런데 한화그룹의 ‘한옥 타운하우스’ 조성공사가 막바지를 향해갈 때쯤 해당 지역과 맞닿아 있는 필지의 소유주에 일대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대 지역에 김 회장의 장남이자 한화그룹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동관 전무 소유 부동산이 급증했다.
지난 2005년 12월 김 회장 소유 필지와 맞닿아 있는 가회동 1-202를 포함해 총 3필지가 김 전무 소유로 바뀌었다. 총 토지규모는 3047㎡(약 922평)에 달했다. 김 전무는 이들 필지를 한화그룹 창업주인 김종희 전 회장의 아내이자 김 회장의 어머니인 고 강태영 여사로부터 증여받았다. 김 전무는 친할머니 소유의 토지를 증여 받은 셈이다.
김 전무는 증여 외에 직접 부동산을 매입하기도 했다. ‘한옥 타운하우스’ 완공 약 2개월 전인 2006년 4월, 김 전무는 한화그룹 전 임원으로부터 바로 옆에 위치한 삼청동 35-226(토지면적 110.1㎡) 필지를 매입했다. 해당 필지는 현재까지 별다른 개발이나 활용 없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김 전무 소유 부동산이 과거 김 회장의 모친이자 김 전무의 친할머니인 고 강태영 여사, 한화그룹 전직 임원 등의 소유였다는 점에서 경영 승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땅투기’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김 전무 소유 부동산의 가치가 처음 획득했을 당시보다 몇 배 가까이 뛴 점을 근거로 해당 부동산이 향후 경영 승계에 필요한 자금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격인 (주)한화의 김 전무 소유 지분은 4.44%에 불과했다.
실제로 타운하우스가 조성된 이후 일대 지역 공시지가는 1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김 전무가 산 부동산 역시 2005년 ㎡ 당 140만원에서 2007년 220만원으로 57%가량 급등했다. 지난해 가회동 일대 공시지가는 2000년대 초와 비교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 올랐다. 김 회장이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부동산 개발 호재를 일으켜 아들의 경영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타운하우스 완공 후에도 의문의 고가 부동산 매입 지속, 김동관 부동산도 시세 쑥쑥
▲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건설이 오너일가 자택과 맞닿은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한화그룹 임원으로부터 매입한 사실과 함께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지속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이 포착돼 그룹 계열사 및 임직원을 동원한 조직적 투기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승연 회장 자택과 맞닿은 한화건설 소유 부동산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김 전무 소유 부동산이 생겨나고 타운하우스가 완공 된 후에도 한화그룹 계열사가 일대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한 점은 투기 의혹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회자된다. 특히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이 포착돼 ‘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세는 최근의 거래 사례를 통해 결정된다”며 “예를 들어 몇 달 전에 비슷한 조건의 필지의 거래가로 주변 필지 시세가 결정되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 필지를 한화그룹 계열사가 높은 가격에 매입한다면 기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김 전무 부동산의 시세 역시 그에 맞게 오른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타운하우스 완공 직후인 2006년 9월 계열사인 한화건설 명의로 가회동 토지면적 101.7㎡(약 평) 규모의 1-98 필지를 매입했다. 불과 3개월 전 실시된 김 전무의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등기부 등본 상에 거래대금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해당 거래는 거래가가 명시돼 있었다.
당시 매입가는 건물포함 3억7200만원으로, 이는 3.3㎡(토지기준, 평)로 환산했을 때 약 1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 이듬해 해당 필지의 공시지가는 3.3㎡(평) 당 700만원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김 전무 소유 부동산 바로 옆 2필지의 주인 또한 한화그룹으로 바뀌었다. 한화건설 명의로 삼청동 3-224(토지면적 138.8㎡), 3-207(156.4㎡) 등을 샀다. 김 전무 소유 자택과 벽이 서로 맞닿아 있는 필지다. 당시 거래가 역시 등기부등본 상에 명시돼 있다.
한화건설은 삼청동 35-224 필지는 6억3000만원에(건물포함), 35-207 필지는 7억500만원에 각각 매입했다. 이는 3.3㎡(토지기준, 평)당 각각 1498만원, 1488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앞서 9월에 매입한 필지와 불과 100여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3개월 후 3.3㎡(평) 당 거래가가 25%나 오른 것이다.
한화그룹은 그 후로도 계열사를 동원해 꾸준히 일대 부동산을 매입했다. 지난 2011년 7월 한화건설 명의로 가회동 1-97(토지면적 81.2㎡) 필지를 사들였다. 당시 거래가는 5억4000만원(건물포함)이었다. 3.3㎡(토지기준, 평) 당 약 2195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올해 초 인근 필지의 실거래가인 1600만원에 비해 무려 600만원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지난 2014년 3월에도 한화그룹은 한화건설 명의로 가회동 1-134(토지면적 165.3㎡) 필지를 사들였다. 당시 거래가는 11억5000만원에 달했다. 3.3㎡(토지기준, 평) 당 거래가는 약 2296만원으로 추산됐다. 타운하우스 완공 직후 처음 부동산을 거래한 2006년 9월에 비해 3.3㎡(토지기준, 평) 당 90%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한 셈이다.
가회동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가회동 일대 필지의 실거래가는 3.3㎡(토지기준, 평) 당 1500~16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이는 서울시에 신고된 지난 2006년 실거래(350만원~400만원)가에 비해 약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물론 매수자의 의지에 따라 거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한화그룹 계열사 소유 인근 필지의 경우 과거의 거래 사실 때문에 인근 시세보다 높게 평가된다. 한화건설이 마지막에 매입한 거래가는 지난 2006년에 비해 약 6배 가량 높다. 김 전무 소유 부동산도 과거에 비해 6배 가량 오른 셈이다. 한화건설의 지난 2014년 부동산 매입가를 통해 김동관 전무 소유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책정했을 때, 총 220억원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승연 회장 부인 소유 소격동 부동산, 매입 8년여 만에 시세 80억원 가량 상승
▲ 한화그룹 오너일가와 계열사인 한화건설은 가회동을 중심으로 삼청동, 소격동 등 북촌 한옥마을 부동산을 꾸준히 매입했다. 하지만 매입 후 별다른 사업 추진 계획 없이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화건설이 매입한 가회동 1-97번지,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전무가 매입한 삼청동 35-226번지, 김승연 회장 아내인 서영미 씨가 매입한 소격동 86번지, 가회동 외국인 전용 타운하우스 전경 ⓒ스카이데일리
김 회장의 아내인 서영민 씨도 소격동에 부동산 5필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도 의혹 어린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서 씨는 부동산을 매입 후 임대를 줬는데, 일반적인 임대사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이 역시도 투기 목적의 거래로 의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서 씨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바로 옆 삼청동 까페거리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소격동 83-3, 86, 88-17, 88-18, 87-1 번지 등 총 5필지를 소유 중이다. 이들 필지의 총 토지규모는 779.7㎡(약 69평)에 달했다.
서 씨는 2008년 4월 소격동 86, 88-18, 83-3번지 등 3필지를 건물과 함께 총 123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맞닿아 있는 바로 옆 소격동 87-1번지는 60억원, 88-17번지는 12억원 등에 각각 사들였다. 이들 필지 위에는 각각 3층 높이 빌딩 2채(소격동 86외 2필지, 소격동 87-1)와 단층 기왓집(소격동 88-17)이 각각 세워져있다. 빌딩에는 현재 카페가 들어선 상태다.
서 씨는 123억원을 주고 매입한 소격동 86번지 외 2필지, 건물 등을 임대 한 상태다. 등기부등본 상 서 씨는 2010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5년간 22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갱신 내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시세 상승이 가파른 상권의 상가 계약은 5년 후 곧바로 계약을 갱신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설명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소격동 부동산 가격의 경우 북촌 내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서 씨는 지난 2008년 일대 토지들을 총 195억원에 매입했다. 인근의 거래 사례에 비춰볼 때 현재 서 씨 소유 소격동 부동산의 총 시세는 27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입 후 8년여 만에 8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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