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전신으로 평가되는 과거 현대그룹 자동차 사업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40년 3월 인수한 자동차정비공장 ‘아도서비스’로부터 출발했다. 정 창업주는 당시 ‘신속, 정확, 납기준수’ 원칙을 통해 자동차 정비업에서 성공을 거뒀으나 전쟁과 일본의 기업통제정책 등으로 인해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해방 후 아도서비스를 반환받은 정 창업주는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이후 현대토건에 합병)를 설립했다. 한 동안 건설업 분야를 중심으로 사세를 넓히느라 자동차 정비업 분야에서는 멀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정 창업주의 애착은 남달랐다. 그는 1967년 동생 정세영 명예회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하며 현대자동차를 설립, 미국 ‘포드’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정비가 아닌 제조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정 창업주 시절 ‘태동기’를 거친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 체제에 접어들면서 성장기를 맞이하게 된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내 또 다른 자동차 계열사 ‘현대정공’의 사륜구동차 시장진출을 이끌면서 관련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1998년 기아자동차 인수를 계기로 1999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회장직을 겸임했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계열분리 후 본격적으로 현대차동차그룹의 성장을 도모했고, 마침내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발 빠른 성장가도를 달려 온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상당하다는 이유로 지금의 위기 상황에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경제의 기둥으로 평가되는 현대차그룹의 현주소를 금주 이슈포커스로 선정하고 현대차그룹의 현재 상황,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위협 요소 등을 세 편으로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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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평가가 무성하다. 한반도 사드배치와 트럼프보호무역주의의 여파로 해외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실적 또한 수년째 악화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현재 여론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 위기가 국가 경제에 미칠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차 업계 및 재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의 대내외적 혁신을 요구하는 지적들이 적지 않아 특히 주목된다.
국가대표 자동차 브랜드 현대차그룹, 국내외 판매량, 실적 동반 하락 ‘우려감 솔솔’
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의 양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이하·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기아차)는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6만607대를, 해외시장에서 30만7362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16.5%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도 지난달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시장에서 4만3522대, 해외시장 17만5606대 등 총 21만9128대를 판매했다. 2016년 5월 판매량에 비해 국내 판매량은 8.6%, 해외 판매량은 10.1% 각각 줄어들었다.
지난 4월에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는 총 36만4225대(국내 6만361대, 해외 30만3864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 판매량인 41만2626대보다 11.7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차 역시 24만1387대에서 20만9832대(국내 4만3515대, 해외 16만6317대)로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감소율은 13.07%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 감소는 지난 4월과 5월 국내 전체 산업의 수출증가율이 각각 24.1%, 13.4% 증가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특히 해외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우려감을 낳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전체로 따져도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국내에서 총 65만8642대를, 해외에서 420만1407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는 지난 2015년 대비 총 10만4788대(-2.11%)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에서 각각 53만5000대와 248만5217대, 총 302만217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약 3만대(-1%) 감소한 수준이다.
완성차 판매대수 하락은 곧장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 당기순이익은 5조719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31%, 12.13% 각각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14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1분기 역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3%, 20.50% 각각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각각 1조2508억원, 1조4057억원 등이었다.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 보호무역 강화 등 시험대에 선 글로벌 기업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실적부진은 대내외적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김연학 서강대학교 기술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무역제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현대차는 양대 수출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2% 감소한 7만2032대(현대차 5만6026대, 기아차 1만6006대)에 그쳤다. 사드배치로 인한 무역제재가 본격화 된 올해 4월 판매량은 65.1% 감소한 5만1059대(현대차 3만5009대, 기아차 1만6050대)에 머물렀다.
미국에서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올해 3월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총 11만8694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6만9265대와 4만9429대를 판매했다. 4월 역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대수는 총 11만6408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1.95% 감소한 수치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미국 시장의 전망 역시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개선 기미를 보이던 한중관계는 최근 불거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발사대 추가 배치 논란’으로 다시 냉각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중국 정부는 사드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배치된 것에 대해 ‘엄중 우려’ 입장을 표했다.
미국 시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실적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한미 FTA를 ‘실패한 협상’으로 규정하며 재협상 할 것을 주장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올해 대미 무역에서 수송장비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4.38%로 모든 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가 한미 FTA재협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8월로 예정돼 있는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멕시코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이 타격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기아차는 지난해 9월 연산 40만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준공했다. 앞서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생산한 제품 중 60%를 미국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김 교수는 “올해가 현대자동차그룹에게는 가장 힘들면서도 산적한 악재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전화위복의 한 해가 될 것이다”며 “반도체, 기계 장비 등의 분야는 수출 실적이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지금의 위상을 지켜내는가에 대한 문제는 스스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리콜사태, 노조파괴 개입 의혹 등 신뢰도 하락 위기…현대차 넘어 한국 경제 ‘휘청’
현대차그룹은 해외시장뿐 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사상초유의 리콜사태 및 하청업체 노조파괴 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4월 ‘세타 엔진2’ 결함을 이유로 ▲그랜저HG ▲YF소나타 ▲K7 ▲스포티지 등 5개 차종 17만1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지난 18일에는 연료계통 결함으로 인해 국토부로부터 ▲그랜드 스타렉스 왜건 ▲LF소나타 ▲그랜저 등 3개 차종 1만8000여대에 대한 강제리콜 명령을 받았다.
이러한 리콜 행진은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품질 경영’과 상반되는 결과이기 때문에 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미국 리콜 당시 문제없다고 확답한 국내 제품에 대한 리콜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늦장 리콜’ ‘꼼수 리콜’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에는 현대차 사측과 구매본부 소속 임직원 4명 등이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불구속 기소 당하기도 했다. 해당 임직원들은 협력업체인 유성기업 사측과 결탁해 유성기업 직원들이 전국금속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어용노조에 가입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각종 악재에 시달리자 관련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시각이 높게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국가 경제 기여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훌쩍 넘는다. 이로 인해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 스스로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 4월과 5월 잇달아 발생한 리콜사태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하청업체와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의혹까지 일고 있어 기업 신뢰도 하락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에게 대대적인 경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사진 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스카이데일리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부 검증 시스템, 노사관계 인식, 소비자 소통 등 내부적으로 많은 쇄신이 필요하다”며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수직적 구조의 내부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하나의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부품만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차와 연관된 기업 수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현대차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가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현재 개선돼야할 점이 많지만 한국 사회가 함께 채찍질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자동차산업 선두주자의 위기, 정부와 국민 모두가 관심 갖아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인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부터 현대차는 시장의 1등 주자로서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시장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점유율을 71.5%에 달한다.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GDP대비 수출의 비중이 43%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12%와 중국의 21%에 비해 2~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자동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수송장비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로 전지·전자제품(31.48%)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수행하고 있는 중요할 역할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며 “이러한 현대차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경우 한국 경제가 겪을 피해는 ‘협력업체의 수’ 등으로 단순히 추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들을 조금 더 신경 쓰는 등 대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변화를 보여야 하며 새 정부와 국민들도 현대차의 위기극복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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