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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생리컵 국내 유통·판매

여중생의 눈물 젖은 깔창생리대…“식약처 뭐했나”

값싸고 위생적인 생리컵 유통·판매 가시화…뒤늦은 논의에 여성들 ‘분통’

김인희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5-19 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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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는 여성의 생필품으로 국내 생리대 시장은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다. 2013년 생리대 시장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대표적인 생리대 3대 업체로는 유한킴벌리, LG유니참, 한국P&G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업체는 생리대 시장에서 각각 55%, 23%, 15%의 점유율을 나타낸다. 한국 여성들은 해당 업체들이 생산하는 ‘화이트’, ‘좋은느낌’, ‘위스퍼’ 등 패드형 생리대를 이용하고 있으며 유한킴벌리의 ‘탐폰’과 같은 체내형 생리대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탐폰 유사 제품이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생리컵’이 있다. 일부 여성들은 해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생리컵’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대량 구입, 생산업체의 제조 시도 등이 있었으나 허가된 바가 없어 이뤄지지 못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리컵’의 생산·유통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일자 최근 식약처는 ‘생리컵’에 대한 유통을 놓고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영향으로 뒤늦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 안전성 판단 기준이 무엇이냐는 지적까지 흘러나왔다. 스카이데일리가 ‘생리컵’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국내 정식 판매 관련 식약처의 대응 태도 논란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생리대로 인한 경제적 부담 문제가 사회적으로 조명 받으면서 대안생리대, 생리대 대체품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사용돼 온 생리컵의 국내 유통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해외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돼 온 생리컵이 이르면 7~8월께 국내에서도 정식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 장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생리컵의 국내 유통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되자 여성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담아내는 여성용품이다. 가격대는 2~4만원으로 실리콘 재질로 돼 있으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체에 삽입한 생리컵을 꺼내 생리혈을 버리고 세척해 다시 삽입하면 된다. 생리컵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수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패드형 생리대를 사용해 왔다. 패드형 생리대는 신체 외부에 덧대서 생리혈이 흐르지 않도록 막는 방식을 말한다. 패드형 생리대는 위생 문제와 더불어 가격이 비싸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이 나왔지만 이 역시 1회성에 그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패드형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5월 국내 생리대 시장에서 유한킴벌리의 가격 인상 발표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그동안 국내 생리대 업체들이 2~3년의 한 번 꼴로 가격을 올려왔다. 현재 중형 36개 낱개 생리대 가격은 평균 6000~9000원 선이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비싼 수준이다. 주요 국가의 생리대 중형 낱개 가격을 비교하면 △일본 181원 △프랑스 218원 △덴마크 156원 △미국 181원 △한국 331원 등이었다.
 
돈 없어 생리대 못사는 사례 빈번, 불편하고 비싼 생리대 단점 보완한 ‘생리컵’ 급부상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리대 가격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주요 업체들의 정치권 로비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한 여중생의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지면서 생리대 가격 문제가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깔창 생리대’는 단어 그대로 여중생이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한 사례를 말한다. 이후 국회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법안을 발의했고, 201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항목에 ‘생리대지원안’이 포함됐다.
 
 ▲ 올해 7~8월쯤부터 국내에서 생리컵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여론이 일고 있다. 생리컵의 경우 위생적이고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이미 외국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사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식약처가 경제적 장점을 지닌 생리컵 유통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높게 일었다. 외국에서는 일찌감치 사용돼 온 생리컵을 유독 국내에서만 보기 힘든 상황에 대한 반감의 목소리였다. 깔창 생리대 사연 등과 맞물려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식약처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생리혈의 위생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생리대나 이와 유사한 물품(생리컵 포함)은 이미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관리해왔다”며 “실리콘 재질의 체내 삽입용 제품으로 인체 삽입시 안전성이나 제품의 품질 등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에는 ‘의약외품 생리컵’ 허가 제출 요건을 안내하는 제2차 민원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 같은 태도는 얼마 안가 진정성 논란으로 번졌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 실리콘 업체가 생리컵 개발·생산에 돌입하기 위해 ‘의약외품허가심사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의약외품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리컵 사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식약처는 결국 생리컵 유통·판매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식약처는 지난 15일 “최근 5~6곳의 업체와 생리컵 생산 또는 수입을 위한 상담을 진행, 한 수입업체가 수입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수입 허가 절차를 거치면 올해 7~8월쯤 국내에서 생리컵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외국서는 활발히 사용 중인 장점 많은 생리컵, 식약처 그동안 뭐했나”
 
생리컵의 국내 유통이 초읽기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식약처가 보여 온 태도 때문이다.
 
여성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유관 기관에서 명확한 기준이나 잣대가 아닌 여론의 향방에 의해 정책을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식약처에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생리컵을 권장하거나 허용하지 않은 채 방관만 데 대해서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관계자는 깔창 생리대 이후 여성 생리대에 대한 언급이 이뤄지기 시작해 이제야 문제화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사전에 생리컵에 대한 사전 정보 제시가 없었다는 것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생리컵이 생산·판매가 가능해져 생리 용품 관련 소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여성들의 건강권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면서 “실제로 생리대가 맞지 않은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생리컵 판매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 여성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 온 ‘생리컵’이 그동안 국내에서는 유통이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생리컵 판매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왜 진작 이것이 알려지거나 유통되지 않았나”, “식약처의 기준이 모호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여성의 생리 관련 용품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는 문화가 있었고,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도 여성 건강권 차원에서 적극적인 고민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운 감정을 나타냈다.
 
여성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식약처가 국민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관련 사안들에 대해 언급한 점을 문제 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식약처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그동안 한국 여성들이 그동안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일반 소비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주희(23·가명) 씨는 “(패드형)생리대는 불편함과 위생 논란, 경제적 부담 등 다양한 문제점이 많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왜 생리컵이 논의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관리 방법과 안전 수칙을 잘 숙지해 생리컵을 진즉에 사용했더라면 그동안 많은 여성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에서 해방됐을 수도 있었다”고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생리대는 여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특히 건강과 직결돼 있는 아주 중요한 제품이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단점이 많은 패드형 생리대 사용을 방치하고 다양한 장점을 지닌 생리컵을 권장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이민혜(24·여) 씨는 “친구가 2개월 째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는데 생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너무 편하다고 한다”며 “친구는 국내에서 구매가 불가능하면 지속적으로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고 보편화되면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희자(48·여) 씨는 “30년 넘게 (패드형)생리대를 썼는데 ‘생리컵을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생리혈 처리를 더 편리하게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앞으로 생리컵 사용이 활발해 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 관계자는 ‘식약처의 대응 태도가 국민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 ’질문에 “사전 검토 중인 단계로 영향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식약처가 국민 건강을 위해 적극 대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리컵 사용을 규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통업체에 한해서만 ‘허가 절차’가 필요한 것이지 개인이 해외 직구 등을 통해 구매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생산·수입업체가 없어 의약외품 범위에 정확히 표기되지도 유통·생산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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