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동물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정계·관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물권을 법령에 명시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동물권이란 인간과 같이 동물도 생명권을 가지며, 고통이나 학대를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는 지난 70·80년대까지만 해도 식용이나 번식을 위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지금은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다.
동물 도살행위 금지 법안 국회제출…정·관·민, 동물권 운동 확산
이른바 ‘펫티켓’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반려문화는 점차 성숙해 졌다. 하지만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은 동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고, 이를 명문화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그동안 무단으로 행해져 오던 개 도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내용을 보면,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반면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 전염병 예방법’ 등 법률에 의하거나,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한 경우 등에 한해 동물 도살은 허용했다. 또 동물 도살 방법에 대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현행법에도 동물을 고통스럽게 도살하거나,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지만, 개와 고양이 등의 잔혹한 방식의 도살을 규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표창원 의원실 이소영 보좌관은 “이번 개정안은 임의로 동물을 도살하지 못하도록 원칙을 세우는데 그 의의가 있다”며 “회기 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조관은 또 법 위반 행위 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관련해 “문제점이 지속될 경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처벌 조항도 개정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동물권을 강화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 ‘동물보호조례’에 동물학대 방지 등 동물복지정책을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서울시 산하에 설치된 동물복지위원회를 통해 △동물복지계획 수립·시행 및 평가 △동물의 학대방지, 구조·보호 △동물보호센터 설치·운영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 어린이집, 유치원생 7세(만 5세)반을 대상으로 △동물생명의 존엄성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유기동물 줄이는 법 등 생명존중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공약한 ‘유기동물 입양인 반려동물 납입 보험료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 입안도 조만간 가시화 될 전망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 민 주무관은 “동물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서울시 역시 이와 관련된 다방면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자 처벌수위 높여야” 청와대 국민청원 ‘봇물’
동물권 강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권과 관련된 국민청원이 이달 들어 182건(22일 12시 기준)이 올라왔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 △개의 식용금지 △유기견 대책마련 등의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반려동물 관련 국민청원 건수는 올해 1월1일부터 6월21일까지 모두 940건으로, 2017년 한해 301건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려동물의 꼬리를 자르는 ‘단미’ 금지법 제정 △반려동물 시체를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행위 금지 △반려동물 안락사 반대 △특수 동물병원 설치 등 내용도 다양하다.
국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우리사회의 반려문화도 많이 성숙해 졌다”며 “이제는 동물의 생명권으로 국민들의 관심도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개와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잔혹한 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도 국민들의 분노와 관심을 끌게 된 이유인 것 같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는 지난해 12월 반려견을 굶겨 죽게만든 한 60대 남성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이 60대 남성이 또 다른 반려견을 굶겨 죽인 것으로 지난 7일 드러나자 상습 동물학대로 추가 고발했다.
동자연은 이를 계기로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회에 제출할 탄원서 서명운동에 들어가 2주만에 6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조영수 동자연 선임활동가는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자가 소유권을 주장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서명운동이 마무리 되는대로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입법화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정애 의원(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도록 법원에 선고를 청구할 수 있고, 학대자에게 상담·교육·심리치료를 받도록 권고할 수 있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김진강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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