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이한빛·배태용 기자] ‘부동산 안정화’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규제 종합세트’라고 불리는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고 정부는 더 강력한 규제를 실시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사실은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가격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수도권 상황에 맞춘 부동산 정책만 펼칠 것이 아니라 지방의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투기세력 잡기 위한 정부대책, 서울 지방간 아파트 값 양극화만 낳았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폭등을 막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첫 대책이다. 당시 문 정부는 부동산 과열된 정도가 지역별로 다르다고 보고 규제의 강약 조절을 위해 기존 규제가 시행되던 청약조정대상지역 외에 투기과열지구(서울시 전역,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와 투기지역(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구, 세종특별자치시 행복도시 특별구역)을 추가로 지정했다.
청약통장 1순위 기준을 강화하고 투기과열 지구의 LTV와 DTI를 40%로 하향 조정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 잡기에 주력했다. 대책 발표 직후 강남3구 지역을 중심으로 수천만 원을 낮춘 급매가 출현하는 등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이 효과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9월이 되자 수도권 집값은 다시 상승했으며, 상승폭도 점차 커졌다. 상시 서울 생활권인 성남 분당권은 2.1% 상승했고, 대다수의 서울 집값도 증가했다.
정부는 부작용 보완을 위해 △청약 투기 대상지역을 신설 △투기과열 집중 모니터링 지역 설정 등의 내용을 담은 ‘9·5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잠실지역을 시작으로 집값 오름세는 계속됐다. 특히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폭은 0.01%에서, 둘째 주 0.04%, 셋째 주 0.08%로 점차 확대됐다.
정부는 추가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자의 대출규제에 초점을 맞춘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하고 취약 차주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10·24 가계부채 종합 대책’과 2022년까지 공적주택 100만호를 공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주거공급 정책 ‘주거복지 로드맵’을 연거푸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에도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해 올해 2분기 149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1387조9000억 원에 비해 105조2000억 원(7.6%)이 증가한 수치다. 무주택자에게 임대주택 공급하는 ‘주거복지로드맵’ 역시 제도 취지와 달리 서울과 지방간의 부동산 양극화만 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외곽지역에 소규모 임대주택 위주로 공급 예정인 만큼, 이들 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불어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가구 지수(아파트의 매매가격변화를 측정하는 지표, 기준시점 2008·12=100)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값은 모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충청도와 경상도의 집값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남지역은 2017년 10월 100.7p에서 지난 9월 93.1p까지 떨어졌고 경북지역은 같은 기간 100.4p에서 95.5p를 기록했다. 충북(100.2p→95.6p), 충남(100.3p→96.2p), 전북(99.9→95.5p) 등 대다수 지방의 아파트 값은 대폭 하락했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지난 8월 ‘8·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교통망이 연결된 지역에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하고 30만호 이상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30여개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수도권 내 투기 수요 억제에도 주력했다.
여전히 부동산 업계는 ‘8·27 대책’이 오히려 서울의 집값 상승을 부추 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의 투기과열지구와 추가 지정 지역의 경우 서울과 동일한 규제로 묶이게 되는 만큼 결국 서울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내 저렴한 30만호 이상의 주택공급 계획도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지방은 공급과잉과, 다주택자 규제까지 겹쳐 하락장이 된 것을 고려하면,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충주지역 아파트 1년 새 5000만원 하락…전문가들 “미분양 해결 급선무”
실제로 경남, 경북, 충북지역 등은 아파트 값 하락으로 인해 지역 내 주민들의 시름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악성 미분양, 아파트 값 하락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충청북도 충주시의 실태를 확인한 결과 아파트 값 하락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주지역 주민들은 아파트 값이 하락하자 손해를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놨지만 거래는 종적을 감춘 지 오래였다. 충주시 내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충주 아파트 값은 지난 1년 동안 30% 이상 하락했고,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매물은 팔리지 않는 실정이다.
충주시 연수동 주공 4단지의 경우 지난해 중간층 24평 기준 1억 2000만원~1억 3000만 원 이던 시세는 올해 들어 7000만 원~8000만 원으로 나타나 5000여 만 원 떨어졌다. 연수동 주공 4단지 주민 이민정(39·여) 씨는 “지난 1년 동안 눈 뜬 채로 돈 5000만원을 날린 꼴이 됐다”며 “지속되는 가격 하락에 아파트를 매도 후 전세라도 들어가 살려고 했지만, 하락세를 보이는 충주에 어떤 사람이 아파트를 사겠느냐”고 한탄했다.
김순영 충주 부동산센터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올해 들어 충주 내 미분양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주 호암동 내 6000세대를 아우르는 공공택지를 건설 중에 있다”며 “최근에 분양한 푸르지오 3차 등은 미분양이 심각한 사태고 충주 아파트 값은 전반적으로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주민들의 재산권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중심인 반면, 지방은 간과해 지방 경제의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위주의 무차별적 규제는 오히려 풍선효과만 낳고 실질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채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외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6만3000가구가 넘었는데 이는 정부가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 정책을 펼쳐온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서울, 지방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우선 지방에 악성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분양 사태가 해결 되면, 지방 경제가 살아나고, 자연히 부동산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우람 원빌딩 팀장은 “지금까지 11번의 부동산 정책 발표가 있었는데, 모두 수도권 위주,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들이었다”며 “규제로 인해 투자자들은 빌딩, 상가 등으로 눈을 돌리는 등의 풍선효과를 낳았는데 이러한 인위적인 규제는 부작용만 낳을 뿐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무작정 규제를 통해 부동산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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