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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문재인정부 청년정책의 허와실(上-블라인드채용)
십수년 노력·시간 물거품…SKY의 희망 사라졌다
인적사항 배제한 ‘묻지마 채용’ 불합리…서울·지방 간 ‘역차별’ 우려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30 00:34:40
청년실업은 수년전부터 한국경제의 최대 불안요소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지난 2011년 7.6%였던 청년실업률(15~29세)은 지난해 9.8%까지 증가했다. 실질적인 사회진출 연령대인 25~29세의 경우 같은 기간 6.5%에서 9.2%로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기준 체감 청년실업률은 21.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률의 증가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독립시기 지연,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이어져 미래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청년니트 비율은 지난해 18.9%까지 치솟았다. ‘니트(NEET)’는 교육·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무직자를 뜻한다. 이에 역대 정부들부터 현재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행정부와 입법부, 재계 등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정부의 경우는 출범 직후부터 다양한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 정책을 두고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키워드로 ‘문재인정부 청년정책의 허와실’을 선정하고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정책인 블라인드채용(上), 공무원 증원(中), 청년창업(下) 등에 대한 문제점과 여론의 반응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정부 주도의 블라인드채용 방식이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교 학생들은 노력해서 얻은 학벌을 ‘차별’이란 이름으로 매도한다며 블라인드채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연세대학교(왼쪽)과 서울대학교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유은주·이기욱·배수람 기자]입사지원서 작성 시 개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두고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청년들의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어렵사리 좋은 대학에 입학한 국내 상위권 대학 소속 학생들 사이에서 ‘역차별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성적·전공·출신지·가족관계 등 선입견·차별을 줄 수 있는 항목을 없애고 직무에 적합한 지식과 기술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채용 방식이다.
 
지난 7월 정부가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한 이후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일반 기업들까지 이 같은 채용방식을 채택하는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일부 취업준비생(이하·취준생)들은 정부의 청년정책이 중·고교시절부터 대학교에 진학하기까지 이어진 개개인의 노력을 되레 ‘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취준생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노력과 희망을 모두 꺾는 반(反)청년 제도다”고 비판했다.
 
“잘 살려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라더니”…취업 과정에선 수십년 노력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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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한 블라인드채용은 외적인 요소들로 인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학연·지연·혈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합리적인 분위기를 바꾸고 취업을 위한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으로부터 취준생들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취지다.
 
지난 2015년 정부는 공공기관 국가직무능력표전(NCS)를 기반으로 한 채용 제도를 도입해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과 대학교·전공·신체조건 및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원서에서 제외시키도록 권장한 바 있다. 하지만 되도록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려는 풍토 때문에 강제력 없는 블라인드 채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 자료 : 인크루트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권고사항에 그쳤던 블라인드채용은 문재인정부 출범 약 2달여 후인 올 7월부터 의무사항이 됐다. 322개 공공기관이 블라인드채용 전면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8월부터는 149개 지방공기업도 블라인드채용방식을 채택했다. 탄력을 받은 정부는 지난달부터 블라인드채용을 확대 시행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663개 지방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한 지방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책의 수혜자인 청년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개개인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학창시절 꾸준한 성적 관리와 다양한 대외활동·고득점의 수능성적 등을 통해 국내,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본인들이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을 정부가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과 지방 간에 역차별 지적도 적지 않았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석규(25·남) 씨는 “좋은 학벌이 곧 고급인재라는 논리가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학벌을 실력이 아닌 차별로 치부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좋은 곳에서 일할 자격을 갖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연·지연·혈연 등이 뿌리 깊게 박힌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좋지만 그 방법이 채용 방식의 전환이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사회초년생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바로 출신 대학교·전공 등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최고 두뇌들의 집합소’라 일컬어지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반응은 특히 남달랐다. 경제학부를 전공한 지규환(27·남) 씨는 “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정보를 알아야 각 사에 맞는 인재를 채용할 텐데 모든 이력을 배제하고 면접에서 짧은 순간 이뤄지는 실무에 대한 역량을 바탕으로 판단을 하는 건 기업과 취업준비생, 나아가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고 꼬집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실제 블라인드채용으로 인해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거나 피해를 봤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 및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이찬우(30·남·가명) 씨는 “취직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건 알지만 블라인드 채용으로 오히려 취직 준비가 더욱 애매해 졌다”고 비판했다.
 
▲ 전문가들은 청년들에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취지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을 살펴야지 단순한 블라인드채용으론 오히려 기업과 취업준비생 모두에게 부담감만을 안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는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예상했던 기간보다 취업준비기간이 많이 길어져 지금은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다”며 “블라인드채용은 결국 비수도권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건데 노력해서 비싼 등록금 내며 수도권 학교에 진학한 사람만 억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3년 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그는 “10여 군데 넘는 곳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며 “취업이 힘든 건 지방이나 서울 수도권 대학이나 매 한가진데 학벌 인플레로 대학 가치가 하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블라인드채용방식을 급하게 도입하는 건 지방 인재 채용에만 모든 공을 들이는 기분이다”고 하소연했다.
 
연세대학교 졸업을 앞둔 이상호(29·남) 씨는 “정부의 이런 정책은 지방대 학생들에 대한 아니꼬운 시선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것 같다”며 “SKY 학생들이 일자리를 다 꿰차고 있다는 반감을 가지는 지방대생들을 보면 왜 진작 노력하지 않았냐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일자리를 얻겠다는 생각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해왔다”며 “대학교 간판도 하나의 내 능력이고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지표인데 이런 것들을 단순히 고학벌로 인한 지방대생들의 차별로 초점을 맞추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해 얼마 전 중소기업에 취직한 김용하(30·남) 씨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돈과 시간, 노력 등을 들여 어렵사리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게 됐는데 처음에는 이 정도로 노력했으니 대기업이 아니면 안 가겠다는 마음이 확고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재수했다고 생각하고 1년 정도 취업준비기간으로 잡았는데 1년 반, 2년 이상 기간이 길어지니까 점점 눈을 낮추게 돼 거들떠보지도 않던 기업까지 제발 붙게 해 달라고 원서를 넣고 있더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학교 타이틀도 그렇고 대학생 때 쌓은 커리어들을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블라인드채용을 택한 공기업은 원서를 넣지 않고 일반 공채 전형인 기업에만 원서를 넣다 보니 생긴 결과다”며 “공들여서 쌓은 스펙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줄을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스펙 경쟁 벗어난 인재 등용…겉만 번지르르 한 외형 갖추기로 변질
 
블라인드채용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초년생들의 취업준비 모습도 점차 변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경험과 대외활동 이력 등 개인의 경험을 입사지원서에서 어필할 수 없게 되자 단 시간 이뤄지는 면접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이는 취업을 위해 겉만 번지르르 한 외형 갖추기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를 낳기도 했다.
 
전반적인 지식을 쌓으며 면접에 대비하던 기존의 취업준비는 물론이고 이제는 면접장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말투와 자신감 있는 발성을 연습하기 위한 ‘스피치스터디모임’이나 ‘모의면접스터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아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풍부하게 가지고 면접장에 들어가기 위해 ‘스토리텔링연습’이나 면접을 위한 또 다른 대외활동 및 사회경험 쌓기가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블라인드 채용이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를 보이자 취업준비생들의 취업준비 모습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대외활동 및 공모전 등으로 스펙 쌓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면접 시 보여지는 이미지와 외모, 풍기는 분위기 등 외적인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서울대 근처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기업 취직을 희망하는 송지은(26·여·가명) 씨는 “(블라인드채용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채용이 전적으로 면접만으로 이뤄지다보니 취준생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서류 통과 이후 본격적으로 면접에 돌입하게 되면 공부도 공부지만 스터디 하는 친구들끼리 각자에게 어울릴 만한 정장을 골라준다던지 메이크업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한창 대한민국 취업 시장에 스펙이 중요하게 떠올랐을 때는 공모전에 나가고 해외여행을 가고 하나라도 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혈안이 됐었다”며 “이제는 면접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전부다보니 외모나 풍기는 이미지에 공을 들여야 해 준비를 하면서도 ‘얼마나 더 해야 하지’, ‘도대체 뭘 더 요구하는 거지’ 등의 생각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미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사회 첫 발을 들이는데 애초에 교육시스템이나 전반적인 사회구조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덜컥 블라인드채용을 늘린다고 하니 결국은 불쌍한 취준생들만 또 힘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유정희(25·여·가명) 씨는 “그동안 취업준비 기간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증, 스펙 등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했다”며 “블라인드채용이 늘면 스펙 경쟁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현실은 더 치열해 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경쟁지원자들이 가진 스펙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본인이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취업카페를 들어가 게시판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베러유 취업컨설팅 관계자는 “대기업은 조금씩 도입을 시행하는 단계고 공기업 같은 경우는 도입은 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겁을 내는 상황이다”며 “그러다보니 한 번 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으로 서류전형에서 예전보다 합격률이 높아진 추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블라인드채용에 대한 실효성은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기업마다 우후죽순 도입하는 이 방식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보니 현재는 기업과 취준생, 취업컨설팅전문가 등도 모두 신뢰를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상태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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