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악취·화재에 로마시민들 “더 이상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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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항의집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출신 로마 시장의 무능 질책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30 00:03:47

▲점점 망가져가는 로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로마 중심지에서 시당국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사진=CNN]

‘더 이상 못 참겠다’며 거리로 나온 성난 로마 시민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로마의 중심지에 모여 항의 집회를 가졌다. 그들은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이탈리아의 제 1야당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 출신의 로마 시장이 무능과 관리부실로 도시를 망쳐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2000여명의 로마 시민들이 참가했으며, 경찰의 공식적인 집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위 군중들은 주로 로마의 시장 비르지니아 라지(Virginia Raggi)의 무능한 시정에 대한 불만을 분출했다. 올해 40세의 라지 시장은 2016년 제 65대 로마 시장 선거에서 오성운동(M5S)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이다.

이 시위를 주최한 6개 단체 중 하나인 “로마 디체 바스타(‘로마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뜻)”의 엠마 아미코니는 이 날 시위가 지난 5월에 있었던 버스 화재사건에서부터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아미코니는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로마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쓰레기 문제이다. 보도에 따르면 쓰레기를 2~3주 만에 한 번씩 수거하는 바람에 관광도시로 이름난 로마의 거리에는 쓰레기와 악취가 넘쳐나고 있다. 쥐떼와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몰려들고 심지어는 야생 멧돼지까지 시내에 출몰했다.

▲로마 시내 거리에 방치돼 있는 쓰레기들 [사진=The Guardian]

로마시민들이 분노하는 또 다른 문제는 대중교통이다.

로마 버스와 트램(전차) 중 42 퍼센트가 현재 운행을 못하고 있다. 정비 불량이나 노후로 멈춰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관리능력을 불신해 현재 ‘모빌리티아모 로마’라는 협회가 로마의 대중교통기관을 사유화하자는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 트레비 분수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버스 화재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주변의 관광객, 쇼핑객, 행인들이 재빨리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운행을 못하는 대중교통수단이 늘어나는 바람에 버스 이용객들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정부의 늑장 대처에 화가 난 버스기사들의 파업이 잦아졌다.

노후와 정비 불량 탓에 작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18개월 사이에 발생한 버스 화재사고는 30건이 넘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버스 화재가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이제는 로마에서 버스 폭발사고가 생기면 사람들은 테러리스트 공격을 떠올리기보다는 버스회사의 정비 부실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시설물 관리에도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로마 시내 중심가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켜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로마에 온 러시아 축구팬 2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곳곳에 구멍이 생긴 도로 역시 보수가 안돼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비가 내린 후에는 빗물이 빠지는 하수로가 막혀서 도로에 빗물이 고이기 일쑤다. 지난 여름에는 한 여성이 모페드(모터 달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도로에 파인 구멍 때문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한 시민단체는 녹색과 노란색 형광 페인트로 깊이 파인 구멍 주변을 동그랗게 표시해 운전자들이 조심하도록 조치했다.

쓰레기와 안전사고 외에도 최근에는 강력범죄가 로마 시민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마 시내 한복판의 한 버려진 건물에서 16세 소녀가 숨진 채 발견돼 이탈리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데시레 마리오티니라는 이름의 피해자는 불법 이민자들에 의해 집단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날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지난 2년 동안 로마는 내가 살던 중 최악의 상황이다”고 말하면서 오성운동 정권이 집권한 기간에 문제가 커졌다고 개탄했다.

시위 주최 측의 엠마 아미코니는 라지 시장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 ‘전임 정부가 저지른 문제들을 고쳐나가고 있다’며 매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와 악취,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린 대중교통과 시설물, 그리고 치안문제는 세계인이 찾아오는 유서 깊은 아름다운 관광도시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또한 물, 교통, 개발, 인터넷 접근성, 환경 등 5가지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이탈리아의 제1야당 오성운동이 라지 시장으로 인해 경험 없고 무능력한 포퓰리즘 정당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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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