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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스승의날 카네이션 김영란법 적용 논란

“선생님께 종이꽃도 못주게 막는 김영란법 너무해요”

김영란법 규제 대상만 1000만명…교육계 “일선 학교 분위기 삭막”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5-15 14: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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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이다. 역사상 손꼽히는 성군이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우리나라 문체를 널리 가르친 교사로 인식해 이를 기르자는 취지로 이날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들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제정됐다. 정부는 매년 이날 교육 공로자에 포상을 실시했다. 일선 학교들도 각종 사은행사를 거행했다. 학생들은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승의 날 풍경이 올해부터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김영란법 때문이다. 해당 법에 따라 교사들은 일부 예외자격을 갖춘 학생들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로부터 돈을 주고 구매한 생화 카네이션은 물론이고 종이를 접어 만든 카네이션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교육계는 물론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당초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 여론이 일고 있다. 사제 간 정(情)을 법(法)으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오늘(15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스승의 날을 맞아 변화된 분위기와 이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 등의 반응을 취재했다.

 ▲ 오늘(15일)은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작은 카네이션조차 선물할 수 없게 됐다. 상당수 학생들은 평소 감사의 마음을 작은 선물로나마 전할 수 없는 현실에 상당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진은 스승의 날인 오늘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등굣길 모습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서 13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김 모 교사는 15일(오늘)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줘도 대냐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어보는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물질적인 부분이 아닌 정신적인 교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스승과 제자 모두가 삭막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제 간 정(情)을 가로 막은 장벽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학생이 스승에게 생화는 물론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조차 건네는 것이 불법이 됐다. 전국 각 학교는 지난 한 주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학생과 학부모에 주지시키는 데 지난 주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 및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오늘(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각 학급 학생들이 1000원씩이라도 돈을 모아 작은 선물을 마련하는 풍경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자연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 년에 단 하루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왜 못하게 됐는지에 대해 되묻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자연스레 스승과 제자 간에 정(情)을 막아선 김영란법이 형평성 없이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법안의 취지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와는 거리가 먼 행위에 대해서조차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뒀다는 학부모 김현희(가명·여) 씨는 “스승의 날 학생들이 감사의 표시로 선생님에게 주는 카네이션 한 송이를 부정청탁, 금품수수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에 빗대 표현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물론 법의 취지는 좋지만 법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이어야 하지 사람과 사람 간에 관계까지 단절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오늘(15일) 김영란법 도입 후 첫 스승의 날…“정말 너무 하다”
 
 ▲ 스승의 날인 오늘(15일) 일선 학교에서는 예년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 같았으면 학생들 손에 카네이션이 들려 있어야 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스승의 날에 종이로 만든 모형 카네이션조차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은 한 학생이 카네이션이 든 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오늘(15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 날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강남 일대 학교를 찾아 김영란법 시행으로 스승의 날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가 금지된 데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학생들 대다수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고등학교 1학년 오유림(17)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맞는 스승의 날, 갑자기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선물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반 친구들과 꽃 대신 편지를 쓰기로 했는데 카네이션 한 송이도 못주는 것은 조금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신미서(18) 학생 역시 오 양과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신 양은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 1주일 전부터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며 “친구들끼리 선생님께 편지를 건네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솔직히 가슴에 다는 1000원짜리 꽃 한 송이 못 주는 게 내심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김주협·김태웅(17) 군은 스승의 날 교사에 카네이션을 건넬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주면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들은 “꽃이 안 되면 만들어서 주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그것조차 불법이라는 말을 듣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주협 군은 “카네이션 한 송이는 학생 용돈으로도 충분히 구매 가능하고, 게다가 만들어 드리는 것은 돈이 드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돈데 너무한 처사다”고 언급했다.
 
강다윤(17) 양은 “학생으로서 선생님께 고맙고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제정된 날인데 성의 표시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뇌물이나 촌지를 드리는 것도 아닌데 꽃 한 송이 건네는 것조차 막는 것은 강요와 횡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아무 것도 안 받겠다”…사례별 잣대 적용 권익위도 모호한 입장
 
 ▲ 스승의 날을 앞두고 찾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는 평소와 달리 카네이션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많지 않았다. 일부 매장은 아예 주문 판매만 시도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목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상가 내 카네이션 바구니를 판매하는 한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질의응답(Q&A) 형식으로 학교 내 김영란법 적용 사례를 설명하는 ‘새내기 학부모가 궁금해 하는 청탁금지법’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스승의 날에 교사에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있는 학생은 학생회 회장 또는 각급 반 회장 등 학생대표 자격을 부여받은 학생으로 제한된다. 이 또한 공개적인 장소에서 전달돼야 하며 대표성을 띠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카네이션 한 송이도 건네선 안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 수수할 수 있는 5만원 이하의 선물도 교사들이 받으면 불법이 된다.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선물은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의 목적을 벗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거나 학부모들이 선물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 비단 스승의 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수업에 앞서 교탁 위에 음료수 캔 하나를 올려놓았던 풍경도 이제는 불법이 됐다.
 
교사에 선물을 줄 수 있는 경우는 학생대표와 더불어 다음 학년이 된 뒤 이전 학년 담임교사에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주는 경우다. 가령 고교 2학년이 된 학생 또는 학부모가 전(前) 학년 담임교사에 선물을 건넬 수는 있는 식이다.
 
5만원을 초과한 선물을 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 해 은사에 선물을 주는 경우다. 정리 하면 한 학교, 한 학급일수록 김영란법 적용강도가 높다. 교육계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선물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 실무진을 만나 교원·학생·학부모의 관계를 너무 매정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며 “당시 권익위 측도 공식적으로 교사들이 카네이션 한 송이도 일절 받아선 안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개별 사례를 놓고 봤을 때 모든 사례에 청탁이란 잣대를 적용할 순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교사·학생·학부모 등 학교로 인해 연관된 인구가 약 1000만명인데 이들 모두가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교육계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교원·학부모·학생 간 관계에 너무 강력한 규제가 적용돼 삭막한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규제 대상만 1000만명…5월 성수기 노리는 화훼업계 ‘울상’
 
 ▲ 자료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스카이데일리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는 곳은 비단 교육계 뿐만이 아니었다. 조화·화환·난 등의 판매가 감소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화훼시장에서도 예년 같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1000원짜리 꽃 한 송이도 팔지 못하게 생겼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강남고속터미널 꽃상가 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스승의 날 대목은 아예 포기해 버렸다”며 “황금연휴로 인해 꽃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인해 스승의 날 카네이션 까지 못 팔게 돼 타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카네이션 거래금액은 7억50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억원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물량의 경우 지난해 18만7530속(1속=20송이)이었지만 올해는 16만8375속으로 10%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평균 단가도 전년동기(4785원) 대비 8% 하락한 4421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어버이날을 염두한 수치고 만약 스승의날 이후에 재집계 한다면 감소폭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T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거래동향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성수기 동안에는 과도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aT화훼사업센터 관계자는 “매 년 스승의 날에는 카네이션은 물론 다른 꽃들도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김영란법의 여파로 상당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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