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8일에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김영란법)’이 시행 1년째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통념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란과 더불어 각종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지만 법은 그대로 이행됐다. 여전히 잡음은 무성하다. 특히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은 농가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지난해 설 명절보다 14.4% 감소했다. 선물 가격의 상한선이 정해진데다 문제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아예 선물을 하지 않는 풍토까지 생겨난 결과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부작용도 하나 둘 불거져 나와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터무니없는 허술한 선물세트가 판을 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영란법 선물세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제품들이 실제 가격보다 훨씬 허술하게 구성돼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물을 주고도 욕을 먹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번째 추석을 맞아 기존과 달라진 현상과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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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1년째를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에 대한 청탁 금지 내용이 주요 골자다.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으로 김영란법 대상자에게 줄 수 있는 금품의 상한액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이다.
김영란법은 시행 전부터 법의 적용대상, 규제범위 등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법이 실시된 이후에는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사회적 통념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 여론과 더불어 경제적 피해 사례도 상당했다. 특히 선물 자체를 아예 꺼려하는 풍토가 생겨나면서 농·축산물 농가는 경제적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번째 명절이었던 올해 설의 경우,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량은 급증한 반면 5만원 이상 제품은 판매량과 매출액 모두 감소했다. 5~15만원대 선물세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시중의 한 마트의 경우 지난 설 명절 당시 5~15만원대 선물세트 판매량은 50000개로 2016년 75000개에 비해 무려 33.3%나 감소했다. 전체 판매수량에서도 5~15만원대 선물세트 비중은 9.5%에서 6.1%로 줄었다.
스카이데일리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두 번째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과 마트 등을 찾아 취재해 본 결과,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판매량 감소를 호소했다. 오히려 지난 설 명절에 비해 선물을 꺼려하는 풍토가 더욱 짙게 나타난다는 대답도 들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욱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가격대의 제품 대부분이 선물하기 민망할 정도로 상품구성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됐다. 소비자들은 “선물을 주고도 욕먹게 생겼다”며 “내용물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럴싸하게 포장만 한 꼼수 제품이 난립하는 상황 또한 김영란법의 부작용이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 “분명 같은 가격인데 선물세트 내용물 예전보다 상당히 빈약”
추석 명절을 앞두고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만난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5만원 이하 상품에 대해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터무니없이 빈약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판매원 또한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의식하는 눈치였다.
서울의 한 신세계백화점에서 한과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이경순(여·62)씨는 “한과의 경우는 포장상자의 단가가 특히 높아 3만원이나 5만원 기준으로 선물세트의 구성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레 내용물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가절감이 힘든 선물포장비 때문에 내용물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한과 외에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선물 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업체의 육포 선물세트 한 상자 가격은 4만5000원이었다. 이 선물세트에 담긴 육포 제품의 중량은 450g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종류의 육포를 낱개로 구매할 경우 500g을 4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육포 선물세트 판매원은 “선물세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포장용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용물이 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어서 낱개로 구매한 후 개별 포장을 해 선물하는 분들도 있다”며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이런 형평성 없는 가격구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를 앞둔 유통가는 업종을 불문하고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제품의 수량 대신 원산지나 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농·수산물의 경우는 특히 심했다. 수산물 선물세트의 경우 5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은 수입산 새우, 게장 통조림 등에 불과했다.
소비자들 “선물 주고도 미안…차라리 안 주고 안 받는다“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저렴한 제품의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물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우려감이 더해지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후 가뜩이나 어려워진 농가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차라리 안 주고 안 받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화점에서 만난 이세연(여·52)씨는 “같은 5만원 가격이라도 지난해에 비해 양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부정청탁을 방지하는 김영란법을 핑계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제품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친구와 함께 추석 선물을 보러 나온 정은경(여·60)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로 허술해진 선물세트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선물을 주고도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차라리 현금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물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꾸준히 선물을 주고받던 사람들끼리도 지난해 김영란 법 시행 이후부터는 더 이상 서로 주고받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며 “법의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이런 문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지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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